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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 일곱빛깔무지개-18]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선택에 책임이 따른다"


입력 2017.05.13 06:00 수정 2017.05.13 07:30        박진여 기자

'자유'는 그 자체로 자유…'책임'이 부가되는 것은 '자유 의지'

'자유'는 그 자체로 자유…'책임'이 부가되는 것은 '자유 의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개인은 한 사람이 아니라 '결단'의 최후 존재

한정석 통합가치포럼위원 한정석 통합가치포럼위원
Individual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나누어 질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함의는 서구의 근대 철학적 전통에서 '사회에서 간섭 없이 결단할 수 있는 궁극적 실존체'라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서구적 근대의 경험과 다른 공동체적 질서에 익숙한 동양에서는 Individual이 단지 공동체에서 수량적 개념의 '한 사람'으로 이해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개인과 사회라는 범주에서 개인을 일개(一個)라는 수량적 개념으로 파악하는 피치 못할 오류를 만든다. 따라서 서구적 관점에서 사회란 개인들의 자발적 관계망이며, 정치 공동체가 그러한 '개인들의 자발적 만장일치의 연대'라는 개념은 동양에서는 생소한 것이었다. 동양에서 국가란 '시민들의 참여 공동체'가 아니라, 지배·피지배 개념으로 이해되어 왔고, 근대 개념의 Democracy는 일본이 근대의 문물을 접하는 시기에 바쿠후 학자들 사이에서 '백성[民]이 왕을 내쫒고 주인(主人)이 되는 것'으로 인식됐다. 이러한 전통적 차이로 인해 개인, 사익, 자유의 개념은 동양에서는 공동체, 공익, 책임에 대항하는 부정적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자유가 아니라 자유 의지에 책임이 따른다

이러한 무의식적 이항 대립적 사고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로 등장한다. 이러한 말은 잘못된 개념에서 비롯되어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일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면 책임질 수 없는 자유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어떤 개인이 추구하는 자유에 대해 그가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없는지는 누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사익 추구'는 자유를 전제로 한다. 그 본질은 '선택할 자유(Freedom to Choose)'이다. 따라서 '자유에 책임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책임이 따른다고 해야 옳다. 자유는 그 자체로 목적이지 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 신중함을 발휘할 수 있다. 그것이 잘 안 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벌어진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를 선택할 자유가 없거나 극히 제한적이기에 학생들은 특목고 등을 제외하고는 임의로 학교에 배정된다. 같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지만 누구는 운이 좋아 좋은 학교에 배정되고 누구는 모두가 기피하는 학교에 배정되는 것이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선택에 자유가 없다면 책임도 물을 수 없다.

자유는 간섭하지 않는 것…권리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건강할 자유가 있다. 그것은 행복추구권에 속한다. 만일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채식할 자유를 내세워 '채식할 권리'를 법으로 정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 채식주의자들의 행복추구권은 자유권이며, 그러한 자유권은 국가로부터도 자유다. 이 말은 채식할 자유를 국가로부터 간섭당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의미인 것이지, 국가가 채식주의자들의 자유를 권리로서 보호하라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채식할 자유'와 '채식할 권리'는 다른 것임을 직관하게 한다. 즉 자유가 허용된다고 해서, 그러한 자유가 곧 권리의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니며, 권리에는 의무가 수반되는 상대가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권리란 사회적인 것이 본질이며 그 권리에 책임 있는 자의 의무가 수행될 수 있도록 규정되고 행사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 역시, 언론, 출판, 결사가 원칙적으로 자유롭다는 의미인 것이지,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를 갖는 그 자체로는 책임져야 할 것이 없다. 자유(Liberty)와 자유 의지(Free Will)는 다르며 책임이 부가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자유 의지가 된다. 즉 선택에 대한 자유의 행위적 결과와 책임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사회통합 위해 '전체사회적' 자유 경계해야

현대 복지 국가에서 가난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니며, 소유권 역시 개인의 배타적 권리가 아니다. 18세기에 당연시 되었던 자유 계약의 원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강자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부가된다. 개인의 선택의 자유는 사회적 자유라는 이름으로 제한되고 그 결과는 사회적 책임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 책임이 도대체 사회의 그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불명확한 문제를 남긴다. 사회 통합의 가치로서 자유와 책임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 해당하는 동시에 상대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선택은 자신이 하고 책임은 다른 이들에게 전가하는 '전체사회적'인 자유와 책임은 사회 통합이 아니라 사회 갈등의 본질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한정석 통합가치포럼위원

△주요 약력

·현직 : 미래한국 편집위원
·전직 : KBS 프로듀서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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