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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非文) 후보단일화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입력 2017.04.30 07:00 수정 2017.06.22 15:37        데스크 (desk@dailian.co.kr)

최대걸림돌, 짧은 시간보다 후보자 자기중심적 태도

DJ, 국가운영 권한 절반 지지율 3.3% JP에게 양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방송 토론을 시작하기 앞서 투표참여 독려 피켓을 들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방송 토론을 시작하기 앞서 투표참여 독려 피켓을 들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5․9 대선이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또 한 번의 분수령을 마주하게 됐다. 이달 12일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고 침묵을 지켜왔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대선정국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27일 밤 김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전격적으로 만났고, 다음날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회’ 구상을 밝히면서 김 전 대표에게 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김 전 대표도 사실상 이를 수락했다.

안 후보의 ‘개혁공동정부’ 구상은 당초 김 전 대표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안 후보가 제안하고 김 전 대표가 수락하는 모습이지만, 속내는 김 전 대표의 구상을 안 후보가 수용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여 김 전 대표의 입지를 살려주는 모양새다. 김 전 대표는 ‘준비위원회’를 국민의당 내부에 두지 않고 제3지역에 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제3지대 가설무대를 설치하고 ‘연대와 연정’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있기 이틀 전인 지난달 8일 김종인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궤멸 일보직전이던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었던 김 전 대표가 자신이 소생시켰던 당을 떠난 것이다. 김 전 대표의 입장은 분명하다. 비(非)패권지대에 친박-친문의 패권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들이 모여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헌을 통해 새로운 국가운영의 틀을 짜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대선이 불과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의 마지막 승부수, 가능성 희박한 것도 사실

그러면 김종인의 마지막 승부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우선 시간이 촉박해도 너무 촉박하다. 더군다나 보수진영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상승세를 타고 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완주하겠다는 의지는 도저히 꺾일 것 같지 않다. 그에 반해 안철수 후보의 하락세는 확연히 보일 정도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조만간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앞지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명분을 앞세우든 비문(非文) 후보단일화는 실현가능의 선을 넘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만에 하나 비문 후보단일화에 성공했을 때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1997년 DJP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후보단일화는 당시의 정치문법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의 후보단일화 협상과정도 마찬가지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물과 기름, 아니 불과 물 같은 두 정치세력이 전격적으로 합침으로써 1997년 2002년 두 번은 집권에 성공했고, 나머지 한 번은 집권에는 실패했으나 그 에너지를 이번 2017년 대선까지 끌어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충남 천안 동남구 만남로에서 가진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충남 천안 동남구 만남로에서 가진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단일화, 1등 이길 수 있고 누구나 단일후보 가능성 열려 있어야

후보단일화에도 일정한 흐름이 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 그리고 2012년 문재인-안철수의 사실상 단일화 과정을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우선 1등 후보가 압도적이 아니어야 한다. 2등과 3등의 지지율을 합쳐 봐도 1등에 턱없이 못 미치면 굳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버려가면서까지 단일화에 응할 까닭이 없다. 둘째는 2등과 3등 후보 모두가 잘만 하면 자신이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런 희망이 없다면 왜 애써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 좋은 일 시키려 들겠는가.

2002년 후보단일화 직전의 한국갤럽 조사 지지율은 1등 이회창 32.3%, 노무현 25.4%, 정몽준 25.1%였다. 단일화 성사 직후 조사에서 이회창 37%, 노무현 43.5%로 결국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2012년도 비슷하다. 단일화 직전 박근혜 39%, 문재인 24%, 안철수 20%였고, 단일화 직후 박근혜 45%, 문재인 42%로 이 흐름은 투표일 당일까지 계속됐다. 그렇다면 지금 대선판세는 어떤가? 28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40%-심상정 7% 대 안철수 24%-홍준표 12%-유승민 4%이다. 즉 진보진영이 47%이고 중도․보수진영이 40%이다. 액면으로는 비문 단일화를 해도 정말 쉽지 않은 구도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울산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울산 울산대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비문 단일화는 ‘샤이 보수’, 선거 포기 유권자를 깨워 승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문 후보단일화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이른바 ‘샤이 보수’, 숨죽이고 있거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손 놓고 있는 유권자들을 깨우자는 것이다. 당장 28일자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5.8%만이 자신을 보수라고 응답했다. 반면 진보라고 응답한 비율은 32.9%, 중도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29.1%다. 실제 우리 국민들의 이념적 분포와는 차이를 보인다. 만약 비문 후보단일화가 실제로 이루어졌을 때 지금의 응답자들의 이념적 분포와는 확연히 다른 지지율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부산 서면을 방문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부산 서면을 방문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국민을 적폐청산 주체와 대상으로 나누자는 데 누가 흔쾌히 동의할까

무엇보다 중도 및 보수 유권자들이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졌던 상황, 즉 ‘안희정의 선전’과 ‘안철수의 약진’에 어떤 함의가 있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문 후보의 적폐청산과 국가대청소 구호에 대한 반감이었다. 문 후보도 안 후보가 약진하자 적폐청산 구호를 뒤로 미루었다. 그런데 28일 발표한 민주당의 최종 대선공약집의 첫머리는 ‘촛불혁명의 완성으로 국민이 주인 된 대한민국’이다. 적폐청산을 위해 (가칭)‘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과거의 잘못된 것을 극복하고 부정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국민을 적폐청산의 주체와 대상으로 나누자는 데 누가 흔쾌히 동의할까.

현실적으로 비문 후보단일화의 마지노선은 5월3일다. 5월2일 마지막 후보토론회가 있고, 3일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발표할 수 없다. ‘깜깜이 선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4~5일 이틀 동안 사전투표가 있다. 사전투표율은 17% 내외로 전체 투표의 1/5~1/4 정도에 이를 것이다. 때문에 사전투표 이후에 단일화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많은 사표(死票)를 양산하고 승패에도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단일화 최대걸림돌, 짧은 시간보다도 후보자 자기중심적 태도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 과거 1997년 DJP 합의가 그랬듯이 후보단일화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통 큰 양보가 절대적이다. 당시 한국갤럽 조사 지지율 34.3%의 DJ는 각료임명권을 비롯해 국가운영의 절반을 지지율 3.3%의 JP에게 양보했다. 김종인 발(發) 비문 후보단일화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시간도, 그 무엇도 아니다. 바로 후보자들의 자기중심적 태도일 것이다.

글 / 황태순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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