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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진구 "80번의 오디션 낙방, 인생 바꿨죠"


입력 2017.03.30 09:25 수정 2017.04.02 09:14        김명신 기자

드라마 '올인' 이병헌 아역으로 스타덤

공백-오디션 낙방 속 파격 열연…전성기

드라마 '올인' 이병헌 아역으로 스타덤
공백-오디션 낙방 속 파격 열연…전성기

배우 진구가 영화 '원라인'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 NEW 배우 진구가 영화 '원라인'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 NEW

“빨리 가도, 천천히 가도, 도착은 같다…천천히 걷다 보니 지금의 이 자리, 너무 감사하다.”

“어릴 적 두꺼운 입술과 까만 피부는 콤플렉스였다. 때문에 아이들과 많은 다툼을 한 기억이 난다. 지금은 다 끌어안고 감사해 하고 있다.”

모든 것이 감사한 초긍정 마인드 진구와의 유쾌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상남자’ ‘거친 남자’ ‘비열한 캐릭터’ 등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한 진구였지만 실제 성격 만큼은 ‘진국’이었다.

서울 팔판동 모처에서 만난 진구는 “어릴 때와는 달리, 지금은 입술도 많이 얇아지고 검은 피부도 건강미를 과시하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며 너스레를 한 껏 떨었다.

“친구들에게 머리를 들이댔죠. 저는 입술과 피부가 싫었거든요. 거기다 이름이 외자여서 친구들이 언급을 하면 싸우곤 했죠. 하지만 이름이 알려지고, 이후 콤플렉스로 여겼던 점들이 매력으로 어필되면서 모든 단점을 스스로 안아버렸죠. 구릿빛과 입술을 자랑하면서요. 하하하.”

드라마 ‘올인’으로 화려하게 데뷔를 치른 진구였지만 이후 오랜 기간 무명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적지 않은 마음고생도 했다. 그러다 2004년 즈음 몸짱 배우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건강미를 앞세운 컨셉트에 검은 피부로 무장한 상남자 포스로 또 다시 주목을 받았고, 그렇게 영화 ‘비열한 거리’를 통해 다시금 인기 반열에 올라섰다.

진구는 “‘올인’ 이후 온갖 작품의 오디션을 봤고, 그렇게 7~80회 낙방을 경험했다. 그러다 ‘비열한 거리’ 캐스팅이 확정 됐고, 당시 믿기지 않았을 정도로 기뻤다”고 회상했다.

“물불 안가릴 때였죠. 의욕만 앞섰고 그랬기에 줄줄이 낙방한 거 같아요. 특히 계속 주인공 자리만 오디션을 봤던 거에요. 개념도 없었죠. 지금 저를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데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고민 상담을 해줘요. 오디션 떨어졌다고 말하면 그때 80회 낙방을 얘기하죠.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주연이냐 조연이냐 단역이냐 따지던 어리석음을 지우는 계기가 됐었거든요. 과거의 실패 경험들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초심을 잃지 않게 돼요. 참 감사한 일이죠.”

배우 진구가 영화 '원라인'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 NEW 배우 진구가 영화 '원라인'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 NEW

진구는 ‘비열한 거리’ 유하 감독에게는 배우로서 배워야 할 것을 배우고, ‘마더’ 봉준호 감독에게는 내려놓는 연기에 대해 배우고, ‘원라인’ 양경모 감독에게는 두 감독을 모두 합한 것들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감독들은 반대로 “진구는 스펀지 같은 배우”라며 모든 것을 자기화시키는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인기요? 빨리 식는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알죠. ‘올인’ 이후 엄청한 관심을 받았죠, 하지만 인기가 2주를 못가더라구요. 너무 갑작스레 뜨거워지는 인기와 빨리 식는 상황을 보면서 ‘다음에 이런 인기가 주어진다면 속지 않겠다’ 생각했죠. 하하하. 그렇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 덧 ‘연기파’ ‘믿고 보는 배우’ 등 너무 고마운 수식어가 붙더라구요. 제일 큰 상이죠.”

진구는 배우로서의 꿈이 선배들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인정 받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단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살고 싶다고. 물론 중간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 같은 대박이 터지기도 했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주하지 않고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하락은 어차피 예상한 일이라며.

그러면서도 이번 신작 ‘원라인’의 흥행에 대해서는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임시완 박병은 김선영 이동휘 등과의 남달랐던 케미와 현장 작업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앞이 그려지지 않았던 ‘장과장’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무언가를 해낸 듯한 성취감에 따른 기대감이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장과장’ 캐릭터 색깔이 안보였어요. 소속사에 못할 거 같다고 말도 했죠. 그러다 감독님을 만났는데 설득을 당했어요. 실제 제 모습대로 연기하면 된다는 거에요. ‘인간답지 않은 일을 인간답게 하는 장과장’이 저라면서. 그렇게 출연을 하고 완성된 영화를 보는데 ‘아!’ 싶었죠. 감독님이 그리신 큰 그림이 있었던 거예요. 저는 믿고 따라갔고, 그 안에서 저의 모습을 담아 내셨더라구요. 정말 양 감독님은 대단하신 거 같아요.”

배우 진구가 영화 '원라인'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 NEW 배우 진구가 영화 '원라인'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 NEW

진구는 극중 일명 작업대출이라는 사기판에서 우두머리로 열연을 펼쳤다. 사기계 브레인으로 활약한 그는 실제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군 제대 후 연기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기를 당했다는 것. 그를 계기로 연기 학원에서 우여곡절 끝에 특별 전형으로 드라마 ‘올인’ 오디션을 보게 되고, 그렇게 2000명이 넘게 본 이병헌 아역 자리에 캐스팅이 되는 운명같은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연기 루트를 몰라 무작정 학원을 등록하고 그렇게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러다 사기를 당하고 드라마 ‘올인’ 오디션에 합격하고. 80번의 낙방 끝에 ‘비열한 거리’ 캐스팅이 되고, ‘태양의 후예’ 출연까지. 제가 작품은 잘 선택하는데 ‘흥행 촉’은 없는 편이거든요. 인복이 많다고들 하는데 참 좋은 작품들을 만난 거 같아요.”

진구는 일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영화 ‘원라인’ 홍보 행사가 마무리 되면 일본 프로모션에 돌입할 예정이다. 팬미팅도 진행되며 현지 활동 역시 타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더 넓은 곳에서의 활동은 누구나 꿈꾸죠.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아요. 빨리 가려고 해도 빨리 가지지도 않고, 천천히 가도 가지는 건 확실하거든요. 혹시나 잘못된 길에 접어들어도 돌아올 수 있구요. 저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더 배고픈 후배들을 보면서 자만을 지우죠. 어리석음을 깨닫구요. 저는 천만배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항상 고맙고 정말 행복합니다. 무엇보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저희 아이들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해요. 아직도 아이들을 보면 신기하든요. 하하하.”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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