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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거짓말 논란은 색깔론 아니라 본질의 문제다!


입력 2017.04.24 00:00 수정 2017.06.22 15:43        데스크 (desk@dailian.co.kr)

기권 방침 통보에 남측 태도 주시 반응?…설득력 떨어져

"워터게이트는 도청게이트가 아니라 거짓말게이트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돌출무대로 나오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돌출무대로 나오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기권 방침' 통보에 '남측 태도 주시' 반응?…설득력 떨어져
"워터게이트는 도청게이트가 아니라 거짓말게이트였다"


10년 전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한 ‘대북 결재’ 논란이 진실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이 새롭게 폭로한 북한 측 전통문 등 관련 자료들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 임기를 반년도 안 남긴 시점이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표현처럼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화해라는 대명제에 변경불가의 '대못'을 박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그리고 무리하게 10·4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11월21로 예정된 UN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사국으로 당연히 ‘찬성’을 해야 하나 북한의 반발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송민순의 ‘찬성’ 소수의견 vs 문재인 등 ‘기권’ 다수의견

11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송 장관은 명분론 차원에서 ‘인권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고 소수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찬성하더라도 북의 반발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현실론에 입각한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등 다수는 ‘기권’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18일 다시 열린 조정회의에서 같은 상황이 재연되자 김만복 원장은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비서실장이 “확인해보자”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국정원은 이 문제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의사를 타진했고, 11월 20일 '아세안+3' 회의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노 대통령이 송 장관을 불러 북한의 입장이 담긴 전통문을 보여줬다. 국정원장과 안보실장을 거쳐 노 대통령에게 보고된 전통문에는 ‘남측이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남측이 진심으로 10·4 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임’이라고 적혀있다.

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을 맞은 2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시민들이 한 대선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을 맞은 2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시민들이 한 대선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통문, 사전 문의해 받은 북측 입장 vs 사후 통보해 받은 북측 반응

이 내용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송 전 장관은 정부 입장을 정하기 전에 북한에 문의해 ‘입장’을 통보받은 것이며 이에 따라 20일 기권방침을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문 후보 측은 안보정책조정회의 다음날인 11월16일 노 대통령 주재로 송 장관, 이 장관, 백 실장, 문 실장, 김 원장 등이 참석한 관저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양 장관의 주장을 들어본 뒤 기권방침을 이미 정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20일 전통문은 기권방침을 북한에 통보한 뒤 그 ‘반응’을 받아 송 장관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줬다는 주장이다.

어느 측의 주장이 맞는지는 북한에 통보한 전통문을 확인해보면 바로 드러날 것이다. 문 후보도 "송민순 전 장관이 주장하는 전통문이 국정원에 있을테니 국정원이 전통문을 공개하면 깨끗하게 증명된다"고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국정원은 전통문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당장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기권 방침 통보에 '남측 태도 주시' 반응?…설득력 떨어져

다만, 북에서 온 전통문 내용을 찬찬히 보면 남에서 보낸 전통문의 내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과연 문 후보 측 주장대로 ‘결의안 기권 방침’을 북에 통보했는데, 북의 반응이 “남측이 진심으로 10·4 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발전을 바란다면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임”이라고 왔을까?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이 남측의 기권 방침을 접했다면 “남측의 방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10·4 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발전을 위해선 당연한 결정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협력 속에 남북 관계가 발전해나가길 바란다”는 식의 ‘환영’ 반응이 나와야 그럴싸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을 맞은 2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시민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을 맞은 2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시민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 후보, 애당초 남북관계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정면돌파 시도했어야

문 후보는 당시 노 정권의 실세로서 노 정권의 업적인 10·4 합의에 균열이 가는 것을 피하고 싶었을 바람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다면 송 전 장관에 의해 처음 문제 제기됐을 때 ‘북측 입장 사전 문의’가 당시 남북관계를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당당히 밝히고 정면돌파를 시도했어야 했다. 지금도 대선공약으로 노 정권의 남북화해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것을 내세운 만큼 더더욱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처음부터 이러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북한 측에 물어 본 적도 없고 물어 볼 이유도 없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다가 대선 TV토론에서는 상대후보의 추궁에 "국정원이 해외정보망을 통해 수렴한 의견이었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후 송 전 장관에 의해 북한 전통문이 공개되자 국정원이 독자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왔다 갔다 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고 이 의혹이 불거진 후 7개월 동안 문 후보는 서너 차례 거짓말을 한 꼴이 되어 버렸다.

워터게이트는 도청게이트가 아니라 거짓말게이트였다

리차드 닉슨 미대통령은 선거전에서 상대 후보 사무실에 불법으로 도청장치를 한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했다. 그러나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끌어 내린 건 도청을 했단 사실이 아니라 그 도청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한 거짓말이었다. 워터게이트는 도청게이트가 아니라 거짓말게이트였다.

대통령 재직시 무수한 섹스스캔들로 탄핵 직전까지 간 빌 클린튼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국민들은 클린튼의 버라이어티한 성취향에는 관대했지만 그 스캔들을 덮기 위한 거짓말에는 못참았다. 결국 클린튼은 TV 생중계되는 재판에서 사실을 시인하고 나서야 탄핵을 면하고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그런 ‘거짓말 무감각증’과 ‘온정주의’가 우리나라 정치를 망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을 맞은 2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선거운동 돌입 후 첫 주말을 맞은 2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플라톤, 정치지도자의 거짓말 엄격하게 단죄돼야…

플라톤은 위정자들의 거짓말이 피치자의 무관심과 정치불신을 야기해 결국은 국민들의 불행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지도자의 거짓말은 엄격하게 단죄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을 거짓과 불법으로 단죄하고 그 결과 갑작스럽게 치르는 선거이다. 문 후보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기까지 거짓과 위선의 화신인 냥 얼마나 매섭게 몰아부쳤는지 벌써 잊은 듯하다.

이런  선거판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지율 1위의 문 후보가 또 다시 거짓과 위선 논란에 휩싸여 있다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문 후보가 이번 의혹에 정확한 반론과 해명보다는 ‘역색깔론’으로 몰아가는 것도 옳지 않다. 자신의 색깔을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역색깔론 공세가 시대착오적이다. 언발에 오줌 누기고, 신발 위로 발등 긁기(격화소양·隔靴搔痒)일 뿐이다.

거짓말 논란은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의 문제

거짓말 논란은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의 문제다. 후보 본인의 기본적인 자질과 인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고소고발로 자갈을 물리려는 것도 온당한 정치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들은 자신의 색깔에 떳떳하고 정직한 대통령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글/ 윤종근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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