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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재용 재판서 드러난 네 가지 사실


입력 2017.04.17 07:00 수정 2017.04.17 11:34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 특검, 뇌물죄 확실한 증거 제시못해 vs 삼성, 강요에 의한 지원 진술만 쏟아져

"정유라 지원, 2015년 7월 이전에도 했나" 재판부 지적...특검, 묵묵부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은 14일 세 번째 재판에서 최순실씨 딸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은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연합뉴스TV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은 14일 세 번째 재판에서 최순실씨 딸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은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연합뉴스TV 캡처

특검, 뇌물죄 확실한 증거 제시못해 vs 삼성, 강요에 의한 지원 진술만 쏟아져
"정유라 지원, 2015년 7월 이전에도 했나" 재판부 지적...특검, 묵묵부답



‘뇌물공여’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한 재판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승계를 목적으로’라는 전제하에 마녀사냥식 여론재판과 특검조사로 시작된 이번 재판은 지금까지 세 차례 진행됐다.

특검은 아직 이렇다 할 확실한 물증을 대지 못했다. 대신 삼성이 권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순실씨 모녀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지원할 수 밖에 없었던 증언들만 쏟아졌다.

현재 재판중인 사안이므로 옳고 그름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재판 정황을 보면, 특검의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부회장을 ‘뇌물죄’로 억지로 엮으려다 자기모순에 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첫째, 논리의 허점이다. 이를 지적한 것은 재판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공판을 마무리하면서 특검 측에 “2015년 7월 이전에 (삼성그룹 측이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에게 (승마관련)지원을 하라고 언급된 사실(증거자료)이 없다”며 증거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경영진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2015년 7월 25일) 이전에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직·간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특검은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둘째, 논리의 비약이다. 재판부가 삼성의 정유라 지원시점을 지적한 것은 이번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삼성의 비선실세 인지 및 지원 시점에 따라 뇌물죄에서 피해자로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 제시한 서류증거들에 따르면, 삼성이 최씨의 실체를 알게 된 시점은 2015년 8월로, 최씨 모녀의 일을 도맡아 해오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고 나서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의 두 번째 독대(2015년 7월 25일)시 승마 지원에 대한 강한 질책을 받은 뒤 삼성은 부랴부랴 내용파악에 나섰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이 독일로 날아가 최씨 모녀의 일을 도맡아 해 오던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나고 나서야 “대통령과 최씨가 친 자매같은 사이”라는 말과 함께 딸인 정 씨의 실체를 알게 됐다.

이는 전부 삼성물산 합병(2015년 7월 17일) 이후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한 합병때문에 정 씨를 지원했다는 특검의 논리가 깨진다. 특히 삼성이 일찌감치 비선실세의 존재를 알고 지원했다면, 이 부회장이 2차 독대시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들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셋째, 뇌물공여자의 이상한 태도다. 삼성은 최 씨의 요구대로 정 씨를 지원하기 위해 독일의 비덱스포츠와 계약을 맺는다. 이상한 것은 뇌물의 속성상 은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계약서를 작성하고, 지원금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영수증을 첨부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는 뇌물을 갖다 바치는 이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권력 앞에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기업이 후환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특검 서류증거에서 "최순실 측에서 겁박을 하면서 요청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역시 "2016년 9월 하순경까지는 대통령도 건재해 있어서 그런지 단호하게 끊지는 못했던 것 같다"면서 “(함부르크) 프로젝트 담당자로서 최 씨에게 끌려가면서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줄 수밖에 없었다.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강미 산업부장. 이강미 산업부장.
넷째, 형평성 문제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기부금을 보면 기존 관례대로 매출에 따른 정확한 비율에 따라 지원금을 갹출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에게만 ‘뇌물죄(제3자뇌물공여죄)’를 적용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기업들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미르·K스포츠재단(774억원) 뿐만 아니라 정부의 요구나 지시로 청년일자리를 위한 청년희망재단(880억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100억원) 등 총 2164억원의 돈을 냈다. 여기에 평창동계올림픽 위원회에도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이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및 지원에 1000억원을 썼다. 이를 전부 ‘제3자 뇌물공여죄’로 단죄할 수 있는가.

이렇듯 특검측의 주장은 상당부분 논리나 정황상 들어맞지 않는다. 당초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해 꾸려진 이번 특검은 시작부터 ‘삼성 특검’으로 본말이 전도됐으니 그럴만도 하다. 정치적 여론재판에 내몰린 특검수사에서 팩트와 증거는 외면당했다. ‘대통령=뇌물죄’ 프레임으로 엮기 위한 ‘추측과 예단’만이 진실인양 받아들여졌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9일부터 사흘 연속 진행된다. 재판부는 특검팀이 제출한 서류증거에 대한 조사를 서너 차례 더 한 뒤, 본격적인 증인심문을 진행키로 했다.

우리 사회의 공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이 아닌, 법리에 의한 공정하고 현명한 재판부의 판단을 기대한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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