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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날 보수의 부활을 꿈꾸다


입력 2017.04.01 07:38 수정 2017.10.16 10:1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보수 지지층 투표 포기 않도록 교두보 확보를

새로운 정치시스템 만들어 5년 단임제 폐해 끊어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월 마지막 날, 묵직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새벽에 박근혜 전대통령이 구속됐다. 온갖 ‘헌정사 최초’의 불명예 기록과 함께, 전직 대통령으로 3번째 구속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구치소로 들어가는 차에서 보인 그녀의 민낯과 헝클어진 머리는 많은 사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녀의 비참한 가족사와 굴곡진 인생은 어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어떤 비극보다 더 비극적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선출됐다. 여당으로 한솥밥을 먹던 바른정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홍준표 후보의 당선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리진 못하겠다"며, "자유한국당은 하필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날에 대법원 판결이 끝나지 않은 피의자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는 촌극을 벌였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 구속에 책임을 지고 이번 대선에 대통령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형식적인 축하도 그들에게는 사치였던 것 같다.

같은 날 박 전대통령을 궁지에 몰고 결국 파멸로 인도한 세월호가 뭍으로 돌아왔다. 그녀(세월호)는 또 다른 그녀(박근혜 전 대통령)를 배웅하듯 처연한 마지막 항해를 했다.

대한민국 보수에게는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다시 부활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한쪽의 날개로만 날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안보나 경제면에서 대한민국 주변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보수재집권’을 위해 부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보수정당이 대변하는 보수유권자들을 위해서다. 그리고 다른 쪽 날개, 즉 진보진영의 유권자들을 위해서기도 하다. 그들도 대한민국 추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지사는 박 전대통령의 구속은 ‘이중처벌’이라며, ‘국민도 용서를 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정국의 종료를 호소한 것이다. 또 바른정당에 ‘분당의 명분이 없어졌다’며 조건없이 돌아오라고도 했다. ‘보수대통합’을 주장한 것이다. 최소한의 국정 견제장치를 만들어 달라는 대국민 호소로 들린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는 있다. 너무 염치없어 보인다. 그렇게 큰 책임을 지고도 책임을 다하지 못해놓고, 다시 책임을 달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당치 않다. 보다 희생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기간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바로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보수유권자들은 ‘기권’과 ‘차악의 선택’ 중에 고민하고 있다. 보수정당이라면 당연히 그 뜻을 존중하고 유권자를 도와야 한다. 기권을 하는 표심을 투표장으로 모셔서 보수정당에 투표토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최소한의 교두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차악으로 최악을 막겠다는 유권자’에게는 편하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 또 다른 ‘인질극’은 국가를 위해서나 보수진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 성과를 넘어 대선기간에 보수진영이 앞장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 선출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정치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4.19혁명’, ‘6.10항쟁’ 이후 집권세력도 바뀌었지만, 개헌을 통해 정치시스템도 바꿨다, 굴곡은 있었지만, 그런 노력이 대한민국을 더 강하고 희망이 넘치는 나라로 만들었다. 이번에도 그런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그동안의 혼란을 보상하고 다시 벌어질 악순환을 막는 길이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정치인들의 사명이다. 이 난리를 겪고 난 후, 지도자하나 바꾸고 그 사람의 선의와 탁월한 능력을 바라며 행운을 기다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동안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제 곧 대선이다.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 대통령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후보들은 개헌에 미온적이다. 과거의 모든 대통령들이 그랬듯이 그들은 눈앞의 권력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나눌 생각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대선기간에 개헌약속을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대선 공약을 통해 ‘개헌의 골격(최소 권력구조)’과 ‘개헌 스케줄(일정)’을 국민께 보이고 구체적으로 약속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개헌’이야 말로 정책이슈도 없고 국정희망도 없이 흘러가 버리는 이번 대선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 최상의 수단이다. 그 약속을 보고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며 희망의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지금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보수가 국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봉사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알겠는가? ‘정권재창출’이라는 기적이 현실로 도래할지...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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