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통합으로 흥하고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

최종편집시간 : 2017년 08월 18일 19:27:06
진보는 통합으로 흥하고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
문재인, 일찌감치 지지율 제 몫 챙기고 충성도 다지는 중
보수표심,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서로 차지하려고 아등바등
기사본문
등록 : 2017-05-08 01:11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할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공식 선거운동의 마지막 날이 밝아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일대에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벽보가 부착된 가운데 길을 지나는 시민들이 각 후보의 선거포스터를 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7일 탈당 의원들의 일괄복당과 친박 핵심 의원들에 대한 징계해제를 결정하자 이웃 정당에서 호재를 만난 듯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김세연 바른정당 선거대책본부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선거사상 최악의 뒷거래"라고 비난했고,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거대 양당 패권세력이 활개 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민주당과 싸잡아 비난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공보단장도 빠지지 않고 "국정농단의 세력의 숙주 자유한국당이 석 달 만에 '도로 양박(양아치 친박)당'이 됐다"고 힐난했다.

3당 입장에선 보수 세력의 결집이 자당의 이해와 상충하기 때문에 비난하고 나선 것은 당연지사다. 보수결집으로 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제로섬 관계에 있는 자당 후보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흠집을 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3당의 비난 성명은 복당 의원들보다는 친박핵심 의원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들은 ‘패권세력’, ‘국정농단세력’, ‘적폐세력’ 등 국민 표심에 거슬리는 악성 프레임을 이중삼중으로 덮어쓰고 있기 때문이다. 타당으로선 한국당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하기 좋은 표적이며 한국당으로선 최대 취약부분이다.

이질적인 두 세력 한 그릇에 담으려니 적잖은 대가 뒤따른 셈

홍 후보가 친박 핵심 징계해제 조치를 내린 것은 탈당파 복당에 항의하는 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앞서 지난 2일 탈당 의원 13명의 한국당 복당 소식이 들리자 친박 핵심 의원들은 쌍심지를 켜고 거부감을 피력했다. 친박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은 "'벼룩에도 낯짝이 있다'는 속담이 있는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정치철학은 고사하더라도 최소한의 정치 도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은 "홍 후보가 배신에 배신을 부추긴 셈이고 국민은 야합으로 볼 것"이라고 자당 대선 후보를 공격했다.

이에 홍 후보는 ‘보수 대통합정치’를 명분으로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등 친박 핵심 의원들의 징계해제를 결정했다. 그렇지만 그 조치는 앞서 그들이 공개적으로 대선 후보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비난 성명을 낸 것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당의 대외적 위상을 변화시켰다. 그들이 자신들 발목에 차고 있던 족쇄를 벗어던지는 순간, 한국당은 당명 개정 이전의 새누리당으로 회귀해 버렸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던질 개연성이 다분했다. 서로 이질적인 양 세력을 한 그릇에 담으려다 보니 홍 후보로서는 적잖은 대가가 뒤따른 셈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당 복당 의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두 개의 정당을 놓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지그재그 운전을 했으니 무엇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 행보를 겨냥해 한국당을 지킨 의원들 입장에선 얼마든지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더욱이 복당 의원들이 바른정당에 몸 담고 있을 때는 서로 당의 존폐를 걸고 혈전을 벌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복당 의원들을 비난한 행태는 계파정치 자행했던 기득권의 추억인가

그렇지만 친박 핵심 의원들이 복당 의원들을 비난한 것은 모양새가 안 좋다. 그들은 한때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돼 탈당 압박에도 시달린 적이 있었다. 같은 친박 핵심이었던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1월 초에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이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 당원권 정지로 징계수위를 조절한 결과, 그들은 지금 한국당 당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보수진영이 2개 정당으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원인을 제공했고, 또 한국당 대선 후보가 보수층의 지지를 온전히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적어도 작금의 보수진영 위기가 지난해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국민적 분노를 유발한 친박계의 계파공천과 그에 따른 총선 패배에서 시작됐다고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 친박 핵심 의원들이 달라진 당의 정체성에 순응하며 자당 후보의 대선 레이스를 돕지는 못할망정 당내 갈등을 일으키고 후보의 행보를 꼬이게 하는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새누리당 시절 ‘계파정치’를 자행하면서 누렸던 기득권의 추억을 한국당에서 되살리려는 듯한 모습이다. 그들은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대선 이후 당내 세력판도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홍 후보의 좌파 분열 구도 전망은 지나친 낙관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정반대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선두를 쫓고 있는 보수후보가 막판에 골든 크로스를 장담하고 있으니 뚜껑을 열어봐야 겠지만, 만일 보수가 패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보수의 분열이 중대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당초 이번 선거를 “좌파 후보 2명, 얼치기 좌파 후보 1명, 보수 우파 후보 1명의 4자 구도로 갈 것”이라면서 좌파의 분열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낙관이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4월 3일 당내 경선 승리 이후 5월1일 마지막 여론조사 때까지 줄곧 40% 이상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특히 적극투표층(66.7~70.6%)에선 48.3~53.0%의 지지율로 50%선을 오르내렸다.(5월2일 보도된 데일리안 & 알앤써치 여론조사 결과 참조) 여기에는 경선 패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승복도 나름대로 기여했다.

지난 18대 대선 결과를 보면, 박근혜 후보 51.6%, 문재인 후보 48.0%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문 후보는 자신의 몫을 일찌감치 챙긴 뒤 충성도 높은 지지세로 다지고 있는 중이다. 그에 반해 보수표심은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세 후보가 서로 차지하려고 아등바등대는 모습이다.

앞으로 당분간 여의도 정치권의 격언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진보는 통합으로 흥하고 보수는 분열로 망했다'고... 누가 옳았는지는 후세 사가들이 논할 일이지만.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