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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 논의가 향후 20일간 가야할 길


입력 2017.03.27 06:30 수정 2017.04.02 22:18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1234@dailian.co.kr)

후보단일화 반대를 위해선 '무용론', '역풍론' 근거 대야

"개울물이 합쳐져야 강물이 되고 큰 배를 띄울 수 있어"

김진태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지사, 홍준표 경남지사(왼쪽부터)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017대선 자유한국당 후보자 경선토론'에 참석해 토론에 앞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김진태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지사, 홍준표 경남지사(왼쪽부터)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017대선 자유한국당 후보자 경선토론'에 참석해 토론에 앞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각 당이 대선후보 경선 체제에 돌입한 이후 ‘선거연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두권을 달리는 민주당 주자들에 맞서야 하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3당 주자들은 후보토론회 때마다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당에선 바른정당 및 국민의당과 연대를 놓고 홍준표 후보가 찬성, 김진태·이인제 후보가 반대 입장이다. 바른정당에선 한국당과 '보수후보 단일화'에 대해 유승민 후보 찬성, 남경필 후보 반대로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에선 보수권 정당과 연대를 두고 안철수 후보 반대, 손학규 후보 찬성으로 갈린다. 개중에는 선두주자와 차별화하기 위해 삐딱선을 탄 주자들도 있지만, 겉으로는 그럴싸한 이유를 대고 있다.

선거연대를 둘러싼 주자간 갈등은 바른정당에서 먼저 일어났다. 유 후보는 한국당과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으나 남 후보는 그에 반대하며 ‘연정론’을 폈다. 연정론은 집권에 성공한 이후 문제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한국당이 아닌 국민의당과 후보 단일화하자는 의미하다. 남 후보가 한국당과 단일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한국당이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세력이라는 이유에서다. 일종의 명분론이다.

후보단일화 반대를 위해선 무용론, 역풍론 근거 대야

현 정국에서 선거연대 반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크게 두가지 근거에 기대야 한다. 첫째는 아무리 후보 단일화를 해도 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는 ‘무용론’이다. 따라서 차기 총선 등 후사를 위해 당의 정체성이라도 온전히 보존하자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후보 단일화를 하면 기존의 지지세가 떨어져나가 필승전략에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3당 후보가 연대하면 개인 지지율 합 이상의 시너지효과가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반대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 지사(왼쪽부터)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017대선 바른정당 후보자 경선토론'에  참석해 토론에 앞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 지사(왼쪽부터)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017대선 바른정당 후보자 경선토론'에 참석해 토론에 앞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무용론은 패배주의의 발로…애당초 경선출마 말았어야

‘무용론’은 현실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 합은 60%를 훨씬 상회한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뒤에도 패자의 지지율이 승자에게 그대로 이전된다면 선거는 이미 끝난 게임이다. 그래도 이탈표가 적지 않을 것이란 한 가닥 기대에 의지해 모든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주자가 자신의 연대 반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용론을 제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패배주의의 발로’라고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것이며, 심지어 후보직 사퇴 요구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경선에 나서지 말아야 했고 지금이라고 그만 두는 게 낫다. 대선주자가 아닌 일반 의원들 중에서나 꺼낼 수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역효과론, 경선 뒤 여론조사로 확인 가능

‘역효과론’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각 당은 서로 차별화한 가치를 내걸고 지지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칸막이를 허물어 버리고 고유 색깔을 퇴색시켜 버리면 실망감에서 지지를 철회할 유권자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일을 놓고 지금 길게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태아를 놓고 ‘철수’로 할지 ‘영희’로 할지 작명 다툼을 벌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들 눈에는 민생과는 하등 상관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각 당이 경선을 마친 뒤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타진해보면 역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금방 답이 나온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박주선 국회부의장(왼쪽부터),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안철수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목동 서울방송(SBS)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 경선후보자 토론에 앞서 공정한 토론을 다짐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박주선 국회부의장(왼쪽부터),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안철수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목동 서울방송(SBS)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 경선후보자 토론에 앞서 공정한 토론을 다짐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명분만으로 후보단일화 반대는 지도자로서 자격미달

그런데 이도저도 아니고 단지 명분만을 내세워 후보단일화에 반대하는 것은 '포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장수로서는 자질부족이다. 과거사에 집착해 미래를 위한 전략적인 사고를 못한다면 국가의 명운을 짊어질 지도자로서 자격미달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후보단일화 결과 자당후보가 단일후보로 뽑히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에 근거해 단일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지지율 대로라면 한국당 후보와 바른정당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손을 들어줘야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또한 ‘패권세력 척결’이란 대의(大義)와 ‘자당후보로 단일화’라는 소리(小利)의 경중을 구분 못하는 단견에 불과하다. 큰 배를 띄우기 위해선 여러 개울물이 한데 합쳐져서 강물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후보단일화 찬성률이 후보 지지율 합보다 높으면 청신호

바른정당 28일, 한국당 31일, 국민의당 내달 4일에 각각 당 대선후보가 결정된다. 1차적으로 31일 이후에 바른정당 후보와 한국당 후보를 설문에 대입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찬반을 물은 뒤 찬성률이 두 당 후보의 지지율 합보다 높다면 보수후보 단일화 ‘청신호’로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그 반대로 나온다면 더 이상의 선거전은 무의미할 것이다.

또 내달 4일 국민의당 후보가 결정되면 같은 절차로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현재로선 안철수 후보가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기대난망이지만 단독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이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 안철수'의 대결"이라고 했던 자신의 예언을 실현하려면 모험을 해야 한다. 후보등록일인 15~16일 전까지 이 모든 절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민주당 후보 대 중도·보수 후보 간 '1대 1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경선 패배자들은 전향적인 태도 변화 있어야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방송 시나리오처럼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될 리는 만무하다. 한가지 목표에 얼마나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또 양보와 협력 속에 얼마나 빨리 단일화 룰(rule) 합의가 이뤄지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도중에 ‘무용론’과 ‘역풍론’이 계속해서 협상 테이블을 뒤흔들 수 있다. 특히 경선 도중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경선 패배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은 다분하다. 여의도 정치판의 과거 행태가 그럴 가능성을 충분히 예고한다.

그러나 경선 패배는 본인들의 주장이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거부당했음을 의미한다. 침묵을 지키든지 아니면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혹여 ‘못 먹는 밥에 재나 뿌리자’는 심사로 기존 주장을 계속 편다면 국민들로부터 ‘소인배’라는 지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권혁식 기자 (kwonhs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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