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은 진보의 적폐, 보수가 따라하면 안된다

최종편집시간 : 2017년 06월 24일 00:12:24
대선불복은 진보의 적폐, 보수가 따라하면 안된다
<자유경제스쿨>19대 대선 이후 보수가 나아갈 길
보수 가치 근거한 올바른 이념 비판으로 전략적 인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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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6 06:51
김인영 한림대 교수
▲ 지난 5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조원진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유세에서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이 조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17년 5월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1%,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4.0%,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1.4%,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6.8%,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6.2%를 득표했다. 19대 대선 투표의 결과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정치학적 측면에서 몇 가지 단상과 전망을 적어본다.

첫째, 선과관리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총투표자수 3280만 8577명 가운데 1342만
3800표를 얻었다. 41.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선 가운데 1987년 노태우의 36.6%, 1997년 김대중의 40.3%에 이은 3번째로 낮은 득표율이다. 그 다음이 김영삼 대통령의 득표율 42.0%이다. 하지만 정치인 김영삼과 김대중은 정치적 카리스마와 강력한 지역적 기반으로 국회와의 관계 설정이나 통치가 비교적 수월했다. 이를 문재인 대통령의 카리스마나 친노 세력의 힘과 비교해 본다면 정책 추진에 필요한 확고한 지지 내지는 통치 정당성을 투표로부터 확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친노 세력에게는 통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높은 지지율 유지, 그리고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 국회에서 쉬지 않고 야당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힘든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사실 대선을 통해 국민의 기대치는 높아져 있고, 국민 여론이란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높은 지지율의 유지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초기 8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한 높은 지지율이 2년 만에 28%로 낮아졌다.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김영삼 정부는 OECD 가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OECD 가입에 맞추어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을 낮게 유지하였고 이것이 그 다음해인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작용하였음은 잘 알려져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율은 6%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초반 이후 20~40% 지지율을 유지하였다. 2009년이 되자 지지율 하락 조짐이 보였고 이를 막기 위하여 보수당 출신의 대통령으로서 생뚱맞게 ‘중도 실용’ 정치를 표방했다. 지지율 상승을 위해 ‘중도’ ‘서민’ 정책을 추진하다가 우파-좌파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정체성 없는 ‘잡탕정치’가 되어버렸고 결국 성과도 내지 못했다. 임기 말 지지율이 23%이니 결국 우파 지지, 좌파 지지 모두 떠나고 중도 20% 지지만 남은 형국이 되었다.

최근 한국정치를 보면 어느 정권에서나 야당은 집권 초기에는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정권의 실수가 시작되면 ‘정권의 실수가 정권 실패가 되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상대의 실패는 나의 성공’이라는 한국정치 불변의 법칙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과 정치권이 현행 대통령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면 낮은 득표율을 높이고 당선된 대통령의 대표성을 확고히 하여 공약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결선투표제(runoff voting, two-round system)’를 도입해야 한다.

왜냐하면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선출된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노태우 36.6%, 김영삼 42.0%, 김대중 40.3%, 노무현 48.9%, 이명박 48.7%, 박근혜 51.6%, 문재인 41.1%로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투표자 과반(5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대통령 당선인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한 국민이 (투표자의) 과반을 넘는다는 것이니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에 문제가 있고 국정 수행에 걸림돌이 된다.

물론 앞으로 정계개편이 이루어지고 현행 다당체계(multi-party system)가 무너지고 다시 양당체계(two party system)가 자리 잡게 된다면 낮은 대선 득표율의 문제가 적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적어질 것이고 또 이번 선거에서 극심했던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 양상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므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국회 패권’ 내지는 ‘입법 패권’에 대하여 행정부 견제의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대통령의 권한은 갈수록 줄어들고 국회의 견제 때문에 ‘행정명령’ 이외에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을 이끈 정치인이라는 카리스마와 굳건한 지역 지지 기반의 존재로 버텨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20대 총선으로 여소야대의 국회가 되자 탄핵으로 몰리는 상황을 맞게 되었고 정치적으로 이를 극복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제왕적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을 줄여 국회를 강력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국회의원들이 지어낸 허상(虛像)일 뿐이다. 1987년 민주화 헌법의 시행으로 입법부 국회의 권력은 보이지 않게 점차적으로 커져 대통령과 행정부를 압도하는 ‘패권’, 즉 ‘입법 패권’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할진대 결선투표에 의한 대통령에 대한 50% 이상의 국민적 지지는 · 실제로는 투표자 50% 이상이지만 · 입법부에 대한 커다란 견제 수단이 될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 에마누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이 신생 정당의 지도자로 국회의원 1인도 가지지 못했지만 대통령직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 66.1%의 압도적 지지 때문이다. 경쟁자 마린 르펜(Marin Le Pen)이 33.9%의 지지를 얻었으므로 마크롱 대통령은 크게 본다면 70%에 가까운 국민의 지지로 대통령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현재의 정치구도는 앞으로 20대 대선에서 문재인(현직 대통령 출마가 가능한 4년 중임제 헌법 개정이 임기 내에 이루어질 경우),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의 대선 출마는 예측 가능한 사실로 보이는데 30~40%대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어 국회에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 이행에도 제약이 생길 것이니 낮은 지지율을 높여 주는 제도의 도입으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결선투표제의 도입에 관하여는 잘 알려진 바대로 헌법학계와 정치학계에서는 헌법 개정 사항이라는 주장과 헌법 개정은 필요 없고 법 개정만으로 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⑤항의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조항을 선거절차에 대한 규정쯤으로 엄격히 해석하느냐 아니면 확대 해석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는 토론의 과정을 거쳐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대선의 결과는 한국의 정치 지형에 대한 “보수우파 40%, 진보좌파 40%, 중도 20%”라는 투표에서의 ‘4:4:2 이념 분할’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보수 홍준표 후보가 24.0% 밖에 얻지 못했지만 보수의 40% 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1.4%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6.8%에 분산되어 스며들어 있고, 전국 투표율에 비하여 광주·전남이 높고 대구·경북이 낮은 측면을 고려하면 보수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보수표는 분산되었고 보수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또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을 ‘지역주의의 완화’ 현상으로 지적하는 것은 단편적 해석이다. 왜냐하면 홍준표 후보의 지지가 일정 지역(광주 1.55%, 전북 3.34%, 전남 2.45%)에서 매우 낮게 나타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40대가 진보적인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였고, 60대 이상이 보수적인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였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청장년층과 노년층의 세대 대결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20대 대선에서는 40~50대 장년층을 누가 잡느냐가 대선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념의 측면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즉 ‘안보는 보수지만 경제는 진보’라는 정체불명의 이념적 포지션,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내세웠던 제3의 길(토니 블래어의 ‘제3의 길’과는 이념적으로 다름), 즉 영호남이라는 지역 구도를 뛰어넘는 포지션, 그리고 우파와 좌파의 이념을 뛰어넘는 주장, 나아가 보수-진보라는 태도 정향을 뛰어넘는 정책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19대 대선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지역, 이념, 세대를 넘는 주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웠으나 결국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했고, 유승민 후보 역시 안보는 보수-경제는 진보라는 수상한 조합을 국민에게 제시했으나 국민은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한국 정치에 중도는 없다.”라고 심판을 내렸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셋째,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이 다시 발생할지의 여부를 시간을 두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진정 보수우파 대통령이라고 하기도 힘든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진보좌파 진영의 흔들기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위기까지 몰렸었다. 진보좌파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허락하자 이를 문제 삼아 한미동맹을 흔들었던 것이다.

약 3개월간 광화문을 뒤흔든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이명박 퇴진’, ‘MB OUT!’ 구호는 기본이었고, 대통령에 대한 조롱은 초등학생까지 일상화 되었다. 대선 결과 불복이 광우병 촛불 시위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좌파진보 세력은 세력을 규합하여 이명박 정권을 크게 흔들고 대선에서의 패배를 복수했던 것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진보좌파들은 박근혜 후보에게 ‘부당하게’ ‘지극히 근소한 표 차이로’ 패배했다고 생각했기에 대선 패배에 대한 불복은 더욱 심했다. 진보좌파와 야당 지지자들은 “이게 민주주의냐?”라고 심하게 분노했다. 다음은 대선 불복에 대한 본인의 분석의 일부이다.

자신들을 탄압하고 구속했던 (독재자) ‘박정희’(대통령)의 딸이 어떻게 민주적 선거에 의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칼날이 시퍼렇게 선 분노였다. 좌파진보 진영이 패배했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선거였고, 패배를 받아들일 수도,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을 인정할 수도 없었다. 과거의 대선 결과 불복 투쟁과 비교해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발, 조롱, 비난, 불인정의 강도는 매우 높았다.

민주당은 대선 불복투쟁의 선봉에 서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선거 공정성 문제를 가지고 줄기차게 2013년 한 해를 끌었다. 처음에는 국정원 직원의 댓글이, 그 다음에는 트윗이 문제가 되었다. 대선 불복 세력에 의한 두 번째 박근혜 정권 흔들기는 세월호 침몰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공방이었다. 책임 공방에 대통령 행방 의혹 7시간이 보태졌다. 소모성 정쟁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흠집 내기에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타격이 최순실에 대한 비리 폭로와 그 이후의 대통령 탄핵의 진행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2004년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의 탄핵도 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데서 시작되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사유는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조항 위반, 대선자금 및 측근비리, 실정에 따른 경제파탄’이었지만, 더 큰 이유는 선거 중립 위반과 측근 비리에 대한 사과 거부라는 국회 ‘괘씸죄’였다. 결국 한국 정치는 최근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이르는 대선불복의 정치의 관례화와 정치적 불안정(political instability)의 일상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19대 대선에서 많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참석자나 지지자들은 이번 대선을 ‘종북 좌파와 언론이라는 민중혁명 세력에 의해 찬탈된 대통령직’에 대한 선거이므로 원천 무효이고 당연히 불복의 대상이 될 것이다. 만일 앞으로 1년이나 1년 반 정도의 기간 내에 반격을 시도하기 위하여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이 세력을 결집한다면 한국 정치의 대선 불복의 제도화라는 정치 후진국적 현상이 될 것이다.

결론은 앞으로가 문제다. 이번 선거로 밝혀진 것은 보수우파는 사라진 것이 아니고 실망으로 표가 분산되었고 투표 불참으로 결정력이 떨어졌지만 진보좌파 정권의 실패가 누적되면 다시 살아날 것이고 재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대선불복의 제도화가 보수의 행동이고 가치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이념만이 나라를 구하고 번영으로 이끌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보수우파 정치 세력의 올바른 길이다. 바뀌지 않는 수구 세력이 아니라 보수 이념의 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개혁하는 모습이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가 정의한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다. 버크는 ‘보수’를 ‘과거에서 이어 받은 물질적·정신적 유산을 변화를 통해 지켜내는 것’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수란 변화를 거부하는 완고함이나 수구와 다르고, 과거를 인정하는 이성(理性)과 물질적 토대를 높여 번영(繁榮)으로 이끄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좌파적 정책이 기승을 부리더라도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우파적 가치에 근거한 올바른 이념 비판과 미래를 준비하며 내실을 다지는 전략적 인내(톨레랑스, tolerance)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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