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네거티브전, 정치혐오만 부추긴다

최종편집시간 : 2017년 07월 24일 07:36:29
'점입가경' 네거티브전, 정치혐오만 부추긴다
거대담론 등 비전보다 손쉬운 효과 내는 네거티브 치중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이번 선거 네거티브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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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0 15:58
전형민 기자(verdant@dailian.co.kr)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네거티브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는 제가 CEO 출신이어서 독단적이라더니 이제는 '박지원 상왕론'이 나왔습니다"

지난 19일 저녁 첫 스탠딩 TV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박지원 씨를 (국민의당에서) 내보내야한다"고 주장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대선 레이스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후보들 간 네거티브가 점입가경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네거티브는 이번 대선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선거가 다른 대선보다 기간이 훨씬 짧은 탓에 오랜 시간 고민해 만들어져야할 정책보다는 네거티브가 손 쉽게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의 사전적 정의는 각종 선거 운동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기면 기고 아니면 그만이다'라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하는 음해성(陰害性) 발언이나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정치권에서는 네거티브도 하나의 선거 '전략'이라고 본다. 하지만 선거가 아무리 상대를 이기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더라도, 상대를 이기기 위해 관련 생태계 전반의 공멸(共滅)을 부르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양강 구도의 양 축인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번 선거 네거티브의 정점에 있다. 두 후보는 사사건건 서로의 아내, 자녀 등 가족은 물론, 일정까지 공세거리로 전락시키며 네거티브전에 뛰어들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안철수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 임용 의혹을 안 후보와 연결시키며 '1+1 임용'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냈다. 안 후보 측은 '문유라'라는 표현을 쓰며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 채용 의혹을 최순실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있다.

각 후보들의 조문·참배 일정 역시 서로에게 공세거리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지난 16일 유세차량과의 충돌사고로 사망한 조모 씨 빈소를 조문하자, "억지 조문으로 사건을 덮고 심지어 선거에 이용하려고 간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맞서 문 후보 측은 지난달 23일 안 후보의 대전현충원 참배 당시 불거졌던 '천안함 유가족 퇴장요구' 논란을 끄집어내 "유가족들에게 비켜달라고 한 것은 예의가 아니다. (안 후보 측은) 공개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로 규정했다"고 공격했다.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데일리안

빗발치는 네거티브에 가려 정책 공약이 축소되고 심지어 두 후보간 정책 공약이 비슷해지는 모습마저 보인다. 짧은 검증 시간, 쏟아져나오는 제보, 정보들로 후보들이 쉽고 손쉬운 네거티브에만 집중할 뿐 정책을 가다듬으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선거 초반 문·안 두 후보는 안보 문제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두 후보는 모두 '안보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 유사한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됐다.

중소기업 육성(중소기업 관련 부서 신설), 기초연금(월 30만 원), 최저임금 인상(시간당 1만 원), 아동수당(월 10만 원), 검찰개혁(공수처 신설) 등에서는 아예 숫자 자체가 같다. 적용 범위나 시기가 약간씩 차이를 보일 뿐인데 이는 수혜자들 입장에서는 차이를 느끼기 힘든 수준이다.

특히 과거 대선과 달리 '거대담론'이나 '정책기조' 같은 '비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정책기조에 대한 검증과 토론이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하고 말꼬투리 잡기·흠집내기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걸림돌로 손꼽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두 후보가 저렇게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는 것이 골수 지지자들을 결집시킬진 몰라도 정치 전반의 혐오감만 증가시킬 뿐"이라며 "정확한 검증이 수반되지 않고 진행된 선거가 우리에게 어떠한 씻지 못할 상처를 주었는지 떠올려야 한다"고 우려했다.[데일리안 =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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