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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디짠 시리아, 손흥민 선물 받을 수 있나


입력 2017.03.26 08:37 수정 2017.03.26 11:43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6경기 2실점’ 무실점 이란에 이어 최소실점

승리 필요한 한국에 높고 두꺼운 벽으로 다가와

시리아전 앞두고 손흥민이 승리를 다짐했다. ⓒ 데일리안DB 시리아전 앞두고 손흥민이 승리를 다짐했다. ⓒ 데일리안DB

“시리아전 승리를 선물하겠다.”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이 시리아전 필승을 다짐했다.

손흥민은 25일 파주 NFC 훈련에 참가한 뒤 “중국전 패배(0-1)에 축구팬들이 크게 실망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시리아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해 시리아전 승리를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월드컵 최종예선 A조 꼴찌였던 중국과의 원정경기에 손흥민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벤치도 아닌 본부석에서 답답한 한중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의 공백은 뼈아팠다.

손흥민이 빠진 한국은 경기 내내 무색무취한 전술 아래 좀처럼 중국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명장 리피 감독의 지휘를 받은 중국이라고는 하지만 상대의 전력이 급성장했다기보다 슈틸리케호가 너무 못했다.

역대전적 18승12무1패를 점하며 ‘공한증’의 위력을 떨치던 한국 축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졸전이었다. 한국 축구가 중국에 무릎을 꿇은 것은 지난 2010년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이후 7년 만이자 월드컵 예선 최초다.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축구팬들은 통쾌한 승리를 기대했다. 승리가 아니더라도 콧대를 납작하게 할 만한 날카롭고 위협적인 경기 내용을 바랐지만 특효약 없는 전술 아래 흐물흐물했다.

격분한 일부 축구팬들은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주장했다. 책임자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 패배 후 “남은 4경기에서 해법을 찾겠다. 월드컵 자력 진출을 이루겠다”고 말했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팬심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시리아전 대승이 필요한 이유다.

실망을 덜어줄 화끈한 승리가 아니라면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대승은커녕 승점 확보도 쉽지 않다는 점이 슈틸리케호를 더 깊은 고민에 빠뜨린다. 시리아가 FIFA랭킹은 95위에 머물러 있지만,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짜디짠 수비로 고춧가루 부대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월드컵 2차 예선 E조에서 일본(7승1무)에 조 2위로 최종예선에 올라올 때만 해도 ‘승리 자판기’처럼 여겼다.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에서 홈경기조차 치를 수 없어 몰수패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시리아는 2011년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확산됐다. 주변국들의 개입으로 확전 양상을 띠면서 약 50만 명이 세상을 떠났고, 국민 절반이 난민 신세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시리아에는 폭탄이 떨어지고 총성이 쉬지 않고 울린다. 이런 상황이 시리아 축구에 전력 이상의 힘을 불어넣었다.

희망이라고는 축구밖에 없게 된 시리아 국민들을 가슴에 품은 시리아 축구대표팀은 매 경기 투혼을 불사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최종예선 들어 시리아는 최약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팀들의 발목을 연달아 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원정에서도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을 궁지로 몰아넣은 중국 원정에서 시리아가 승리한 것이다. 지난 23일에 조 3위 우즈베키스탄까지 1-0으로 누른 시리아는 현재 승점8(2승2무2패)로 조 4위다. 그 덕에 중국에 지고도 조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과는 불과 2점차다.

시리아는 조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란, 한국과의 1차전에서도 무실점을 기록하며 0-0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우즈벡과의 23일 경기에서도 무실점으로 버티다가 후반 추가시간 PK 골(오마르 크리빈)로 1-0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1차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 연합뉴스 한국은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1차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 연합뉴스

원정에서도 시리아는 0-1, 1-0 스코어를 기록했다. 한 골 이상 넣기는 어렵지만 한 골 이상도 좀처럼 내주지 않는다. 무실점의 선두 이란 다음으로 실점이 적다. 시리아는 6경기 2실점으로 끈적끈적한 수비를 자랑한다. 이기는 것 외에 답이 없는 슈틸리케호 앞에 시리아의 조직력과 수비는 너무 두껍고 높아 보인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2패 이상 당하면 자력 진출이 매우 어려워진다. 한국은 이미 이란과 중국에 져 2패를 당한 상태다. 남은 4경기에 대한 부담이 크다. 최종예선 일정을 보면 시리아전 이후는 더 험난하다. 카타르(원정), 이란(홈), 우즈벡(원정) 순이다.

선두 이란과의 홈경기도 어렵지만 원정경기 3경기 1무2패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시리아와의 홈경기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한국이 28일 홈에서 시리아와 경기를 펼치는 동안 조 3위 우즈벡은 같은 날 최하위 카타르를 상대한다. 한국이 시리아에 패하고 우즈벡이 이긴다면 조 4위로 미끄러진다. 위축된 한국 축구가 홈에서 경기를 치른다고 해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 어렵다.

사정이 어떻든 손흥민 말대로 시리아전 승리가 절실하다.

지동원이 경고누적으로 시라이전에 결장하는 가운데 손흥민은 슈틸리케호를 건져 올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지금의 슈틸리케 감독 리더십을 생각했을 때, 축구팬들도 “당장 믿을 것은 손흥민”이라고 말한다. 손흥민이 빠졌던 두 번의 경기에서 슈틸리케호는 무득점에 그쳤다. 손흥민의 선물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편,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은 최종예선 A조 2위까지 받는다. 3위는 일본-호주 등이 속한 B조 3위와 플레이오프(홈 앤드 어웨이)를 치르고, 승리한 팀이 북중미축구연맹 최종예선 4위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을 거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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