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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옛날 감자바우가 아녀" 흔들리는 강원 민심 어디로?
70대서도 비선실세 게이트 충격 커...문재인 당선 전망 다수
"이번엔 다를 것" vs "그래도 문재인 싫고 안철수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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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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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wisdom@dailian.co.kr)
▲ 20일 오후 강원도 원주 중앙동 시장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거리유세에서 시민들이 기호1번을 상징하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가 문재인한테 아예 선물을 갖다 바쳤어. 옛날 감자바우가 아녀!”

대선을 19일 앞둔 20일 오후. 강원도 원주 중앙시장에서 만난 70대 남성 임모 씨는 “문재인”을 연호하는 인파와 거리를 둔 채 이렇게 말했다.

경상도 출신으로 원주에 온 지 20여년이 됐다는 임 씨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구경 간 아내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진보 정당의 험지 아니냐’고 묻자, “감자바우라고 하잖나. 무조건 1번 찍어준다고. 근데 박근혜가 그 난리를 쳐놔서 옛날의 감자바우가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민주당에 대해선 ‘전라도 정당’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정농단 사태의 충격에 “이번 대선은 끝난 게임 아니냐”고도 했다. 투표할 후보를 정했는지 묻자, 임 씨는 “이미 문재인판 아니냐. 40%는 넘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춘천시 브라운5번가에서 만난 강원민심도 비슷한 기류였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강원도에선 원래 민주당이 영 아닌데, 최순실 때문에 사람들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60대 남성도 “대통령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지, 나라꼴이 이게 뭐냐”라며 “이번엔 좀 다를 것”이라고 문 후보의 승리를 내다봤다.

결혼 후 줄곧 춘천에 거주하며 가방 판매를 해왔다는 50대 한 여성은 “나도 그렇고 여기는 민주당은 안 좋아한다”면서도 “나이 아주 많은 사람들 아니면 대부분 분위기가 이번에는 문재인이라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딸과 사위도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해야지”라고도 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강원도 원주 중앙동 시장길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강원도 원주 중앙동 시장길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작은거인' 이금자씨로부터 장미꽃을 받은 뒤 포옹을 하고 있다. 이금자씨는 키 101cm 장애인으로 1년에 약 5톤의 종이컵을 10년간 모아 판매수익금으로 성금 및 장학금을 기탁해 국무총리상, 원주시민대상 등을 수상한 원주의 '작은 거인'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국당은 망한 집, 문재인도 싫다” 70대 표심 안철수 향할까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에 대한 대화가 이어지자 한참을 듣고 있던 60대 시장 상인이 거들고 나섰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이미 망한 집’이지만, 문재인도 싫다”며 “내 주변에 노인네들은 많이들 그런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차라리 안철수를 찍겠다”고 말했다.

물론 원주는 강원도 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야성이 강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인구가 가장 많아 산술적으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 또 “한국당의 약세와 반문 정서의 영향으로 강원도 표의 약 30%는 안 후보가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통령 중 누가 강원도 신경써줬느냐. 누가누가 거짓말 공약 잘하나 거짓말 대잔치 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전날 지상파 TV토론은 표심을 흔들 만큼의 영향력이 없었다며 “유승민은 당 박차고 나온 취지는 좋았는데, 워낙 ‘배신자’ 이미지를 심어놔서 지지율을 올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20일 오후 강원도 춘천 중앙로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선거유세가 진행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통령 다 된 듯 행세...뵈기 싫다” 막판 온도조절 필요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보수 정당의 몰락 등으로 강원도의 표심은 갈피를 못 잡고 표류하는 모습이다. 2040세대는 물론,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60대 층에서조차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토를 듣기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강원 민심이 ‘대세론’을 향할지, ‘비문 안철수’를 향할지는 미지수다.

이를 의식한 듯, 문 후보는 이날 중앙시장 유세 현장에서 ‘강원 소외론’을 언급하며 지역개발을 거듭 약속했다. 그는 “그동안 강원도는 푸대접이 아니라 무대접 아니었느냐. 기회만 주시면 제가 강원도를 확 바꿔놓고 싶다”며 “국회의원이 40명도 안 되는 미니정당, 급조된 정당이 이 위기 속에서 어떻게 국정을 이끌겠느냐”고 국민의당에 직격탄을 쏘았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문 후보의 ‘대세론’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문 후보가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후보 측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을 침범하거나, 언론의 관심이 문 후보에게만 쏠리는 등 정작 행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강원도당 위원장인 심기준 의원은 지지 발언 중 문 후보를 ‘문재인 대통령’으로 지칭키도 했다.

이에 행사에 참석한 60대 남성은 불쾌한 듯 고성을 지르며 “장애인 행사인데 자기가 주인공이냐. 대통령이 온 것도 아닌데”라고 꼬집었다. 중앙시장에서 카트를 밀며 현장을 지나가던 중년 여성도 “대통령 다 된 줄 아는 것 같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원주·춘천 = 데일리안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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