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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을 쇠퇴시킨 주체는 소비자다


입력 2017.03.28 07:16 수정 2017.03.28 07:51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소비자 중심의 시장경제를 지킬 후보 절실

3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서문시장 삼겹살거리에서 열린 '삼겹살 데이 무료시식회'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고기를 굽고 있다.ⓒ연합뉴스 3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서문시장 삼겹살거리에서 열린 '삼겹살 데이 무료시식회'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고기를 굽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복합쇼핑몰 논란이 많다. 광주광역시, 경기도 부천시, 서울시 마포구 등에 입점 예정인 복합쇼핑몰이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몇 년째 공전 중이다. 광주 신세계복합쇼핑몰의 경우,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광주시가 신세계 측에 호텔 건설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신세계는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마트가 영업을 해 왔기에 이마트를 허물고 호텔과 복합쇼핑몰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트에서 100m 떨어진 금호월드쇼핑몰의 상인 약 1000명이 반발했고, 중앙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문제가 꼬였다.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 건립 예정인 신세계복합쇼핑몰은 10월 부천시의 승인을 얻었다. 하지만 인접한 인천시 부평구와 계양구 지역 상인들이 자신들도 피해를 본다며 입점을 반대하고 각 지자체장들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도 나섰다. 유동수(인천계양구 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접한 자치구의 지자체장과의 합의를 의무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복합쇼핑몰 입점을 저지하고 있다.

서울시 상암동에도 롯데그룹이 2013년에 복합쇼핑몰을 짓기로 구상했다. 하지만 쇼핑몰 부지에서 2km이상 떨어진 망원시장 상인들이 ‘복합쇼핑몰 강행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거세게 반발했고, 여기에 전국유통상인연합회·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가세한 상태다.

소상공인들은 대선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정치권에 자신들을 보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3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 임대차 보호 등 영업권 보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 10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후보를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처럼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을 규제하면, 소상공인들의 삶이 나아질까? 올해로 5년째를 맞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결과가 그 답을 제시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영업규제가 시작된 2012년부터 2015년 동안 중소상인들의 매출은 오히려 12.9% 줄었다. 반면 온라인. 모바일 쇼핑은 161.3%, 편의점은 51.7%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재래시장, 골목상권을 찾지 않았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편의점(41.6%)과 다른 대형마트(14.5%)를 찾았다고 응답했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봤다는 비율은 10.7%에 불과했다.(한국경제신문 3월 14일)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에 가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비좁고, 비위생적이고, 상품이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값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최상을 원하며 편안하고 쾌적한 쇼핑공간에서 구매하길 원한다. 이런 소비자의 ‘탐욕’이 재래시장의 쇠퇴를 가져온 것이다.

유통산업은 가장 역동적인 산업이다. 소비자의 변화하는 취향, 행동 및 구매 습관에 맞춰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통산업의 특성은 산업의 강자도 빠르게 교체시킨다. 유통의 최강자 월마트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아마존에 고전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쇼핑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출근 길 지하철에서 장을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2015년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월마트를 넘어섰다.

월마트는 작년에 미국 내 154곳의 매장을 폐쇄하고 온라인 몰 제트닷컴(Jet.com)을 33억 달러(3조6500억 원)에 인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온라인 코스트코’라고 불리는 제트닷컴은 가격 알고리즘을 통해서 무조건 아마존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온라인쇼핑몰이었다. 월마트는 제트닷컴 창업자 마크 로어를 영입해, 온라인 사업을 맡겼고 그 결과 지난 4분기 온라인 매출이 29% 증가했다. 아마존의 증가율 22%보다 높았다.

한국 대형마트들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이다. 3월 롯데마트는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100대 상품 가격 할인을, 홈플러스는 창립 20주년 기념 세일을, 이마트는 ‘가격의 끝’ 제품 확대를 내세우며 일제히 가격경쟁에 나섰다.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내놓기 위해 물류센터를 세우고 유통단계를 줄이는 혁신도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과의 경쟁도 뜨겁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14일 이마트보다 더 싸게 분유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마트와 가격 전쟁을 선포했다. 쿠팡과 ‘10원 전쟁’을 치른 지 1년 만에 이마트는 다시 온라인쇼핑몰과 ‘10원 전쟁’을 시작했다.

그동안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업인, 상공인을 치켜세우며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들의 주요 임무인 냥 각종 유통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더 저렴하게, 더 고품질의 상품을 편리하고 빠르게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때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은 모든 기업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지침이자, 시장경제의 작동원리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경제적 진보도 가능하다. 대선을 앞둔 지금, 소비자의 선택권을 소중히 생각하고 소비자 중심의 시장경제를 지킬 후보가 절실하다.

글/이유미 컨슈머워치 사무국장·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간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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