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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었던 황금연휴 ‘얌체 공시’


입력 2017.05.09 07:00 수정 2017.05.09 08:26        유명환 기자

호텔신라·동아에스티·코웨이 등 연휴 전날 늦은 오후 ‘어닝쇼크’ 발표

되풀이되는 악재성 얌체공시에 투자자만 속앓이…거래소 "뾰족한 대책 없다"

최근 황금연휴동안 호텔신라와 현대미포조선 등이 기습 공시를 통해 올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를 전혀 모르고 있던 투자자들은 넋 놓고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려졌다.ⓒ데일리안 최근 황금연휴동안 호텔신라와 현대미포조선 등이 기습 공시를 통해 올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를 전혀 모르고 있던 투자자들은 넋 놓고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려졌다.ⓒ데일리안

황금연휴 기간이면 기승을 부리는 ‘얌체 공시’가 올해에도 예외는 없었다. 시장에 비우호적인 경영정보 노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한다지만 투자자들은 속절없이 당할 수 없는 구조여서 금융감독당국 차원의 강도 높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휴 시작 전날인 지난달 28일 호텔신라는 오후 5시가 넘어서 1분기 부진했던 실적을 공시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48.2% 쪼그라든 99억9000만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78.6%나 감소한 27억원을 거뒀다. 이는 컨세선스(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수준이었다.

같은 날 동아에스티와 코웨이도 장이 끝난 후 부진한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동아에스티는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한 49억40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순손실은 112억80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코웨이는 1분기 영업이익이 2.2% 감소한 1209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754억,000만원으로 20.7% 줄었다. 비슷한 시각 한전기술은 올해 1분기 영업 손실이 1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는 공시를 장 마감 후 발표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조달 일정을 미루는 유상증자 납기일 변경 공시가 줄을 이었다. 이날 코스닥 상장사인 행남생활건강은 3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을 다음달 28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파티게임즈도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일을 다음 달로 연기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최초 공시를 한 후 6번이나 일정을 미룬 것이다. 이 같은 잦은 유상증자 일정 변경은 투자자들의 혼란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악재성 공시로 통한다.

뿐만 아니라 계약금 축소와 관련된 공시도 산발적으로 발표됐다. 현대미포조선은 선주 측 요청으로 자동차운반선(PCTC) 공급계약 규모가 3437억원에서 2549억원으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해덕파워웨이도 조선소 요청으로 기존 34억원이었던 공급 계약금 규모를 27억으로 줄였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공시 행태는 새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사태 이후 강화된 ‘공시 제도 개선안’이 발표됐으나 올빼미 공시를 막을 만한 제재 수단은 없다. 결국에는 투자자의 주의와 기업들의 자정 노력에만 의지해야 실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 마감 후나 연휴를 노린 악재성 공시가 문제가 된 건 10년이 넘었지만, 자율적인 부분이 커 일방적인 제재는 힘들다”며 “기업 스스로가 자정 작용을 거쳐 지금까지 행태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거래소가 최고의 시스템을 통해 관리 감독과 시장 질서를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10년째 이어지는 얌체 공시를 방관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에서 비롯된 대규모 손실로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같이 방치한다는 건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0월 29일 호재성 공시 때문에 같은해 9월 30일 5% 이상 상승 출발한 한미약품 주가는 악재성 공시로 장중 18%까지 폭락했다. 개장 직후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했다면 하루 새 20% 넘는 손실을 본 셈이다. 이날 개인들은 2101억원 어치를 순매수, 외국인은 74억원 순매도, 기관은 2037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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