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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정종철-개콘, 알고도 방치한 '감정싸움'


입력 2017.05.17 08:51 수정 2017.05.18 17:15        이한철 기자

정종철 '개콘' 900회 특집 폄하 글 논란

뿌리 깊은 갈등…유재석-시청자만 피해

정종철과 '개콘'의 갈등이 현재 진행형이다. ⓒ 연합뉴스 정종철과 '개콘'의 갈등이 현재 진행형이다. ⓒ 연합뉴스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정종철, 그리고 사려 깊지 못한 제작진 때문에 흔쾌히 자리를 빛내준 유재석만 머쓱해졌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과거와 현재를 빛낸 스타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화려하게 꾸며졌다.

축제의 시작은 유재석이 열었다. 유재석은 오프닝에 등장해 후배 개그맨들의 환호를 받았다.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던 유재석은 송준근을 향해 "소는 누가 키우나?" "형이 농담한 꼰대?" 등 박영진의 유행어를 잘못 말하며 콩트 개그를 선보였다.

이후 유재석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코미디언 키건 마이클 키의 '분노통역사 영상'을 패러디, 유민상이 메뚜기 탈을 쓰고 '속마음 통역사'로 등장했다. 유재석이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주 '개그콘서트'를 시청한다"고 하자 유민상은 "난 일요일에 '런닝맨'만 보고 TV 끈다"며 속마음을 전달해 후배들을 실망시켰다.

유재석 외에도 '개콘'의 초기 멤버로 현재까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김대희와 김준호는 이날 자신들의 레전드 코너를 다시 선보이며 팬들을 추억 속에 빠져들게 했다.

하지만 '개콘'를 빛낸 모든 스타들이 출연한 건 아니다. 각자 사정에 따라 이날 함께 하지 못한 이들도 많다. 대표적인 게 정종철과 박준형이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긴 하지만, 이를 문제삼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한 마디로 '그럴 수도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종철은 '개콘'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임을 부인하긴 어렵다. KBS 2TV 캡처. 정종철은 '개콘'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임을 부인하긴 어렵다. KBS 2TV 캡처.

문제는 당사자인 정종철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불거졌다. 정종철은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개콘 900회를 축하드립니다만 전 900회 맞아 인터뷰 한 번 안 들어왔다"며 "나름 친정 같고 고향 같은 프로그램인데 900회 인지도 몰랐다. 아쉽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900회라며 개콘과 관계없는 핫한 연예인 불러 잔치하고 그들에게 감사할게 아니다. 지금까지 버티고 열심히 아이디어 짜고 시청자분들께 웃음 드리려는 후배 개그맨들께 감사해야 한다"면서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왜 웃찾사를 가고 코빅을 가는지 깊게 생각해라. 개콘을 지키는 개그맨들은 티슈가 아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임혁필이 "동자야(정종철) 이런 게 하루 이틀이냐. '개콘'과 아무 상관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며 동조 댓글을 달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개콘'의 생일잔치나 다름없는 이날 900회 특집이 양 측의 감정싸움으로 퇴색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막지 못한 제작진의 사려 깊지 못함이나 감정적으로 대응한 정종철의 태도 모두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정종철과 '개콘'의 갈등은 오랜 시간 누적돼 이어온 뿌리 깊은 갈등이다. 양 측의 감정싸움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이후 '옥동자' '사랑의 가족' '마빡이' 등을 히트시키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정종철이 박준형과 함께 갑자기 MBC '개그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종철과 '개콘' 측의 갈등설이 불거졌고, 이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있다. 정종철은 지난해 6월 28일 제1회 '홍대 코미디위크' 기자간담회에서도 '개콘'을 향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2013년 700회 특집에 깜짝 출연하면서 잠시 화해하기도 했지만, 정종철과 '개콘'의 관계는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고,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자신들이나 팬들에게도 좋은 그림이 되지 않을까. 그 노력이 이번 900회 특집을 앞두고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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