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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대해부5] '권력감시' 시민단체, 정권 변동기에는 '권력단체'?


입력 2017.04.21 06:00 수정 2017.04.21 06:19        박진여 기자

시민단체의 권력집단화…'신(新)관변단체'로 전락

"'정권의 파수꾼' 시민단체 본연의 기능 되찾아야"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시민단체는 ‘워치독(watch dog)’을 자임하며 점차 세를 불리고 있지만, 그 한계점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시민단체는 ‘워치독(watch dog)’을 자임하며 점차 세를 불리고 있지만, 그 한계점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시민단체의 권력집단화…'신(新)관변단체'로 전락
"'정권의 파수꾼' 시민단체 본연의 기능 되찾아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분노한 국민은 촛불을 들었고, 선봉장에서 이를 이끈 것은 바로 시민단체였다. 지난해 정부의 노동정책 등을 비판하며 사회를 뒤흔든 ‘민중총궐기’, 과거 70만 명이 운집한 당시 최대 규모였던 ‘광우병 촛불시위’도 마찬가지다.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시민단체는 ‘워치독(watch dog)’을 자임하며 점차 세를 불리고 있지만, 그 한계점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며 영향력을 키워온 시민단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들어와 ‘낙천·낙선 운동’ 등을 펼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등 사회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투쟁이나 촛불은 없었다. 당시 시민단체 중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유일하게 관련 개혁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를 비롯해 야권인사 집권 시기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며 신뢰성과 대표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권 변동기에 권력 핵심으로 진입…참여정부 시절 ‘폭발적’

실제 이들 시민단체의 정치편향성이 가장 심하게 드러난 때는 2002년 참여정부 출범 때로 지적된다. 당시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노무현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펼치던 이회창 후보의 친미노선에 반하는 반미투쟁으로 노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과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다수의 전문가는 지적한다. 실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에 기여한 시민단체 인사들이 권력 핵심에 대거 진출하기도 했다.

당시 행정자치부 자료(2004)에 따르면 시민단체 출신이 정부 249개 위원회에 참여한 비율은 19.6%에 달하며,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경우 임원 531명 중 150명이 공직에 진출, 정부 및 산하위원회 자리 313개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121개가 대통령 소속기구 관련 직책이었고, 정부 각 부처 소속이 88개, 독립기구 42개, 국무총리 소속 35개, 입법부 소속 12개, 지방정부 소속 10개, 사법부 소속 5개 등이었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 등이 펴낸 ‘참여연대 보고서’(2006)에서도 이들 단체가 정권별로 김영삼 정부시기 22개, 김대중 정부시기 113개, 노무현 정부시기에 158개 공직에 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관에서 임원과 공직 겸직을 금하고 있음에도 313개 공직 중 23.9%인 75개가 참여연대에서의 임원활동과 동시에 수행된 경우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가운데 각 임원들이 단체에서 활동한 시기와 공직 진출 시기를 비교한 결과 57.5%가 임원활동을 마친 후 공직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시민단체는 ‘워치독(watch dog)’을 자임하며 점차 세를 불리고 있지만, 그 한계점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시민단체는 ‘워치독(watch dog)’을 자임하며 점차 세를 불리고 있지만, 그 한계점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권력 감시 시민단체, 집권 뒤 ‘신(新)관변단체’로 전락

이처럼 당시 두드러진 시민단체들의 공로가 참여정부 하에서 공직참여로 이어지면서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시민단체가 오히려 권력의 발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정치 자문 연구소를 운영하는 이달원 씨는 “옛 진보좌파 세력의 상당수가 1990년대 이후 시민단체 활동으로 전환했고, 그들이 한국의 민주화에 중요한 기여를 한 사실은 분명하다”면서도 “문제는 권력을 견제해야 할 그 시민단체들이 민주화운동 세력이 집권한 뒤에 오히려 그 권력 편에 서서 새로운 관변(官邊) 단체가 돼 버렸다는 것”이라고 옛 ‘동지’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정권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해온 이들 단체가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국정운영지지도가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을 때는 정권의 국정실패와 민생파탄에 대한 문제를 주요 현안과제로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민경제가 무너졌을 때도 손 놓고 있던 이들 단체는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전면에 나서 전국적인 탄핵반대운동으로 정권을 살려냈다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 대해 끈질긴 비판과 저항을 보였던 시민단체가 민주화 세력 집권 이후에는 권력을 지키는 홍위병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당시 시사 잡지 ‘인물과 사상’ 2004년 9월호에 ‘노무현 정권과 시민단체들, 유착 혹은 상생?’이라는 제목으로 시민단체가 노 전 대통령의 꼭두각시라는 비판이 담겼고, 당시 국내 시민사회를 연구하는 모임 ‘시민사회포럼’ 대표를 지낸 김경동 전 서울대 교수도 “아직까지 시민운동단체들은 정치참여보다 미성숙한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우고 결집시키는 게 더 급하다”며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권과 밀착되면 중립적 비판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정부와는 균형적 비판적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시민단체의 권력참여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시민단체는 ‘워치독(watch dog)’을 자임하며 점차 세를 불리고 있지만, 그 한계점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진여 기자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시민단체는 ‘워치독(watch dog)’을 자임하며 점차 세를 불리고 있지만, 그 한계점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진여 기자

“권력 감시·정책 제언 등 시민단체 본연의 기능 되찾아야”

시민단체 스스로가 권력화를 추구하거나 또는 권력의 편에 서면서 신뢰성과 대표성을 상실함에 따라 시민단체의 역할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시민사회가 여야 정치권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에서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시민사회 자체가 일종의 범야권이 돼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가 몸집은 커진 반면 질적으로는 저하됐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처럼 시민단체를 향해 이념적 지향성을 떠나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데올로기적 이념성에 기반을 두지 않는 것이 문자 그대로의 시민단체”라며 “시민단체는 집단적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모였다 흩어지며 다양한 개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도 “과거 국민의 정부가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된 데는 비판과 견제기능을 다하지 못한 지식인 사회와 시민단체들의 ‘기여’가 크다”며 “사랑하는 만큼 매를 더 들어야 한다”고 시민단체의 갈 길을 제시했다.

권력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전문성을 갖춰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호 소장은 “시민단체의 정부·국회 감시 기능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전문성”이라며 “전문성이라고 하는 날카로운 송곳으로 정확하게 허점을 찌를 수 있는 역할을 해야만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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