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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상처·아픔 달래주는 특별한 '어느날'


입력 2017.04.01 07:12 수정 2017.04.01 09:51        부수정 기자

김남길· 천우희 주연…이윤기 감독 신작

치유와 희망 전하는 판타지 감성 멜로

영화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오퍼스픽처스 영화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오퍼스픽처스

김남길· 천우희 주연 '어느날' 리뷰
치유와 희망 전하는 판타지 감성 멜로


상처,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겉으론 밝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마음속엔 켜켜이 쌓아둔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타인의 상처에 대해선 이러쿵 저러쿵 쉽게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상처일지라도 상대방에겐 우주보다 큰 아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상처가 제일 아프다고 생각한 나머지 남의 상처는 가볍게 생각하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내가 직접 그 상처를 겪고 나서야 '이해한다'는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이유다.

배우 김남길 천우희 주연의 영화 '어느날'은 누구나 지닌 상처와 아픔에 대한 이야기다. 남녀 간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와는 결을 달리하는 작품으로, 사랑을 넘어 상처, 외로움, 아픔 등 삶 전반을 다룬다.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는 두 달 전 아내와 사별한 후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간다. 회사로 복귀한 그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시각장애인 미소(천우희)와 관련된 일을 맡게 된다.

영화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오퍼스픽처스 영화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오퍼스픽처스

사고 조사를 위해 병원을 찾은 그는 스스로 '미소'라고 주장하는 한 여자를 만난다.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미소는 오로지 강수 눈에만 보이는 영혼이다. 강수는 자꾸 자신을 쫓아다니는 미소를 떼어내려 한다.

영혼이 된 사실을 안 미소는 눈 앞에 펼쳐진 처음 보는 세계가 즐겁기만 하다. 유일하게 자신을 볼 수 있는 강수를 만난 미소는 강수를 졸졸 쫓아다니며 소원을 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과 여'(2016), '멋진 하루'(2008), '여자 정혜'(2005) 등을 만든 이윤기 감독의 신작이다.

인간과 영혼의 만남을 담은 이 영화는 판타지 감성 멜로를 표방한다. 극의 주축이 되는 건 상처받은 두 사람이다. 아내와의 사별로 인해 '남겨진 사람'이 된 강수와 '엄마에게 버림받은' 미소가 그렇다. 영화는 자책하는 이 둘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남겨지고, 버림받은 건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그러면서 두 사람이 상대방의 상처에 공감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뿐만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누군가의 상처와 사연에 대해선 함부로 얘기해선 안 되며, '나만 아픈 게 아니라 너도 아프구나'라는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울러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나부터 돌봐야 한다는 깨달음도.

영화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오퍼스픽처스 영화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오퍼스픽처스

우리는 으레 말한다. "나 걔랑 친해서 잘 알아"라고.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의 아픔과 상처, 고민은 헤아린 적 있는가. 관객들은 '어느날'을 통해 자문하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될 듯하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돌아보고, 나는 정말 괜찮은지 묻는다. 좀 더 나아가서는 힘들고 아프지만 내겐, 그리고 내 곁엔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윤기 감독은 봄날 어울리는 매끈한 영화를 내놨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와 연출이다. 억지로 쥐어짜지 않아도 눈물이 흘러내리는, 여운이 깊게 남는 영화를 선보인 솜씨가 훌륭하다.

이 감독은 "영화는 인생에서 한두 번쯤 경험할 수 있는 간절한 순간에서 시작한 이야기"라며 "제목 '어느날'은 어떤 사람에겐 특별한 어느날, 누군가에겐 간절한 날 등 의미가 있는 날이라는 뜻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위안받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영화 속 설정에 대해선 "보는 사람에 따라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면서 "다만 상업적인 목표 때문에 그 설정을 넣은 건 아니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라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영화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오퍼스픽처스 영화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오퍼스픽처스

멜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남녀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가 일품인 것도 영화의 장점이다. 김남길과 천우희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가장 특별한 '어느날'을 만들었다.

김남길은 아내가 죽은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다 한 여자를 만나 변화하는 남자 강수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무뢰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선덕여왕', '나쁜 남자', '상어' 등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준 그는 감성 멜로에서 힘을 많이 뺀 연기를 선보였다. 극 말미 아내에게 "어떻게 너를 잊어"라고 말한 장면에서 눈물을 흘릴 관객들이 많을 듯하다.

김남길은 "내겐 쉽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최대한 편안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며 "'어느날'은 떠난 사람들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다. 비밀, 상처, 아픔을 지닌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곡성', '해어화', '한공주' 등 작품마다 강렬한 연기를 뽐낸 천우희가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영혼이 돼 세상을 보기 시작하는 미소 역을 맡았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예쁜 미소는 천우희에게 꼭 맞는 옷이었다.

천우희는 "미소가 낯간지러운 캐릭터라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다"며 "마냥 소녀 같은 판타지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깨고 싶었고, 배우 천우희만의 미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4월 5일 개봉. 114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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