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욕 먹는다"...취업난 속 사라지는 총학생회


입력 2017.04.15 06:30 수정 2017.04.15 07:15        이선민 기자

연대·서강대·숙대·외대 등 모두 비대위 체제

3일 연세춘추 1면에 보도된 연세대학교 제54대 총학생회 보궐선거 투표율 관련 기사. ⓒ연합뉴스 3일 연세춘추 1면에 보도된 연세대학교 제54대 총학생회 보궐선거 투표율 관련 기사. ⓒ연합뉴스

연대·서강대·숙대·외대 등 모두 비대위 체제

최근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에 출마하려는 학생들을 찾기가 힘들다. 힘들게 출마하는 학생이 있어도 투표율이 너무 낮아 투표가 무산되기 일쑤다.

“학생회·과대 모두 열심히 일하고 욕먹는 자리 아닌가요” 김준호 씨는 후배들에게 학교에서 학생회 활동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 씨는 “취업난 속에서 시간을 쪼개가며 열심히 봉사해도 학생들은 결국 학생회를 횡령집단 취급한다”며 “학생회는 임기가 끝나고나도 한동안 가방이나 차를 사지 말라는 조언을 받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 씨는 “요즘은 이력서에 총학생회 경력 한줄 들어가는 것보다 성적관리·적절한 대외활동 등 스펙이 더 중요하다”며 “안 그래도 힘든 대학 시기에 나쁜 이야기 들어가며 할 이유가 없다”고 일침했다.


과거 총학생회장은 취업 시 가산점, 경력으로 인정돼 출마가 줄을 이었고 선거운동도 활발했다. 하지만 학생회 내 선·후배 관계를 불편해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당장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자 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세대는 제54대 총학 선거가 입후보자 부재로 무산됐다. 올해 치러진 보궐선거는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26.9% 투표율로 무산됐다. 비대위가 선거 시행세칙에 따라 투표기간을 하루 연장하기까지 했으나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했다. 56년 만에 총학생회가 서지 못한 것이다.

서강대학교 로고. ⓒ서강대학교 서강대학교 로고. ⓒ서강대학교

이는 연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숙명여대는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작년 총학생회 선거 출마자가 한 명도 없었다. 올 3월 재선거에 출마한 단일 후보는 추천인 서명 수가 모자라 자격요건을 채우지 못했고, 무산됐다. 서강대는 지난해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단일 후보가 서류 미비로 등록 무효 처리됐다. 올 3월 재선거에서는 등록한 후보자가 없었다.

충북대는 불신임된 총학생회의 보궐선거에서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됐다. 한국외대와 서울여대는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와 올해 재선거 모두 출마한 후보자가 없었다.

이렇게 학생회가 없는 대학들은 총학생회 집행부와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장 등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선출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학생회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비대위는 학생회가 하던 학생복지 등 작은 부분까지는 신경을 쓸 수 없다.

학생회 경험이 있다는 한은정 씨는 비대위 체제에 “학생회가 없으면 당장 불편함을 못 느낄 수 있겠지만 결국 학생 복지 기관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학성처 등 학교 행정기관은 결국 학교 입장에서 정책사업을 할테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취합하는 대표가 없으니 점점 불편한 것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학생회에 출마하려는 학생도 적고 입후보자도 적은 현실에 쓴 소리도 나왔다. 이혜연 씨는 “학생회는 대가없이 자발적으로 하는 봉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배우는 자리”라며 “봉사정신으로 하는 일에 보상을 기대하니까 고생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보상 같은 것도 바라선 안 된다”며 “학생회는 학생의 대변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대가를 받으면 어떻게 학교와 동등한 입장에서 협의하고 학생을 위해 일 할 수 있겠나. 학교의 대변인이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선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