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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정치실험 좌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당의 업보인가


입력 2017.04.28 10:22 수정 2017.06.22 15:43        데스크 (desk@dailian.co.kr)

후보 단일화 압박과 지방조직 붕괴, 탈당 도미노 우려

권력공유 뒤 탄핵 앞장…정치도의에 배치 인식 '주홍글씨'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후보직 사퇴와 타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 등을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상임선대위원장, 유 후보, 주호영 상임선대위원장, 이종구 정책위의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후보직 사퇴와 타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 등을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상임선대위원장, 유 후보, 주호영 상임선대위원장, 이종구 정책위의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후보 단일화 압박과 지방조직 붕괴, 탈당 도미노 우려
권력공유 뒤 탄핵 앞장…정치도의에 배치 인식 '주홍글씨'


대선이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치달으며 후보들간 우열이 드러나고 있다. 빅5 중 위기에 봉착한 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다. 후보등록 직후부터 바른정당 의원들은 유승민 후보의 사퇴와 반문연대를 간헐적으로 요구했다. 지지율 답보로 전쟁 중인 장수가 아군에게 발목이 잡힌 꼴이었다. 급기야 긴급의총이 열려 유승민 후보의 완주 의지를 확인하고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다른 당과의 연대 추진을 분명히함으로써 언제든지 불씨가 재연(再燃)할 여지를 남겨놓았다.

구 새누리당에서 탄핵주도세력들이 떨어져 나와 창당한 바른정당은 첫 여론조사를 정점으로 지지도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창당시 대선후보로 염두에 두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치명타였고, 그후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간의 '도토리 경선'은 국민들의 주목을 끌지 못해 컨벤션효과도 없었다. 유승민 의원은 탄핵이 인용되면 자신과 바른정당의 지지도가 상승할 거라고 자신했지만 대통령 파면 후 바른정당의 지지도는 더욱 하락해 정의당에게조차 추월당했다.

조반유리(造反有理)라, 바른정당 의원들이 대선 후보를 돕지 않고 사보타주를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세 좋게 새누리당을 깨고 나왔지만 3%대 지지율의 대선후보로는 미래가 없다. 당장 의석수 비율로 받은 63억원의 선거보조금만 다 날릴 상황에 직면했다. 다음 총선도 이 상태라면 포기해야 할 판이다.

내년에 지방선거를 치뤄야 할 지방의원들의 동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탈당 도미노사태까지 우려된다. 바른정당 1대 주주인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 시의원 7명이 보따리를 싸고 자유한국당으로 원대복귀할 정도다.

몇일 전 대선후보 TV토론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승민 후보에게 끝까지 완주하라는 덕담까지 건냈다. 말이 덕담이지 치욕이다. 어쩌다 원내 33석의 정당이 6석의 정의당보다 못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바른정당의 태생적 한계에서 찾아야 한다.

바른정당은 과거 3김과 같은 지역기반도 없고 이념도 어정쩡하다. 월등한 리더가 부재한 상황에서 모두가 똑똑한 33인 33색이다. 유일한 공통점은 '비박(非朴)'이라는 것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서 당을 만들었고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앞장선 세력이다. 그리고 탄핵소추 이후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야당보다 더 야멸차게 박 전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리곤 결국 박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을 이끌어냈다. 호불호를 떠나 엄청난 성취다.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친 가장 큰 이유는 핵심 지지층인 보수우파 진영의 외면이다.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탄핵정국에서 정신을 차린 보수진영이 느낀 건 배신감이다. 바른정당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혼란을 탄핵으로 단죄했지만, 과연 그들이 박 전 대통령을 단죄할 자격이 있냐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비박들은 박근혜 정권에서 자신들이 소외받고 핍박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권 출범 후부터 비박과 반박은 어찌됐든 늘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정권출범 후 첫 당대표 선출부터 비박의 김무성 의원이 친박의 서청원 의원을 이겼다. 국회의장도 비박의 정의화 의원이 친박의 황우여 의원을 현역의원들 표결에서 이기고 자리를 차지했었다. 원내대표 역시 유승민 의원이 친박 이주영 의원을 꺾고 차지했다.

광역단체장 역시 비박(非朴)과 반박(反朴)이 주류를 이뤘다. 정몽준 서울시장후보가 비박이었고 남경필 경기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원희룡 제주지사까지 두세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비박과 반박이 차지했었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정권은 장관 몇 자리를 제외하고는 국회직과 당직 그리고 광역단체장 대부분이 비박이었고 그들이 어엿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조기 대선이 현실이 되었다.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겪으며 거의 괴멸상태에서 대선을 맞게 된 보수우파는 멘붕에 빠졌다. 탄핵의 후유증으로 보수가치가 난타당하는 참담한 현실에서 이 모든 사단이 바른정당 탄핵파 때문이라는 지적이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아무리 대통령이 잘못을 했더라도 같은 당에서 탄핵에 앞장선 것은 정치도의와 정당정치의 기본이념에도 배치되는 것이란 감성적인 인식도 퍼졌다.

여기에 또 하나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이 말한 ‘진정한 보수’ 역시 초점도 없고 피부에 와 닿지도 않았다. 솔직히 유권자들이 느끼는 유승민 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오히려 좌파에 가깝다. 적어도 경제부문에선 확실히 그렇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유 후보는 대기업에 대한 적대의식과 증오심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그러면서 보수를 이야기하는 건 설득력도 없고 확장성도 없다.

어쨌든 현시점에서 이변이 없는 한 바른정당의 정치실험은 실패한 듯하다. 유승민 후보가 완주하더라도 소기의 성과는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대선이 종반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합종연횡을 하기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

지난 TV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말했듯 단일화 논의는 바른정당의 생존을 위한 옵션이다. 호남지역 표심을 놓고 문재인 후보와 각축을 벌리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입장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부담스럽다. 배신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서도 바른정당과의 재결합은 명분도 없고 득표에도 도움이 안될 듯 하다.

즉 대선 막바지 살얼음판을 걷는 각 진영의 입장에선 확실한 고정 지지층이 없는 바른정당은 '계륵'이다. 이 시점에서의 어설픈 ‘정치공학’은 치유 불가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배신이라는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기고 대선에 임하고 있는 바른정당의 고전은 예측한 대로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당의 업보다. 이 업보를 극복하고 이번 대선에서 완주할지, 그리고 대선 후 정국에서 살아남을지가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글 / 윤종근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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