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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 일곱빛깔무지개-9] 신중한 배려가 아름답다


입력 2017.04.23 05:00 수정 2017.04.23 05:02        박진여 기자

배려는 권리가 아니다…배려의 무분별한 오남용 경계해야

준법정신 바탕으로 진정한 배려 실현…사회구성원 교육 중요

배려는 권리가 아니다…배려의 무분별한 오남용 경계해야
준법정신 바탕으로 진정한 배려 실현…사회구성원 교육 중요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황인희 통합가치포럼위원 황인희 통합가치포럼위원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배려를 가장 아름다운 말로 여기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이 사회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배려가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얼핏 보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 배려라는 말이 너무 남용되어 피로감을 주고 있다. 가끔은 그 뜻이 잘못 사용되기도 한다. 이대로 '배려'의 오남용을 방치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려'라는 말이 우리를 괴롭히는, 추악한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그래서 배려가 우리 사회에서 정말 아름다운 말로 제 구실을 하게 하려면 그에 앞서 몇 가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배려는 자신과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배려는 톨레랑스(Tolerance)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말로 관용이라고 번역되지만 남을 너그럽게 용서한다는 뜻의 관용을 베푸는 것과는 의미의 차이가 있다. 톨레랑스는 정치, 종교, 도덕, 학문, 사상, 양심 등의 영역에서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의 입장을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이나 태도가 나와 다른 것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 배려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끌어들이고, 그 후에 위로해준다고 그것이 배려가 될 수 없다. 타인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내가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의 생각과 태도를 존중하는 것 그 자체가 배려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말을 혼용해 쓰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남과 내가 '다른' 것을 '틀렸다'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언어 습관이 톨레랑스를 막고 그에 기초한 배려를 왜곡할 수 있다.

강요된 배려는 배려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과 상처

배려가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강요된 배려를 해야 하는 경우 '배려해야' 하는 사람은 반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배려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게도 된다. 그런 상황은 배려를 받는 사람들에게 모욕감과 상처를 줄 수 있다. '사회배려자'들이 쉽게 따돌림 받는 이유도 강요된 배려 때문이다.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혜택을 받고 입학한 친구들을 더 따뜻하게 보살핀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자신들보다 쉽게 시험을 통과한 '사배자'에 대해 반감을 갖고 그가 가지고 있는 '배려' 대상이 되는 약점을 가지고 조롱하고 못 살게 구는 경우는 많다. 부모의 이혼으로 '사배자' 가 되고 '사배자 전형'으로 국제중학교에 입학했던 이재용 씨의 아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끝내 그 중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된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는 현상이다.

배려는 권리가 아니다…배려의 무분별한 오남용 경계해야

배려를 권리로 알아서는 안 된다. 배려는 남이 베풀어주면 감사한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받는 입장에서 '받을 권리'를 주장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경제적 약자라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불행에 처했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잘못을 용서받고 탈법과 위법을 마음대로 저지를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당연한 얘기가 지켜지지 않아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대로 타인이 원하지 않는 배려를 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상황은 생각지 않고 자기 멋대로 '배려'를 해놓고 상대가 자신의 배려를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욕하는 사람도 많다. 배려가 무분별하게 오남용된 결과다.

준법정신 바탕으로 진정한 배려 실현…사회구성원 교육 중요

배려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배려의 이름으로 탈법, 위법이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일을 해결해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은 다섯 살 이전의 어린 아이가 하는 짓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배려도 법 안에서 이뤄져야 빛을 발할 수 있다. 배려를 가르치려면 먼저 준법을 가르쳐야 한다.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서로 스스로 의무를 다했는가를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진정한 배려도 가능하다. 제대로 된 배려의 방법은 교육을 통해서 전달된다. 그 교육은 학교 교육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교육, 사회교육 등을 모두 포함한다. 물론 학교 교육도 큰 영향을 끼친다. 국민의 의무보다는 주민 소환이나 시민 불복종 등을 더 많이 가르치는 지금의 학교 교육으로는 배려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일어난 배려의 풍조와 그 아름다운 이름이 빛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먼저 배려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배려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인성을 기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글/황인희 통합가치포럼위원

△주요 약력

·현직 : 두루마리역사연구소 소장
·학력 : 이화여대
·경력 :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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