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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박신혜' 김소율, 수줍은 불도저


입력 2017.03.30 15:51 수정 2017.03.31 08:05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링 밖에서는 천생 소녀..링 오르면 불 파이팅

박신혜에 누가 되지 않는 우수한 파이터 성장 욕심

김소율 ⓒ 맥스 FC 김소율 ⓒ 맥스 FC

맥스FC 여성 밴텀급(-52kg) 전선은 아카리 나카무라(23·일본 G.B.S)의 등장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경기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나카무라 등장 전까지만 해도 여성 밴텀급은 '간호사 파이터' 김효선(38·인천정우관) 독주 속 '똑순이' 박성희(22·목포스타) 등이 도전하는 구도였다. '격투 여동생' 전슬기(24·대구무인관)의 이탈이 아쉽지만 인재들이 쏟아지고 있어 흥미로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었다.

지난 2월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린 맥스 FC 07 'All For on e'를 앞두고 갑작스런 김효선의 부상으로 나카무라는 긴급 투입됐다. 대체선수였지만 WMC I-1 -51kg 현역 챔피언이자 슛복싱 미니멈급 2위, J-Girls 플라이급 2위 등 다양한 단체에서 상위 랭커로 이름을 올리며 28전을 경험한 강자다.

전진 압박을 시도하는 박성희에게 중앙을 내주지 않고 과감하게 치고받았다. 타이밍 포착 능력이 뛰어났고, 연타에도 강했다. 상승세의 박성희가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하기 어려웠다. 펀치와 킥은 물론 니킥 등 옵션도 다양했다. 안면, 바디 등 상황에 따라 빈틈 공략도 매우 능했다.

전슬기 뒤를 이어 여성 밴텀급 젊은 피를 이어갈 선수로 꼽혔던 박성희가 무너지자 국내 팬들의 충격은 컸다. 사실상 최강자로 꼽히는 김효선까지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국내파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지게 된다.

박성희가 나카무라에게 철저하게 당하던 그때 경기를 지켜보며 울분을 삭이는 선수가 있다. ‘퀸즈리그’ 결승에서 박성희에게 아쉽게 패한 '미녀 불도저' 김소율(22·평택엠파이터짐)이다.

김소율 ⓒ 맥스 FC 김소율 ⓒ 맥스 FC

가장 중요한 순간 당했던 뼈아픈 첫 패

김소율은 운동은 좋아했지만 파이터에 대한 생각은 크게 없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체육관 측에서 격투기 무대를 권했다. 큰 기대 없이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경력이 쌓이면 트레이너나 강사가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데뷔전을 치른 지 반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김소율은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연승 모드에 들어섰다. 6연승 달리던 ‘노르웨이산 암사자’ 캐롤라인(30·노르웨이)과의 ‘퀸즈리그’ 4강전은 그녀의 존재를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고작 5전의 풋내기 김소율은 20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캐롤라인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결승에 올랐다.

김소율은 두 가지 면에서 팬들을 놀라게 했다. 격투선수로서 상당한 미모로 주목을 끌었으며 외모와 다른 불도저 파이팅으로 반전 매력까지 뽐냈다. 김소율은 링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수줍지만 일단 공이 울리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무섭게 상대를 몰아친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게 때려도 개의치 않고 전진하며 난타전을 벌인다. 김효선 못지않은 불도저 스타일이다.

유일한 1패였던 박성희전 역시 아슬아슬하게 승부가 갈렸다. 당초 박성희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김소율은 전진을 거듭하며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초반에는 정타 싸움에서 밀려 불안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받아치는 공격에 힘이 실리며 박성희를 당황케 했다.

아슬아슬한 박성희의 승리였지만 뒷걸음질 치지 않고 맹렬하게 압박했던 김소율의 손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당시 경기에 대해 김소율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첫 패배라 속상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부족했던 부분이 드러났던 경기였다. 여러 소득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지금까지는 밀어붙이면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술의 보강 없이는 발전이 없겠다는 가르침도 얻었다”고 말했다.

김소율의 인파이팅은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스타일은 아니다. 스스로는 맷집도 센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정신력과 투지로 버틸 뿐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링 위에 올라가면 다른 생각이 없어진다. 피하거나 막는다는 생각보다 그냥 많이 치면 덜 맞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의도라고 한다.

때문에 아직도 자신이 제대로 된 인파이팅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힌다. 어쨌거나 경험이 쌓여갈수록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있다. 물론 현재의 인파이팅을 더 잘하게 된 후 다른 시도를 함께해야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김소율  ⓒ 데일리안 김소율 ⓒ 데일리안

보급형 박신혜, 본래 게임 아이디

최근 각 단체 별로 여성 파이터들이 늘어나다보니 이를 각인시키기 위한 다소 무리한(?) 닉네임들이 난무하고 있다. 비너스, 케이지 김연아, 헬로 키티, 큐티헌터 등 상황에 따라서는 오글거리는 별명도 많다.

여성 파이터들 입장에서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외모와 관련된 별명은 더욱 그렇다. 본의 아니게 팬들에게 외모 평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곱상한 편이라 해도 연예인 혹은 미모를 강조하는 닉네임이 붙다보면 악플이 쏟아지며 해당 선수가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여성 파이터들은 멘탈도 두둑해야하며 대회사나 체육관 역시 어느 정도는 공감(?) 할 수 있는 별명을 지어야한다는 지적이다.

‘보급형 박신혜’로 불리는 김소율은 격투기 선수 중에서 눈에 띌 만큼 예쁘다. 하지만 별명의 비교 대상이 너무 세다. 보급형이라는 말이 붙기는 했어도 자칫 해당 연예인 팬들에게 악플 세례를 받지 말란 법도 없다.

사실 ‘보급형 박신혜’는 김소율의 게임 아이디다. 과거 남자친구가 그녀를 보고 “박신혜를 닮았다”는 말을 가끔 했는데 그로인해 보급형이라는 말을 앞에 붙여 장난처럼 아이디로 만들어 쓰고 있었는데 막상 별명으로 사용되자 무척 부끄럽다고 한다. 이미 굳어진 별명이라 그것에 연연하기보다 좋은 파이터가 되어 ‘원조 박신혜’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각오도 있다.

격투기를 사랑하게 된 파이터 김소율이지만 그녀 역시 여성이라 예쁜 취미나 관심사도 많다. 좋은 향기를 맡거나 예쁜 꽃 등을 좋아해 방향제를 만들거나 꽃을 사서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것도 즐긴다. 꽃을 말려 코팅하거나 작은 다발로 꾸며보는가 하면 묶어서 자신의 방에 장식하기도 한다. 만든 것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김소율은 링 밖에서는 천생 소녀다.

한편, 김소율은 다음달 22일 충남 홍성에서 개최되는 맥스 FC08 ‘파이트홀릭’대회에서 ‘격투신동’ 윤현빈(16·대구더파이터클럽)과 격돌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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