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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최민식 "죽었다 깨어나도 정치 못해"


입력 2017.04.25 09:01 수정 2017.04.26 09:15        부수정 기자

'특별시민'서 정치 9단 변종구 역

"투표 잘하자는 게 영화 메시지"

영화 '특별시민'에서 정치인 변종구 역을 맡은 최민식은 "죽었다 깨어나도 정치는 못 한다"고 못박았다.ⓒ쇼박스 영화 '특별시민'에서 정치인 변종구 역을 맡은 최민식은 "죽었다 깨어나도 정치는 못 한다"고 못박았다.ⓒ쇼박스

'특별시민'서 정치 9단 변종구 역
"투표 잘하자는 게 영화 메시지"


"어휴, 저 같은 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정치 못 합니다. 꿈도 못 꾸고요. 국민에게 선택받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언감생심입니다."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에서 정치 9단 변종구 역을 맡은 최민식(54)은 몇 개월 동안 정치인으로 산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특별시민'은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대한민국 최초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정치 스릴러물이다. 최민식은 주인공 변종구로 분해 언제나 그랬듯,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

'장미대선'과 맞물려 화제가 된 영화는 권력을 얻는 수단이자 입문 과정인 선거, 그리고 정치판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그간 많이 봐왔던 대한민국 정치판의 모습이 그대로 나와 영화 속 상황을 현실에 발붙이게 만든 점이 미덕이다.

20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최민식은 "정치인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만 당선된다"며 "물론 배우도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이지만 그들에게 인정받는 데에만 급급해서 연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화 '특별시민'에서 정치인 변종구 역을 맡은 최민식은 "정치인을 뽑을 때 '말'에 집중한다"고 밝혔다.ⓒ쇼박스 영화 '특별시민'에서 정치인 변종구 역을 맡은 최민식은 "정치인을 뽑을 때 '말'에 집중한다"고 밝혔다.ⓒ쇼박스

이어 "정치인들은 '공익'을 위해 일하지만 배우들은 문화 창작 활동을 한다"면서 "'관객이 없는 배우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은 맞다. 다만, 인정받기 위해서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린 작품을 통해 대중과 얘기하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변종구는 '오직 서울만 사랑하는 발로 뛰는 서울시장'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은 어느 정치인보다도 최고 권력을 꿈꾸며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뛰어난 언변과 폭넓은 인맥이 강점으로 꼽힌다.

영화 속 서울시장 후보들은 공약과 정책이 아닌 네거티브에 집중하며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려 애쓰기만 한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가 '진흙탕 싸움'인 것이다.

대선도 코앞인 이 시점에서 정치인으로 분한 최민식에게 어떤 기준으로 정치인을 뽑는지 물었다. "전 그 사람의 말과 눈에 집중해요. 배우들은 관찰력이 있거든요. 말할 때 눈과 표정을 봅니다. 정치인이 TV 토론을 하거나 연설할 때 그냥 외워서 하는지, 아니면 소신 있게 하는지 느낄 수 있거든요."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데뷔한 최민식은 '서울의 달'(1994), '쉬리'(1998), '파이란'(2001), '취화선'(2002), '주먹이 운다'(2005), '친절한 금자씨'(2005),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신세계'(2012), '명량'(2014), '대호'(2015)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다.

'특별시민'을 보노라면 왜 최민식, 최민식 하는지 다시금 알 수 있다. 혼란스러운 이 시국에 정치 영화를 들고 관객과 만나는 배우는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창작물은 호평과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가에 대해 자유로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 '특별시민'에 출연한 최민식은 "정치인 변종구의 굳은살을 보여주려고 신경썼다"고 말했다.ⓒ쇼박스 영화 '특별시민'에 출연한 최민식은 "정치인 변종구의 굳은살을 보여주려고 신경썼다"고 말했다.ⓒ쇼박스

아쉬운 점에 대해선 "'열린 마음으로 좀 더 과감하게 표현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과 상영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오락 영화처럼 빠른 템포를 좋아하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느긋한 마음으로 호흡이 긴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도 있다. 하지만 영화도 상품이라 각종 데이터와 트렌드를 신경 써야만 한다. 배우는 이 부분을 꼬집으며 "너무 데이터에만 얽매어서 영화를 만드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치인 변종구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변종구의 과거 이야기가 없어서 캐릭터 해석이 관건이었죠. 각 상황에 따라 변종구의 굳은살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를 잘 이끄는 연륜 있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살면서 정치인에 대해 느낀 생각들을 찬찬히 떠올리며 정치인의 '말'에 집중했습니다."

참고한 정치인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최민식은 '제4공화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역을 맡아 대선에서 박정희와 대결했던 젊은 시절의 김대중을 연기한 바 있다. "그때 속된 말로 가랑이가 찢어졌습니다. 하하. 어린 나이에 현존하는 실제 정치인을 연기하려니 힘들더라고요. 근데 이번엔 자유로웠어요. 특정 인물을 참고하면 오해의 소지도 있어요. 변종구는 바람직한 인물이 아니라서 고소당할 수도 있고. 허허. 무엇보다 편협한 사고 속에서 정치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싫었어요. '특별시민'은 정치 풍토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누구를 욕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특별시민'은 최민식 외에 변종구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역의 곽도원, 기자 역의 문소리, 양진주 후보 역의 라미란, 박경 역의 심은경, 임민선 역의 류혜영 등 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 '특별시민'에 출연한 최민식은 "정치인 변종구의 가변적인 특성에 집중했다"고 말했다.ⓒ쇼박스 영화 '특별시민'에 출연한 최민식은 "정치인 변종구의 가변적인 특성에 집중했다"고 말했다.ⓒ쇼박스

그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변종구가 거치는 모든 공간과 잘 어우러져야 했다"면서 "그 상황에서 드러나는 변종구의 '가변성'에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변종구가 토크 콘서트에서 야구 모자를 쓴 채 랩을 선보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토크 콘서트는 최민식의 아이디어란다. 다이나믹듀오의 도움을 받은 배우는 랩 얘기를 꺼내니 쑥스러워했다. "힙합 좋아합니다. 하하. '쇼미더 머니' 봤는데 흥분이 되더라고요. 가사도 '팍' 꽂히고. 변종구가 랩을 매끄럽게 하면 재수 없잖아요. 막판에 트로트로 비틀었지요."

서울시장 출마 연설 장면을 위해선 기존 연설문에 변종구의 생각을 곁들였단다. 변종구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확' 끌어당긴 이 장면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찍었다. 배우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재촬영 끝에 탄생한 장면이란다.

'20대 젊은 피' 박경을 바라보는 변종구의 시선도 흥미롭다. 최민식은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이라며 "다양한 세대에서 득표해야 하니깐 전략적으로 박경을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곽도원과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극 중 두 사람은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범죄와의 전쟁' 대본 리딩 당시 느낌이 딱 왔어요. '어디서 이런 놈이 왔을까' 했죠. 이번 작품에서 공관 신 찍을 때 서로 의논해서 대사를 더 넣었는데 일촉즉발의 상황을 잘 표현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툭' 나오는 호흡에서 쾌감을 느꼈죠. 곽도원 씨는 사족이 필요 없는 배우입니다."

'특별시민'에 나온 최민식은 "거대 권력보다 우리 국민이 더 막강한 존재"라고 강조했다.ⓒ쇼박스 '특별시민'에 나온 최민식은 "거대 권력보다 우리 국민이 더 막강한 존재"라고 강조했다.ⓒ쇼박스

마지막 변종구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은 압권이다. 최민식의 얼굴에선 무수히 많은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배우는 "이 신이 부담스러웠다"며 "관객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최민식이 생각하는 '특별시민'이란 무엇일까. "느닷없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시기예요. 내 손으로 지도자를 잘 뽑자는 게 영화의 메시지입니다. 투표는 소중한 권리인데 우리가 막강한 권리를 가진 걸 망각한 듯해요. 영화를 찍으면서 투표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 한 표가 사표(死票)가 돼선 안됩니다. 거대 권력을 가진 사람보다 우리 국민이 더 막강한 존재입니다."

배우이다 보니 흥행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도 느낄 법하다. 최민식은 "가장 중요한 건 만듦새"라고 강조했다. '작품을 잘 만드는 것'이 최선이란다. "'게임에서 골을 넣어야만 돼' 이런 생각으로 연기하면 될 일도 안 됩니다. 이런 부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영양가 없어요. 무조건 연기 잘하고, 괜찮은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만 해요. 영화는 관객과의 소통입니다. 외적인 것들을 신경 쓰면 안 됩니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 해야죠."

'넘버3'(1997), '쉬리'(1998) 멤버들과 뭉치는 모습도 대중은 원한다. "같이 하고 싶지요. 근사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이 뭐가 있을까 생각합니다(웃음)."

최민식표 코미디나 멜로를 원하는 관객들도 많다. 연기를 향한 끝없는 열정이 묻은 답변이 나왔다. "크게 깨지더라도 계속 도전할 겁니다. 머물지 않고, 새로운 걸 만져보고 싶어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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