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경제적 자유' 빼앗을 후보, 위축시킬 후보는 누구인가


입력 2017.05.09 04:51 수정 2017.05.09 06:53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을 읽고

이제 정치인들이 추종하는 유권자들의 생각을 바꾸도록 나서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수출부두에서 자동차들이 수출 선박에 줄지어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수출부두에서 자동차들이 수출 선박에 줄지어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예상보다 빨리 도래한 대선을 앞두고, 17만 상공인들의 모임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낸 “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이 이메일로 배달되었다. 이 제언은 “나라 살림살이가 번창하고 민생이 안정되는 것은 모든 국민의 바람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대내외 경제상황은 물론 정치와 경제, 문화와 시대정신 등 기업과 관계된 전반적인 환경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견딜 수 없을 만큼 절박한 상황에 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상태로는 단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경제계를 엄습하고 있습니다. 대선후보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가운영의 비전을 수립하시기 전, 경제계의 절박한 소리를 들어주시고 공약에 반영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다음과 같은 경제계의 제언을 올립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정치권에 올리는 상소문이다.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은 우리 상황에서 정치권력은 항상 경제를 통제하고 관리하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사태와 대기업이 연관되어 있어 대부분의 대통령 후보자들은 ‘재벌 개혁’을 핵심 경제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선거 때마다 ‘재벌 개혁’이 단골 공약으로 올랐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재벌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믿는 후보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이 각 당의 경제 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음인지 ‘제언’은 “경제계가 먼저 변하겠습니다”라는 겸손한 자세로 시작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자율적 모범 규준을 솔선하여 실천하고, 기업의 잘못된 행위로 국민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질 줄 아는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장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면서 제언은 “시장-정부의 조화로운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의 과제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라는 케인즈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부가 개개인의 모든 경제 행위를 통제할 수도, 그 결과에 대해 모두 책임질 수도 없습니다. 정부는 일부의 일탈을 시장경제의 결함으로 오인하는 함정에 빠지지 말고, 예외적 시장개입의 원칙에 입각하여 심판 겸 후원자 역할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수행해야 합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예외적 시장개입의 원칙’을 내세운다.

나아가 제언은 ‘경제 재도약의 3대 틀’로 ‘공정사회의 틀’, ‘시장경제의 틀’, ‘미래번영의 틀’을 제시하였다. 특히 ‘시장경제의 틀’의 한 부분인 ‘정부 역할의 재정립’에서는 새로운 사업기회 포착은 민간에게 맡기고, 정부는 유무형의 인프라 구축에 주력할 것을 요청하면서, 규제의 틀을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계 제언’을 낸 것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위기에 봉착하여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치가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대선후보들의 경제 관련 공약은 소비자를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들의 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의 ‘제언’과 달리 대부분의 대통령후보들은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여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들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재벌을 적폐·구태세력으로 간주하여,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다양한 규제를 도입해 재벌 개혁에 앞장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그간 재벌 경제는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였지만 한편으로 공정한 시장을 어지럽혔다.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를 무너뜨렸고 함께 이룬 결과물을 독차지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았다.”며 “이번에 단호하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적폐를 청산해야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민 모두 잘 사는 나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배구조 개혁, 투명한 경영구조 확립, 재벌 확장력 억제,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대표소송 단독 주주권 도입 등과 제2금융권 포함 금산분리 강화 및 경제범죄 무관용 원칙을 제시했다.

문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공정한 대한민국, 경제개혁으로부터’를 내걸었다. 그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과 시장 감시 권한 강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 재벌 중심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재벌 범죄 엄중처벌과 사면 제한,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요건 강화, 공익법인을 통한 총수일가 지배권 강화 방지 등을 주장했다.

다만 홍준표 후보만 활발한 기업 활동을 위한 재벌 친화적 정책을 예고했다.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업융성시대를 열기 위해, 대기업 강성노조 문제를 해결하여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기업 활동을 막는 각종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앞으로 ‘경제적 자유’는 더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안보와 경제가 이번 대통령 선거의 최대 의제로 등장하였지만, ‘경제적 자유’의 확장이 안보와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주장은 들리지 않는다. 자유진영의 위세가 미미해졌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이념의 추종자들이다. 추종자가 약한 이념은 현실 정치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추종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그들이 추종하는 추종자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경제단체들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들에게만 읍소하고 간청하면서도, 그들을 움직이는 일반인들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이유는 경제인들과 경제단체의 이런 자세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경제인과 경제단체들은 ‘경제적 자유’의 확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 짚어 보아야 한다.

글/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