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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난립하는 '시초가 부풀리기'…개인투자자만 봉


입력 2017.03.30 06:00 수정 2017.03.30 09:29        박선영 기자

이달 상장한 기업 5개중 4개 시초가 부풀려

공모가의 90 ~ 200%까지 시초가 설정 가능

이달 한국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가와 시초가, 상장일 종가를 나타낸 표. 상장 직후 기존 투자자들이 높은 시초가에 대거 매도해 시초가에 매수한 개미투자자들이 급락한 주가에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일리안 박선영 기자 이달 한국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가와 시초가, 상장일 종가를 나타낸 표. 상장 직후 기존 투자자들이 높은 시초가에 대거 매도해 시초가에 매수한 개미투자자들이 급락한 주가에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일리안 박선영 기자

신규 상장사 첫 거래일 '시초가 부풀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공모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시초가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뒤 보유 물량을 대거 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하고 뒤늦게 뛰어든 개미들만 손실을 보는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금융당국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덴티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에스디생명공학·아스타·코미코·서진시스템 등 5개 업체 가운데 4곳에서 시초가가 공모가에 비해 현격히 높게 책정됐다.

실제 지난 23일 첫 거래된 코미코의 경우 공모가가 1만3000원이었지만 공모투자자들이 시초가를 공모가 두 배인 2만6000원까지 높인 뒤 대량 매도했다.

첫날 거래가 시작된 후 시초가에 대거 물량을 매도한 공모투자자 세력이 빠지자 코미코의 주가는 내림세로 돌아섰고 결국 2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지난 29일에는 1만9250원을 기록했다.

나머지 기업들의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시초가 1만5200원에 시작해, 당일 1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고, 덴티움은 공모가 3만2000원보다 6200원 높은 3만8200원에 시작해 3만4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서진시스템도 공모가 2만5000원보다 월등한 금액인 4만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당일 3만7250원에 마쳤다. 서진시스템은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 전날 3만3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초가에 매도하는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에 애초부터 투자했던 재무적 투자자의 비중이 크고, 나머지가 공모 절차를 거쳐 공모한 투자자인 경우”라며 “이들은 개미투자자들보다 정보와 자금적인 면에서 우세한 세력들”이라며 이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높은 시초가에 매물을 내놓는다고 풀이했다.

이처럼 공모투자자들이 시초가 부풀리기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고, 개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투자자가 ‘시초가 부풀리기’를 할 수 있는 근거는 거래소의 시초가 산정방식에 있다. 거래소는 공모가의 90%~200%까지 시초가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상장일 한 시간 전인 오전 8~9시에 공모가격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하고,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시초가가 결정된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개입은 투자심리를 위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현재도 신규 상장 기업의 거래 시작일에 결정된 시초가를 기준으로 상하 30%의 가격제한폭을 두고 있으므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가 상장한 기업들이 대부분 높은 시초가에 시작한 뒤, 기관투자자가 빠져나간 자리에 개미투자자가 자리했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개미투자자의 손실이 지속되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 주의를 줘야 할 주체도 거래소인 만큼 적극적으로 단속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기자 (sy031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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