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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도사' 로마첸코, 메이웨더+파퀴아오


입력 2017.04.13 09:57 수정 2017.04.13 14:38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제이슨 소사 압도하며 타이틀 방어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섞어놓은 복서 찬사

로마첸코는 이른바 ‘각의 마술사’다. ⓒ 게티이미지 로마첸코는 이른바 ‘각의 마술사’다. ⓒ 게티이미지

WBO 슈퍼 페더급 챔피언 ‘하이테크’ 바실 로마첸코(29·우크라이나)가 제이슨 소사(29·미국)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로마첸코는 지난 9일(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 내셔널 하버의 MGM 특설링서 열린 매치에서 경기내내 한 수 위 기량을 과시하며 낙승했다.

소사는 기량에서는 로마첸코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특유의 근성과 맷집으로 보는이들을 놀라게 했다. 치명적인 공격을 수 없이 허용하면서도 묵묵히 버티는 모습에 로마첸코도 놀랐다.

그러나 복싱은 투지와 내구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소사가 잘 버티긴 했지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은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9라운드가 끝나고 스스로 경기를 포기했다.

소사 같이 집념이 좋은 선수의 멘탈마저 파괴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로마첸코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신장과 리치는 짧은 편이지만 마치 순간 이동을 하는듯한 유연한 풋워크, 어느 각도에서도 연사가 가능한 다양한 속사포 펀치로 소사를 유린했다. 소사는 자석처럼 자신의 주위에 붙어 끊임없이 주먹을 내는 로마첸코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로마첸코는 매니 파퀴아오(39·필리핀)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를 섞어놓은 선수로 불린다. 메이웨더가 그렇듯 좀처럼 정타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회피력과 가드가 뛰어나다. 그러면서도 파퀴아오 같이 공격적인 스타일로 상대를 공략한다.

메이웨더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잦은 클린치 등으로 다소 지루한 경기운영을 한다. 수비 기술은 일품이지만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로마첸코는 공격성이 강한 선수답게 상대에게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방전을 벌인다.

로마첸코는 이른바 ‘각의 마술사’다. 상대가 공격을 하면 사각으로 피하면서도 펀치를 가한다. 타이밍은 물론 각도 자체가 일반 선수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상대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튀어나오는 느낌을 반복적으로 받는다.

펀치는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고 로마첸코의 공격을 피한 것처럼 느껴진 순간에도 거리를 좁혀 들어와 정타를 가해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수에서 완벽에 가까운 ‘복싱 도사’ 같은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로마첸코다.

더욱 놀라운 것은 로마첸코의 프로경력이다. 현재 두 체급 석권한 그의 전적은 8승(6KO) 1패에 불과하다. 프로 3전만에 세계챔피언에 등극했고, 2체급 석권 기록 역시 프로복싱 역사상 최단기간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천재복서다.

로마첸코는 화려한 플레이와 경기 중 쇼맨십은 물론 링 밖에서의 입담도 좋은 편이다. ⓒ 게티이미지 로마첸코는 화려한 플레이와 경기 중 쇼맨십은 물론 링 밖에서의 입담도 좋은 편이다. ⓒ 게티이미지

물론 로마첸코의 탄탄한 기본기는 많은 경기 경험에서 나오는 것은 맞다.

프로경력은 짧지만 풍부한 아마추어 경력을 자랑한다. 397전 396승 1패의 기록은 역대 아마추어 선수 중 최고 수준이다. 1패마저도 리벤지에 성공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 등 대단한 업적도 있다.

로마첸코는 쿠바가 낳은 ‘두 개의 별’ 기에르모 리곤데우스(374승 12패·올림픽 금메달 2회·세계선수권 금메달 4회), 펠릭스 사본(375전 358승 17패·올림픽 헤비급 복싱 3연패·세계선수권 6연패)과 아마복싱 커리어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 나이도 많지 않아 커리어의 가치는 계속 오를 전망이다.

로마첸코는 화려한 플레이와 경기 중 쇼맨십은 물론 링 밖에서의 입담도 좋은 편이다. 기량, 상품성 등을 감안했을 때, 향후 만흔 빅매치들이 가능하다. 자신도 슈퍼 페더급에 만족하지 않고 조만간 라이트급 이상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로마첸코는 3체급 석권에 빛나는 WBC 라이트급 챔피언 마이키 가르시아(29·미국)와 붙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와의 스파링 대결도 희망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테렌스 크로포드(29·미국) 또한 목표 중 하나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로마첸코와 같은 우크라이나 출신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언더카드로 펼쳐진 WBO 크루저급 매치에서 알렉산드로 우식(우크라이나)이 마이크 헌터(미국)를 3-0 판정으로 잡아냈고, 라이트 헤비급 강타자 올렉산드르 그보드직(우크라이나) 또한 유니에스키 곤잘레스(쿠바)를 3라운드 KO로 때려눕히며 무패 행진을 이어 나갔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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