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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교통안전체험, 운전면허 취득 전 필수과정이었으면...”


입력 2017.03.26 11:00 수정 2017.03.27 19:02        박민 기자

30년 운전 베테랑들도 교정 받고 가는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운전자·자동차·도로 등 교통사고 3요소 상관관계 직접 체험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내 빗길 급제동 주행구간.ⓒ데일리안 박민 기자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내 빗길 급제동 주행구간.ⓒ데일리안 박민 기자

“이곳(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난 사람들 대부분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이 좋은 교육을 왜 운전면허증 따기 전 안 시켜줬냐는 거예요. 운전을 20년 넘게 한 베테랑들도 안전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는데, 여러 사고위험 체험을 해보니 정작 중요한 요소들을 놓치고 운전해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운전면허증 따기 전에 이런 프로그램을 필수과정으로 만들어야하지 않겠냐고 따지는 분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승우 교통안전공단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만난 하승우 교수는 기자들에게 연신 안전운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아니 설명이라기보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후일담에 가까웠다. 운전을 생계수단으로 살아온 베테랑들도 처음에는 “이정도 쯤이야~”하며 자신만만하며 교육에 임하지만 직접 체험을 하고 나서는 대부분 자만심은 사라지고 생각이 달라진다는 후기였다.

사실 기자 역시 안전운행의 중요성이나 행동요령 등의 설명이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지금껏 가벼운 접촉사고 이외에는 큰 사고가 없었던 만큼 해온대로만 운전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빗길에서 급제동, 안전띠 착용/미착용, 미끄럼 곡선주행 단 세 가지 체험만으로도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사고체험 교육의 위대한 효과라고 말하고 싶다.

하 교수는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는 운전자가 직접 차를 몰고 다양한 코스를 돌며 잘못된 운전습관을 스스로 교정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실제 교육을 이수한 운전경력 30년의 한 분은 평생 운전을 해왔지만 중요한 부분들은 놓치고 살았다면서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은 없지만 ‘안전운전’ 하나만큼은 선물하고 싶다며 이곳에 직접 자녀분을 데려와 교육을 받게끔 하는 분이 있을 정도”라며 뿌듯해 했다. 이어 "오늘 교육에 참여한 기자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며 힘줘 말했다.

첫 번째 체험은 빗길 급제동 구간이었다. 이날 운전을 담당할 부교수의 차량에 조수석과 뒷좌석에 기자 3명이 올라탔다. 부교수는 출발 전 안전띠를 꼭 메라고 당부했다. “속도는 시속 50km로 달리겠습니다. 이번 실험은 빗길 급제동시 ABS(Anti-lock Braking System) 장착 차량과 미장착 차량의 차이를 체험할 수 있는 ‘직선제동코스’입니다. 실제 얼마나 차량이 밀리는지 느껴보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언덕에서 출발한 차량은 약 30m 정도 달리며 속도를 정확히 시속 50km 까지 올렸다. 언덕 아래 평지 아스팔트에는 바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 빗길을 가정해 물이 뿜어지고 있었다. 빗길 구간에 다다르자 부교수는 “이제 브레이크 밟습니다”라며 짧게 외쳤다.

빗길 급제동 체험 전 뒷자석에서 바라본 주행구간.ⓒ데일리안 박민 기자 빗길 급제동 체험 전 뒷자석에서 바라본 주행구간.ⓒ데일리안 박민 기자

“뜨드드두~~덕 턱” 차량에 충격과 함께 미끄러지듯 차량 후미가 180도 가량 돌면서 차선을 이탈했다. 순간 당황한 기자들은 모두 “어~어~어~”하며 소리를 내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만약 실제 도로에서 이 같은 사랑이 발생할 경우 옆 차로에서 달리는 차량과 충돌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찔했다. 물론 이 차량은 ABS 미장착 차량이었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12년 5월부터 새로 제작되는 모든 차량에는 이 장치가 의무화 됐지만 이전 차량에는 미 장착된 차량이 상당수 있다.

하 교수는 “지금은 ABS장착이 의무화됐지만 이전 영업용 차량의 경우 ‘안전’보다 ‘옵션’이라는 생각이 커 여전히 미장착 차량이 많다”면서 “커브길이나 빗길에서 급제동을 걸면 차량 무게 중심이 무너져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BS 장착 차량도 빗길에서는 타이어에 수막현상이 발생해 차량이 회전하게 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무엇보다 규정 속도를 지키고, 감속 주행을 하는 것만이 생명을 지키는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는 노면이 젖었거나 눈이 20㎜ 미만으로 쌓였으면 최고속도의 20%를 감속하고, 폭우나 폭설, 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이거나 노면이 얼어붙은 경우, 눈이 20㎜ 이상 쌓이면 속도를 50% 줄이라고 규정돼 있다. 그간 수없이 들어왔던 빗길 ‘감속운행’을 이날 새삼 절감했다.

이어서 급제동시 안전띠 미착용과 착용 차이점에 대한 확인했다. 속도는 시속 10~15km에 불과했다. 현재 대다수 운전자들이 저속의 시가지 운전 상황을 가볍게 여겨 안전벨트 착용을 소홀히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공단측은 설명했다. 그 위험을 체험하는 구간이었다. 안전을 고려해 조수석에는 탑승하지 않고 뒷좌석에만 기자 둘이 탑승했다.

부교수는 “급제동을 고려해 엉덩이는 최대한 좌석 깊숙이 밀착하고, 얼굴 앞에 두 손을 모아 준비해주세요. 자 출발합니다” 라고 말하고 몇 초만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무방비 상태가 아니고 충분히 급제동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부교수 설명에 의하면 저속이지만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 무게로 인한 반동 등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었다. 반면 안전띠를 착용한 후 같은 상황에서는 약간의 흔들림만 있었을 뿐 확실히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 교수는 “안전띠는 차량 충돌이나 추돌사고시 충격을 줄여주고, 또는 차량이 전복될 때 바닥에 떨어지는 직접적인 충격을 완하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안전띠는 어깨나 골반 등 몸의 단단한 곳을 지나게 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간혹 갑갑한 느낌이 실어서 안전띠 고정클립을 사용하거나 목 부위에 안전띠가 걸치도록 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고가 날 때 오히려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경기도 화성시 일대 총 면적 24만7224㎡(약 7만5000평) 면적에 조성된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내 본관 전경.ⓒ데일리안 박민 기자 경기도 화성시 일대 총 면적 24만7224㎡(약 7만5000평) 면적에 조성된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내 본관 전경.ⓒ데일리안 박민 기자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교육에서 기자들은 소감은 대부분 비슷했다. 운전 쉽게 볼 게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 교육 이수생들이 느꼈던 것처럼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전 이같은 안전체험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현재 이곳은 유료로 운영되는 만큼 비용이 문제다. 현재 교육비는 1일 9만2000원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이 센터를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체험한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는 경북 상주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 건립된 시설이다. 지난달 3일 문을 열었고 ▲기초훈련코스 ▲자유훈련코스 ▲위험회피코스 ▲직선제동코스 ▲빗길제동코스 ▲곡선주행코스 ▲일반·고속주행코스 등 실기 교육 체험장 7개 코스와 실내 교육장 3곳을 갖추고 있다. 주행 속도에 따른 인지, 판단, 조작의 반응한계를 비롯한 교통사고의 3요소(운전자, 자동차, 도로)의 상관관계을 직접 체험하고 교육 받는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안전운전 체험교육을 받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교육 전후 1년간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추적 조사한 결과,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7662건에서 3508건으로 54%, 사망자 수는 220명에서 50명으로 67% 각각 줄었다. 이에 따른 누적교통벌점은 52%,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68%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는 그간 주로 화물차, 택시, 버스 운전자 등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나 향후 점진적으로 일반인들도 개별적으로 유로 체험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령자 운전 과정도 신설하기 위해 현재 시범교육을 검토중에 있다.

박웅원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장은 “지난 8년간 상주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를 운영하며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거뒀다”며 “다만 전국의 사업용 운수 종사자(67만명) 중 52%(35만명)가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기존 상주 센터는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번 화성 센터는 좀 더 가까워진 거리에서 편리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객관적인 체험교육을 통해 잘못된 운전습관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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