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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대선주자 배우자의 전쟁, 최후의 승자는?


입력 2017.04.08 07:06 수정 2017.10.16 10:1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급하다고 부인들 내세웠다간 낭패 부를수도

미셸이 필요한게 아니라 미셸의 남편 오바마가 절실

사진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부인 이순삼 씨,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부인 오선혜 씨.ⓒ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부인 이순삼 씨,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부인 오선혜 씨.ⓒ연합뉴스

며칠 전 한 방송사의 대담프로에서 대선후보 부인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토론에서 비본질적인 주제들이 가십으로 소비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꼭 집어야할 중요한 주제임엔 틀림없었다. 대선후보 부인에 대한 평가는 선거운동에서의 역할보다는 영부인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고 위험성을 점검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실패는 대부분 핵심측근들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그 중 제2부속실의 지원을 받는 대통령의 가족들이 가장 문제가 된다. 부인과 자식의 문제가 아니었다면, 대부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을 것이다. ‘나라와 결혼한’ 처녀 대통령을 뽑아 가족의 일탈로부터 대통령과 국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엉뚱한 곳에서 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그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폭발력의 폭탄이었다. 대통령은 친형제도 멀리하고 아들같이 사랑하던 조카도 부르지 않으며 조심을 했지만, 자격이 없는 최순실이 영부인역할을 했다. 비선실세로 행세하다가 대통령과 국가를 망쳤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보통의’ 가정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특히 배우자에 대한 검증은 더욱 중요하다.

선거운동에서 배우자의 역할은 다양하다.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씨는 "지역특보형"으로 통한다. 이번 대선에서 당락을 좌우할 호남민심을 책임지고 있다. 목욕탕부터 시장까지 그는 안가는 곳이 없단다.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 씨는 "적극적 참모형"으로 평가받는다. 방송에 동반 출연하는 등 거침이 없다. 홍준표 후보의 부인 이순삼 씨는 "적극적 내조로 변신"했다는 평을 듣는다. 인터뷰도 활발히 한다. 영남출신인 홍 후보는 호남출신 아내를 만나 전국구로 다시 태어났다.

유승민 후보의 부인 오선혜 씨는 "그림자 내조”의 전형이다. 유 후보에게 여론을 전달하는 정도다. 그녀의 가장 큰 공은 유 후보를 ‘국민장인’으로 만들어 준 예쁜 딸을 낳아 주었다는 것이다. 심상정 후보의 남편 이승배 씨는 "'사실상' 주부"란다. 심 후보가 집안걱정을 안하고 소신있게 밖에서 활동하도록 돕는 일에 매진한단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심 후보의 (정치적) 동지였다. 지금도 사단법인 ‘마을학교’ 이사장으로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참고로 대통령의 부인은 ‘영부인’이라고 하는데, 여자 대통령의 남편은 뭐하고 하는지 궁금했다. 아직 전례가 없지만, 많은 사람이 ‘부군(夫君)’으로 부르면 된다고 한다.)

많은 패널들이 선거운동에서 부인 역할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남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이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경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자의 광폭행보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고, 당선된 후 청와대 가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개국공신 영부인을 ‘권력에 굶주린’ 세상이 가만히 두겠는가? 처음에는 조심하겠지만 결국엔 오염되고 말 것이다. 사회성이 강해 선거운동에 성과가 큰 영부인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자식이 ‘볼모’가 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어떤 분이 말했다. 미국의 오바마 전대통령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등을 얘기하며, 대통령의 (여성) 가족이 적극적으로 내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심상정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그녀의 남편이 나중에 거들먹거리면 어쩔 것인가. 적극적 활동으로 권력을 휘두른다면 우리나라에서 누가 용인할 것인가?” 어설픈 페미니즘에 편승해 후보 부인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던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했다.

요즘 후보들간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점익가경이다. 문재인 후보는 아들의 특혜취업이 문제가 되었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민주당의 표창원 의원은 “안철수 부인, 무리하고 부당한 ‘특혜 부부임용’ 의혹”를 발표하고 맞불을 놓았다. 물론 의혹은 밝혀져야 하고 시비는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대선후보들은 당장 급하다고 배우자를 너무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결국 작은 득이 큰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영부인에 대한 평가는 그 남편 대통령의 평가와 유사하다. 대통령을 능가하는 인기(대중성)을 갖는 영부인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현명한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명한 영부인을 가진 좋은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필요하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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