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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이 놓친 세 가지…‘타이밍’ ‘명분’ ‘세력’


입력 2017.03.30 17:01 수정 2017.03.30 17:22        고수정 기자

국정농단 사태로 개헌 무관심…문 '적폐청산' 강세

본인 세력도 없어 제3지대 구심점 역할 여의치 않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는 타이밍과 명분, 세력이다. 정가에서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이를 모두 놓쳤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제3지대' 위에 '빅텐트'를 구축하려던 김 전 대표의 그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잿빛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대표의 제3지대 밑그림은 국정 농단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그려졌다. 김 전 대표를 포함한 개헌파는 87년 체제의 종식, 개헌을 매개로 친박(친박근혜), 친문(친문재인) 등 기득권을 배제한 이합집산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곧 ‘국정농단 블랙홀’에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 정국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개헌 등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혔던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정권 교체론’과 ‘적폐청산’ 키워드가 힘을 얻었다. 물밑에서 꿈틀댔던 대선 판도도 이때부터 '일방적'으로 흘렀다.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김 전 대표의 제3지대론은 더욱 힘을 잃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돼 정권이 없어진 상황에서 ‘정권 교체론’은 무의미해졌지만,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가 불복을 시사했고, ‘자택 정치’ 논란도 불거지면서 전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더욱 커졌다. 대선 판도가 고착화된 것이다.

김 전 대표의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30일 본보에 “국정 농단 사태, 박 전 대통령 때문에 김 전 대표가 제3지대를 띄울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버렸다”며 “김 전 대표는 탄핵 이후를 보자고 했는데, 탄핵 이후에 오히려 판도가 고착화됐다. 반문연대 등으로도 불리는 제3지대의 불씨가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투표는 두 가지 성향으로 진행된다. 정권 교체, 적폐 청산 등을 위한 회고적 투표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비전·콘텐츠를 보는 미래적 투표가 있다”며 “미래적 투표는 개헌으로 볼 수 있는데, 탄핵 정국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또 다른 ‘상품’인 개헌에 국민이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도 이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시기적으로 부족하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고 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 조찬회동을 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왼쪽은 정운찬 이사장. ⓒ연합뉴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 조찬회동을 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왼쪽은 정운찬 이사장. ⓒ연합뉴스

이는 명분과도 연결된다. 김 전 대표가 제3지대의 표면적 이유와 중점 가치로 개헌을 들었지만, 유력 주자들의 개헌 의지는 그리 크지 않다. 특히 제3지대의 주요 축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도 개헌을 매개로 한 정치적 이합집산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정당의 대선 경선이 후반부로 접어들어 ‘개헌 고리’ 프레임은 더는 힘을 받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바른정당의 핵심 당직자는 본보에 “현 상황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유력한 안 전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끼리의 단일화 혹은 연대 가능성만 남아있을 뿐이다. 제3지대는 이들이 주도해서 형성될 것”이라며 “김 전 대표는 접착제 또는 윤활유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표가 ‘독자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질 거라는 분석이다. 직접 선수로 나서서 제3지대 빅텐트 구축의 조정하는 역할에 ‘키맨’이 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그런 과정을 갖다 이룩하는 과정에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함께 노력하겠다는 거니까 그 뜻만 파악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표의 한계는 세력에서부터 드러났다. 김 전 대표와 같은 뜻을 품고 탈당한 인사는 최명길 의원뿐이다. 김 전 대표의 세력으로 불리는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들은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주자 캠프에 발을 들였다. 김 전 대표의 출마 의지가 비문연대 구심점을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 데다, 당 지지율도 50%에 육박한 상황에서 비주류 의원들의 동반 탈당을 끌어 내기도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에서는 ‘바람’이 있어야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세력을 형성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최근 본보에 “김 전 대표 주위에 막강한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 대세 주자인 문 후보와 대적할 만한 주자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세력화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지금 좀 너무 많이 늦었다. 개헌 연대란 것도 개헌이 대선 전에 이뤄지긴 좀 어려워진 거로 전 보기 때문에 (제3지대 구축이) 쉽지 않다”며 “적폐 세력이라고 하는 자유한국당을 뺀 바른정당의 연대라든지 이것도 (쉽지 않다). 김 전 대표의 생각들이 자꾸 어려운 방향으로 가는 거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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