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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현장 가보니…


입력 2017.05.16 16:23 수정 2017.05.16 17:24        석지헌 기자

<현장>창당 초심 잃어버린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

경쟁심 결여된 선거…정책 없고, '차별화'도 없어 아쉬워

"기호 1번 12표, 기호 2번 13표, 기호 3번 14표"

'박빙'의 개표 결과였지만 정작 후보들 간 '불타는 승부'는 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인 공약 경쟁이나 후보 자신을 차별화하는 '각세우기'도 없었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현장은 선거의 '묘미'인 긴장감이나 경쟁심 등이 결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히려 국민의당이 창당 초기부터 명분으로 내세우며 문제라고 부르짖던 '항상 이기는 1등과 먹고 살 만한 2등'이 보여준 '안일함'과 '무관심'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다는 자조섞인 비아냥이 들렸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동철 신임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동철 신임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전 10시.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의장 후보들이 자리에 앉았다. 만면에 미소를 띤 밝은 표정이었다. 늘상 선거에서 보이던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어 후보들의 정견발표가 시작됐다. 정견발표는 자체는 '국민의당을 살려내겠다'는 데 일치를 보였지만, 어느 후보 하나 자신이 '이겨야만 한다'는 '어필'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정견발표는 기호 3번 원내대표 후보 김동철 의원이 먼저 시작했다. 김 의원은 "호남 지지율을 50%, 전국 지지율을 30%로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이렇게 뒷받침되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어 나선 유성엽 의원은 정견발표 앞부분의 상당시간을 다른 후보들 '칭찬'에 할애했다. 유 의원은 "김동철 선배님은 제가 참 존경하는 분인데 경쟁한다 생각하니 쑥스럽고, 김관영 후배님은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후배인데 경쟁한다고 하니 민망하다"라며 경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거를 위해 해외출장 일정을 조정한 당 의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제가 당선되면 여비 좀 보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견을 발표한 김관영 의원은 "선거를 여러 번 해보지만 서로 위하고 이렇게 격려하는 원내대표 경선은 또 처음"이라며 '훈훈한' 경선 분위기를 언급했다. 그는 "평소 김동철 의원의 정무적 감각과 설득력, 유성엽 의원의 뚝심과 소신, 이런 것을 정말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6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경쟁심 결여된 선거…정책 없고, '차별화'도 없어 아쉬워

각 원내대표 후보들의 러닝메이트로 경선에 출마한 이용호, 박주현과 이언주 의원도 5분간의 정견발표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용호 정책위의장 후보는 김동철 의원과 함께 경선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국민이 먼저 국민의당을 찾는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라면서 "그때까지는 패기가 아니라 경륜, 지식이 아니라 지혜, 어줍잖은 변화가 아니라 의연함, 조급함보다는 느긋함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노란 자켓에 노란 목걸이를 하고 단상에 선 유성엽 의원의 러닝메이트 박주현 의원은 나이대별로 후보들을 구분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번에 출마한 세 팀은 60대, 50대, 40대로 구성돼 있다"라면서 "저희 50대 팀이 당의 든든한 허리가 되어 원로와 중진들을 잘 보필하고 젊은 문제의식들을 잘 받들겠다"고 공약했다.

김관영 의원의 러닝메이트 이언주 의원은 "정치개혁이라는 소신만 갖고 국당을 합류했다"라면서 "온라인 정책 커뮤니티 카페를 만들어 젊은 층에게도 소구하겠다"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김동철 신임 원내대표와 이용호 신임 정책위의장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김동철 신임 원내대표와 이용호 신임 정책위의장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약 50분간 진행된 후보들 연설 후 곧바로 투표가 진행됐다. 의원들은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기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표소로 향했다. 두 개 뿐인 기표소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의원들 사이에서는 웃음소리나 잡담이 끊이지 않았다.

후보자들끼리도 마찬가지였다. 6명의 후보자들은 각자 투표한 후 서로 살갑게 인사하고 악수했다. 당내 화합을 연출하기 위한 모습이었다고 하더라도 일말의 긴장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39명의 명패수를 확인하고 이어 개표가 진행됐다. 각 후보자들은 각자 10표 이상씩 고루 받았다. 과반을 얻은 후보자가 없자 곧바로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재투표라는 '진검승부' 상황에서도 긴장감보다는 '축제의 장' 같은 분위기가 펼쳐졌다. 의원들은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한 유성엽·박주현 의원에게 격려의 악수를 청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전 11시 25분, 이렇게 국민의당의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4선 중진 의원이자 당내의 개표적 개헌파인 김동철과 초선의원인 이용호 의원이 각각 당선됐다. 국민의당의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첫번째 단추가 '조용히' 끼워진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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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헌 기자 (cake9999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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