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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 일곱빛깔무지개-15] 감사를 잊은 나라, 오늘의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이유


입력 2017.05.06 06:00 수정 2017.05.06 07:00        박진여 기자

오늘날 자유와 행복, 풍요는 과거 선조의 결단과 희생의 산물

오늘날 자유와 행복, 풍요는 과거 선조의 결단과 희생의 산물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역사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나라

배진영 통합가치포럼위원 배진영 통합가치포럼위원
지난 5월말 아내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베네치아, 베로나, 비첸차를 여행했다. 빠듯한 월급쟁이 생활이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하는 것은 아내에 대한 감사의 마음 때문이다. 나처럼 부족한 사람과 결혼해서, 여러 어려움을 참아주면서, 매사에 나를 배려해주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번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사적 인물들을 기리려는 이탈리아 인들의 노력이었다.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도, 스포르체스코 성 앞에도, 베네치아의 산자카리아 선착장 앞에도, 비첸차 성문 앞에도, 이탈리아 통일 전쟁의 영웅인 가리발디의 동상이 있었다. 밀라노에도, 베네치아에도, 비첸차에도, 어디를 가나 이탈리아 통일 운동의 이념적 토대를 마련한 주세페 마치니의 이름을 딴 마치니 거리가 있었다.

정치·군사 위인들만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아니다. 단테, 페트라르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단눈치오 등 유명한 문화예술인들의 이름을 이탈리아 어느 거리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단눈치오의 경우, 문제가 많은 인물이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유명한 시인이기는 하지만, 원조 파시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사병 집단을 조직해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 간에 영유권 분쟁이 있던 피우메라는 도시를 점령하고 파시스트 독재 정치를 폈다. 그런 '문제적 인물'도 이탈리아의 문화를 풍요롭게 한 인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공항은 마르코폴로 공항이다. '동방견문록'을 쓴 바로 그 사람, 마르코폴로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르코폴로는 물론 베네치아 사람이다. 피렌체에 있는 작은 공항의 이름은 이곳 태생의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딴, 아메리고 베스푸치 공항이다. 로마에 있는 이탈리아 대표 공항의 이름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이다.

감사를 잊은 나라

이탈리아인들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과거를 기억하려는 것일까? 아마 오랜 세월 동안 갈라져 살아온 이탈리아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안간힘일 것이다. 그들은 '우리는 이탈리아인'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인물이라면, 그가 정치인이건, 군인이건, 화가건, 음악가건, 시인이건 가리지 않고 내세운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기네 역사를 풍성하게 해 준 그들에게, 그런 이들을 낳은 조국에게 감사할 것이다. 이탈리아뿐이 아니다. 체코의 프라하에는 윌스노바 거리라는 큰 거리가 있다.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이름을 딴 거리다. 윌슨이 제1차 세계대전 후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을 위해 애써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다. 중부 유럽의 이 작은 나라를 찾는 미국인들은 자기들 대통령의 이름을 딴 거리를 걸으면서 자부심을 가질 것이고, 체코인들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다.

아까 이탈리아의 공항 이름은 언급했지만, 인천국제공항이라는 식의 밋밋한 이름을 붙이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공항, 미국 뉴욕의 존 F.케네디 공항, 라과르디아 공항처럼 국가적 혹은 지역적 위인의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우리가 후진국으로 생각하는 필리핀에서도 자기 나라 대표 공항의 이름을 니노이 아키노 공항이라고 붙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거리 곳곳에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곳'이라든가, '정도전이 살던 집터'라는 표식이 있다. 하지만 별로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다.

물을 마실 때에는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한다

중국 사천성 성도(成都)시에는 도강언(都江堰)이라는 곳이 있다. 진(秦)나라 촉군 태수 이빙과 그 아들 이랑이 BC 306~251년 건설한 수리 시설이다. 도강언은 민강의 험한 흐름을 약화시키기 위한 시설이다. 이곳에는 '이왕묘(二王廟)'라는 사당이 있다. 아득한 고대의 관원이었던 두 사람을 '임금'으로 기리고 있는 것이다. 그 감사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 도강언에는 청나라 때 세운 비석도 있는데, 거기에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즉 "물을 마실 때에는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한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생각'이라는 말에는 '감사'의 의미가 당연히 내포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쉽게 '감사'를 잊고 산다. 조국이 있다는 것, 우리가 이만한 자유와 행복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생각하며 산다. 그것을 '천부(天賦)'의 것, 그냥 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감사보다는 부족한 것에 대한 불만이 더 많다. 불만은 갈등으로, 갈등은 다시 분열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탈북 시인 장진성 씨나 김수진 씨의 시를 읽은 적이 있다. 장진성 씨는 중국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 걸린 태극기를 보고 눈물을 흘렸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면서 고마워했다. 김수진 씨는 쿠쿠밥솥에서 하얀 쌀밥을 지으면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곳이 천국"이라고 감사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부모님과 조상에 대한 감사, 오늘의 조국을 세우고 지키고 일으켜 세운 분들에 대한 감사는 국민 통합의 기초이다. 감사를 잊은 국민, 감사를 잊은 나라는 '망조(亡兆)'가 든 국민이고 나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흥하는 나라인가?

글/배진영 통합가치포럼위원

△주요 약력

·현직 : 월간조선(차장)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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