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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의 '주적'은 북이 아니라 서로 서로?


입력 2017.04.22 07:15 수정 2017.10.16 10:1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적은 모른 척하고 경쟁자를 적으로 여기는 후보들

북 도발 저지하고 '협치의 리더십' 펼치는 후보 골라야

대선기간 시작 초기부터 해묵은 ‘주적논란’이 뜨겁다.

미증유의 위기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게 ‘적’은 누구고 ‘경쟁자’는 누굴까? 이런 기초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칠레의 전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는 ‘정치지도자는 적과 경쟁자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주의정권을 선거를 통해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준 인물이다. 그의 신념과 행동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을 현실화시켰다. 그는 경쟁자들을 포용해 광범위한 좌파동맹을 이루고 이를 통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는 결국 정치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칠레인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되었다.

우리나라 유력 대선후보들은 ‘적과 경쟁자’를 분별치 못하는 것 같다. 적어도 선거기간의 행태는 그렇다.

대통령직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문재인 후보는 국방백서에 기술된 적을 적이라 하지 못하고 그 적의 눈치만 본다. 반면, 대선 경쟁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한다. 아옌데의 관점에서 그런 문재인 후보는 정치리더로서 자격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번 대선과정을 보며 많은 국민이 실망하는 것 같다.

TV토론에서 ‘북한이 주적이라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문재인 후보는 엉뚱한 말로 얼버무렸다. 나아가 그 캠프와 지지자들은 ‘색깔론’, ‘정치공세’라며 반발했다. 사람들은 ‘삼디’논란에서 문 후보가 이야기한 홍길동을 인용하여, ‘주적을 주적이라고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가’이라며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경쟁자들에게 가혹했다. 경선에서 안희정 지사는 ‘정떨어진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가수 전인권 씨 등은 탄핵국면에서는 동지라고 하더니 지금은 ‘적폐’의 낙인을 찍어 공격한다. 그들의 공격은 당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TV토론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문 후보에게 ‘문 후보 지지자들이 전인권 씨에 대해 “적폐가수”라며 공격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주춤거리더니 "우선 제가 한 건 아니잖습니까”하며 대응을 회피했다.

문 후보는 극성 지지자들의 과한 행동에 대해 어떤 때는 ‘양념’이라고 두둔했다가, 비난이 거세지면 마지못한 듯 자제를 당부했다. 지지자들은 문후보의 대응에 나타난 속뜻을 헤아려, 다시 경쟁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요청을 하지 않았으되,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자들을 독려한 것이다.

요즘 문 후보 캠프에서 나온 문건을 보면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의 근원이 문 후보 캠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물론 캠프에서는 ‘선대위의 공식문건이 아니다’고 발을 뺏다. ‘대외비’라고 찍혀있는 문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긴 힘들었겠지만, 역시 책임있는 해명은 아닌 것 같다. 한때 동지였다가 이제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에 대한 문 캠프의 대응이었다

안철수 후보도 ‘주적론’에서는 문 후보를 비판하지만, ‘적’에 대한 입장은 명쾌하지가 않다.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드배치 당론을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후속조치는 감감하다. 그는 북의 눈치를 본다기 보다 특정지역이나 당지도부(특정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는 듯하다. 적어도 그는 ‘햇볕정책’이라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입으로는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과거’에 포획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박지원 상왕론’이 불식되지 않고 계속 안철수 대권가도에 발목을 잡는 것이다.

유력후보들이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다른 후보들도 적과 경쟁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데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대선후보 모두가 ‘통합’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통합의 대상은 서로 다르다. 결국 적을 확실히 규정하여 국민의 힘을 모으고, 경쟁자와의 통합을 통해 국가를 잘 이끄는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통합’은 위기를 극복하고 국력을 모아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드는 전제조건이다. 한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후보들은 적과 경쟁자를 구분하지도 못하고, 국민통합에 대한 신뢰를 주지도 못한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밤잠을 설치면 TV앞에 앉고 또 실망하길 거듭한다.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은 박근혜 전대통령과는 다른 환경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대선에서 유권자 득표율도 과반을 얻기 힘들고, 국회 의석도 과반이 될 수 없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와 국회 과반의 힘을 갖은 정권도 불명예 퇴진했다. 그 피맛을 기억한 여론이 다음대통령에게 오래도록 관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은 지금의 경쟁자들을 아우르고 타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들을 섬기는 ‘협치의 리더십’을 갖아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일들이 끝나고 처음있는 대선이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유권자도 더욱 현명해 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어느 후보가 적과 경쟁자를 잘 구분하느냐’가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의 운명과 우리 자식들의 미래가 걸려있다. 지금이 과거의 불행에서 값진 교훈을 얻느냐 과거의 어두운 유산을 답습하느냐의 갈림길인 샘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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