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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윙백 기용, 포체티노만의 잘못?


입력 2017.04.23 18:48 수정 2017.04.23 23:10        데일리안 스포츠 = 박철민 객원기자

토트넘, 첼시에 패하며 FA컵 결승 진출 좌절

손흥민 윙백 기용 논란, 맞지 않는 옷?

포체티노의 손흥민 윙백 기용은 명백한 실패다 ⓒ 게티이미지 포체티노의 손흥민 윙백 기용은 명백한 실패다 ⓒ 게티이미지

23일(한국시각)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FA컵’ 4강전에서 결승 티켓은 첼시에 넘어갔다.

무엇보다 이 경기에서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바로 토트넘 포체티노 감독의 손흥민 윙백 기용이었다. 토트넘은 올 시즌 쓰리백을 사용할 때 경기력이 가장 좋았고, 폼이 오른 손흥민을 함께 사용하기 위해 내놓은 포체티노의 파격선택은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토트넘의 왼쪽은 돌아오지 않는 윙백으로 인해 공간이 발생했다. BBC 중계 캡처 토트넘의 왼쪽은 돌아오지 않는 윙백으로 인해 공간이 발생했다. BBC 중계 캡처

레프트 윙백이라는 익숙지 않은 옷을 입은 손흥민은 수비보다 공격 진영에 더 많이 머물렀다. 공수전환이 빠른 첼시를 상대로 공격적인 손흥민을 수비수에 배치한 포체티노의 선택은 좋지 않은 결과를 불렀다. 사실상 베르통헌이 LCB와 LWB의 역할을 홀로 수행해야 했다. 공격수 출신으로 윙백에 배치된 모제스는 오히려 손흥민이 없는 공간을 여유롭게 활보할 수 있었다.

윙백이 아니었어도 캉테를 버리고 나온 건 실수다. BBC 중계 캡처 윙백이 아니었어도 캉테를 버리고 나온 건 실수다. BBC 중계 캡처

손흥민이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었다고 하지만 선수는 자신이 수비수로 나섰다는 점을 인지해야 했다. 마크해야할 윌리안이 눈앞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베르통헌을 믿고 맡겨뒀어야 했다. 손흥민이 캉테를 놓고 달려드는 과정에서 캉테에게 공간이 생겼고, 그 공간에서 캉테가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 윙백이 아니라 공격수로 출전했더라도 본인이 마킹하는 선수를 버리고 달려드는 행위는 좋지 못한 선택이다.

토트넘의 돌아오지 않는 윙백들. BBC 중계 캡처 토트넘의 돌아오지 않는 윙백들. BBC 중계 캡처

오른쪽의 트리피어 그리고 왼쪽의 손흥민까지, 토트넘의 수비 빌드업 과정에서 윙백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측면으로 열어줄 수 없던 센터백들은 뒤로 백패스 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수비수들의 백패스를 유도하게끔 첼시는 더더욱 강하게 공격진영에서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윙백이기에 수비진영으로 가담해주는 모습은 필요했다.

사후징계가 필요한 알리의 행동. BBC 중계 캡처 사후징계가 필요한 알리의 행동. BBC 중계 캡처

알리가 실수로 다비드 루이스를 밟았다면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리는 밟고 난 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갔다. 고의였다고 단정하긴 어려우나, 알리의 지난 과거 행적들을 미루어볼 때 고의라고 볼 확률이 높다. FA는 알리의 행동에 대해 사후 징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태클 장면. BBC 중계 캡처 문제의 태클 장면. BBC 중계 캡처

모제스가 이 장면에서 닿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이빙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전에 손흥민이 불필요하게 슬라이딩 태클을 들어간 점도 먼저 봐야한다.

일단 손흥민의 태클은 부정확했다. 두발로 태클이 들어갔음에도 공을 건드리지 못했으며, 스터드도 들려있었다. 손흥민의 태클이 조금이나마 공을 건드리려는 모습이 있었다면 PK가 선언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태클이 엉성했기에 모제스의 다이빙이 더 그럴듯해 보였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해야만 수비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가서 크로스를 못 올리게끔 막아주고 방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모제스의 플레이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손흥민이 적극적으로 붙어주기만 했다면 볼을 끌다 부정확한 슈팅을 날렸을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의 불필요한 슬라이딩 태클이 PK를 내줬으며 분위기도 첼시로 넘겨줬다.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손흥민. BBC 중계 캡처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손흥민. BBC 중계 캡처

알리의 동점골로 2-2 균형을 맞춘 상태에서 토트넘의 왼쪽 윙백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하프타임 토크에서 포체티노가 손흥민에게 공격적인 롤을 주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리피어도 돌아온 상태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윌리안을 노마킹으로 풀어놓는 다는 것은 실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측면 공격수들의 수비가담을 중요시 여긴다. 윙백이 아니었어도 손흥민은 윌리안을 방해하기 위해 어느 정도 내려왔어야 했다.

박스 바깥에 노마킹으로 자유롭게 있었던 에당 아자르. BBC 중계 캡처 박스 바깥에 노마킹으로 자유롭게 있었던 에당 아자르. BBC 중계 캡처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디에고 코스타와 에당 아자르는 콩테의 필살기였다. 바추아이와 윌리안으로 토트넘과 동률을 맞춘 상태에서의 투입이기에 첼시의 공격에 힘을 실어줬다. 토트넘은 그런 아자르를 세트피스 상황에서 노마킹으로 내버려두었다. 박스 안에서의 공중볼 경합에 집중한 나머지 박스 바깥의 아자르에게 아무도 붙어주지 않았다.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아자르에게 노마킹이라는 것은 사실상의 실점과 다름없다.

마티치의 득점장면도 박스 바깥의 헐거움이 한몫했다. BBC 중계 캡처 마티치의 득점장면도 박스 바깥의 헐거움이 한몫했다. BBC 중계 캡처

마티치의 환상적인 중거리슛도 마찬가지로 토트넘의 헐거운 박스 바깥 수비 덕분이었다. 완야마와 뎀벨레가 측면으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마티치의 중거리슛을 제지해줄 수 있는 자원은 없었다. 시즌 시작 전, 목표를 10골로 잡았던 마티치의 마수걸이 득점은 런던 라이벌의 헐거운 수비 덕분에 4월에서나마 터질 수 있었다.

루이스의 커팅, 교체투입 타이밍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첼시. ⓒ 그래픽 박철민 루이스의 커팅, 교체투입 타이밍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첼시. ⓒ 그래픽 박철민

손흥민의 LWB뿐 아니라 중원의 헐거운 수비로 결승진출에 실패한 토트넘. ⓒ 그래픽 박철민 손흥민의 LWB뿐 아니라 중원의 헐거운 수비로 결승진출에 실패한 토트넘. ⓒ 그래픽 박철민

포체티노는 무리하게 공격을 강화하려다 오히려 수비력 약화를 불러오며 자멸했다. 손흥민이 LW기에 수비를 못한다고 합리화시키기에는 수비력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첼시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릴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페드로, 윌리안 그리고 아자르까지 측면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토트넘이 시즌 막판 역전 우승을 꿈꾼다면 아무리 다득점을 올리는 손흥민이라도 수비력 및 가담능력을 보완해야 한다. 손흥민의 이런 수비능력이라면 큰 경기에서 포체티노가 기용할 가능성은 점점 떨어질 공산이 크다.

박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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