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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매도 리포트 다시 실종


입력 2017.04.06 06:00 수정 2017.04.06 09:21        김해원 기자

외국계 매도 리포트 비중 40%, 국내 증권사 20곳 올해 단 한건도 없어

리포트 독립성 확보 위해 설치된 신고센터도 유명무실

여전히 국내 증권사는 해외 증권사에 비해서 매도 리포트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비중이 40%를 넘는 가운데 국내 20곳 증권사는 매도 리포트 비중이 0%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전히 국내 증권사는 해외 증권사에 비해서 매도 리포트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비중이 40%를 넘는 가운데 국내 20곳 증권사는 매도 리포트 비중이 0%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실종 상태에 이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매도 리포트 독립성 보장을 위해 증권사와 상장사간 갈등 해소 신고센터를 설치했지만 실효성을 논할 근거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들어 매도 리포트를 단 한 건도 작성하지 않은 국내 증권사는 20곳에 달했다.

반면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 지점의 경우 매도 의견 비중은 20%를 기록했고, 유비에스증권리미티드과 제이피모건증권도 각각 15%와 12%로 대조를 이뤘다. CLSA코리아증권의 경우 매도 리포트 비중이 38%에 달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1분기 내로 증권사 투자 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2월까지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에도 매도 의견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시장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달 초까지 발간된 리포트 4258건 가운데 매도 의견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매수 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는 총 3421개로 전체의 80.3%를 차지했다.

그나마 매도 의견이 9개였던 2015년과 비교해도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지난 2015년 5월 시행된 매도리포트 공시제를 전후로 간간히 보였던 '소신 분석'이 재차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영업구조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와 거래관계가 없는 외국계증권사와 비교해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는 자산운용사들이 주문하는 수수료 비중이 높다"며 "매도 의견을 낼 경우 해당 종목을 가진 자산운용사들이 계좌를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 자유롭게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리서치업무와 법인영업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증권사들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도 리포트를 낼 경우는 법인영업에 타격을 줄 수도 있고 기업탐방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탐방, 직원면담 등이 어려워지는 등 정보접근이 제한되기도 하고, 거래 증권사 이전압박 등도 애널리스트들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애널리스트가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해 주가하락을 경험하면서 IR 담당자가 기업탐방을 제한받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 리서치 관행의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증권사와 상장사간 갈등 해소를 위한 신고센터를 설치했지만 실제 수요는 없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1분기 일부 상장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고서의 수정과 삭제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일부 애널리스트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의 갈등사례를 제보하는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해당 신고를 통해 접수된 갈등사례는 당사자 신청 없이도 4자간 협의체 직권으로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한다는 것인데 현재까지 접수된 내용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도리포트를 내겠다고 상장사와 갈등을 빚고 나서서 신고센터까지 가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업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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