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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에게서 이회창 오버랩되고, 홍준표에게서 노무현 보인다
대세론 업은 문재인, 야당 답지 않고 소극적…부자 몸조심
비주류 아웃사이더 홍준표가 훨씬 극적이고 노무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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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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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근 정치평론가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강원도 원주 중앙동 시장길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세론 업은 문재인, 야당 답지 않고 소극적…부자 몸조심
비주류 아웃사이더 홍준표가 훨씬더 극적이고 노무현스럽다


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라고도 칭한다. 선출된 인재라는 뜻이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장관들을 세워놓고 윽박지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임명직에 대한 선출직의 우월감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들 말한다. 즉 국민의 대표라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선량이 되기 위해서는 선거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수십만 민심으로부터 선택받는 과정이 결코 녹녹치 않다. 하다못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된다는 게 선출직이다. 민심을 얻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국회의원이 이럴진데 전국민의 민심을 얻어야 하는 대통령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다.
조석변(朝夕變)하는 민심의 바다에서 살아 남아 승자가 되는 길은 실로 험난하다.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웬지 치열함이 안보인다. 탄핵 이후에 치러지는 선거이다 보니 여당이 너무 지리멸렬한 듯하다. 언론이 일찌감치 양강구도로 몰아가는 것도 한몫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앞선 후보는 '부자 몸조심' 한다고 몸을 사린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0일 오전 인천 종합터미널 광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대세론 업은 문재인 후보, 야당 답지 않고 소극적

특히 대세론을 업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행보가 야당 답지않고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특히 TV 토론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당사자 입장은 다르겠지만, 대세론에 의거한 수동적 선거 캠페인은 유권자 입장에서 재미도 없고 후보의 검증이라는 측면에서도 많이 아쉽게 느껴진다.

역대 대선중 최고의 흥미를 끌었던 선거는 1노3김이 대결한 1987년 첫 직선제 선거를 제외하면 2002년 대통령선거가 아닌가 한다.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의 반전과 의외성이 압권이었다

2002년 3월 새천년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당을 바꾸어 1997년에 이어 두번째로 대선에 도전하는 이인제 후보가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하며 낙승이 점쳐졌었다. 그러나 첫경선 지역인 울산에서 노무현 후보가 1위를 하는 이변이 연출되었다.

이때만 해도 울산이 노무현 후보의 출신지인 부산의 영향권에 있는 탓으로 치부하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번째 경선지역인 광주에서 노 후보가 지역 맹주인 한화갑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이기며 2위 이인제 후보를 연달아 제압했다. 이때부터 이인제의 대세론은 소멸되고 노무현이 파죽지세로 대선 후보로 등극한다.

반전과 이변은 본선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1997년에 이어 두번째 대권에 도전한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은 확고해 보였다. 아들의 병역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었지만, 노무현·정몽준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 30%대 후반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며 대선전을 선도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제3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열린 강원도장애인복지대상 시상식에서 5대 장애인 복지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뒤집어진 이회창 대세론과 그 전철 피해갈지 주목되는 문재인 대세론

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대세론에 안주하며 인재영입이나 보수우파 세력의 외연확장에 소홀했다. 후보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도 소극적이었다. 그러다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후보 단일화 이벤트와 선거 직전 정몽준의 '노무현 지지 철회' 등으로 격변하는 민심의 쓰나미를 견디지 못하고 침몰하고 만다. 예선에 이어 본선도 대세론이 뒤집어진 선거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이회창 후보의 전철을 밟아갈지 주목된다. 2002년 이회창 후보의 선거 포스터 구호는 '나라다운 나라'였다.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의 포스터 구호는 '나라를 나라답게'다. 너무도 닮았다. '든든한 대통령'이란 부제에서도 '부자 몸조심'의 티가 역력하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을 깨야 되는 추격자의 입장에서 요란하고 거침없었다. 그런 치열한 선거전 결과 이회창의 대세론을 깨고 대통령이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오히려 더 도전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후보에게서 이회창이 오버랩되고 홍준표 후보에게서 노무현이 보인다. 선거전에서 아들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이회창과 문재인은 닮았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석명(釋明)하기보다는 대충 얼버무리고 넘기고자 하는 것도 비슷하다.

문재인과 홍준표 후보는 정치입문 이후 걸어온 길도 상반된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적장자(嫡長子)로서 권력의 중심부에서 평탄하게 대선 후보가 되었다. 지난 대선 이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관의 권력 실세로 자타가 인정하는 가운데 대세론을 형성, 여기까지 와있다. 15년전 이회창 후보의 행보 그대로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평택 해군2함대를 방문해 보훈·안보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비주류 아웃사이더 홍준표가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노무현스럽다

반면 홍준표후보는 늘 비주류, 아웃사이더였다. 정치역정만 보더라도 홍준표가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노무현스럽다. 항소심에서 성완종 사건의 굴레를 벗고 예상치 못한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전격적으로 대선후보가 된 과정도 평범하지 않다.

또하나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이인제와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을 연달아 깰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만의 스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상고 출신에 인권변호사로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수 있는 컨텐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문 후보에게서는 그런 스토리가 안보인다.

오히려 흙수저 출신 모래시계 검사에 경남도지사 시절 강성노조와의 싸움 등 홍준표 후보의 스토리와 컨텐츠가 더 그럴싸하다.

숨은 표 읽어내지 못하는 여론조사…'샤이 보수'에 의한 '언더독 효과' 주목

1948년 미국의 대선 지형은 오늘날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민주당의 현역 트루먼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을 쳤다. 더구나 민주당은 극심한 내분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여론조사기관도 트루먼과 공화당 듀이후보와의 격차가 커지자 여론조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누가 봐도 공화당 듀이후보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트루먼이 약 4% 차이로 비교적 여유있게 이겼다. 시카고 트리뷴지는 선거 당일 듀이가 승리했다고 세기적인 오보를 날린다. 1988년 공화당의 부시와 민주당 듀카키스와의 대선전도 여론조사 20%의 차이를 비웃으며 부시가 승리했다.

탄핵 이후 치르는 이번 대선은 '밴드웨건 효과'보다는 '샤이 보수'에 의한 '언더독 효과'가 더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 안주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보는 것도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다. 대세론이 필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과거의 전례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대세론은 결코 유익한 것이 아니다.

글/ 윤종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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