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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기소하라


입력 2017.03.25 09:48 수정 2017.10.16 10:14        데스크 (desk@dailian.co.kr)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어 '법과 원칙'에 따르면 '불구속'

문재인, 국민통합 위해 ‘불구속 기소’ 요청해야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어 '법과 원칙'에 따르면 '불구속'
문재인, 국민통합 위해 ‘불구속 기소’ 요청해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21시간의 검찰 조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암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21시간의 검찰 조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암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몇 일 전 박근혜 전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많은 사람과 언론이 ‘영상녹화를 거부했다’고 그녀를 비난했다. 그러자 변호인단은 ‘거부한 것’이 아니고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사람들은 ‘그게 그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좀 헷갈리긴 했다. 그래서 법조인들에게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몇 분의 대답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법에는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 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2)라고 명시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말로 임의규정임을 알 수 있다.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전에 청와대가 특검의 조사를 거부한 이유가 영상녹화나 녹음이라는 점 때문이다.

영상녹화, 피의자 인권 위한 안전장치로 출발

이런 경우 우리는 ‘입법의 취지’로 판단해야 한다. 영상녹화는 본래 ‘피의자의 인권을 위한 안전장치’로 출발했다. 과거 검찰조사에서 강압과 폭력이 많았는데, 민주화가 되면서 과거의 악습을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제도의 선택권은 피조사자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피조사자에 대한 사전공지는 영상녹화가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피조사자가 이를 알고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거부의 의사도 피조사자의 권리다. 청와대에서는 특검이 약자이므로 영상녹화를 충분히 주장할 수가 있다. 그러나 검찰조사에서는 피의자가 약자이다. 따라서 피의자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입법취지상 합당한 일이다.

그럼 ‘동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동영상이 본의 아니게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의 피의사실공표가 금지되었지만, 지금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영상이 남아 피의자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동의하지 않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된다.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여부’도 마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검찰의 고민이 큰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조만간 결정을 해야 할 텐데, 어떤 결정을 해도 반대편에서는 반발을 할 것이다. 진퇴양난의 처지다. 검찰총장이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 해석도 진영에 따라 ‘아전인수’다. 많은 주장들이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구속으로 분풀이를 할 것인가, 아니면 불구속으로 정상적인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인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은 ‘불구속 기소’ 원칙

우리나라 법은 ‘불구속 기소’를 원칙으로 한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구속기소를 할 수 있다. 물론 법원의 판단에 따른다. 그럼 구속이 필요한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도주의 우려’는 생각할 수 없다. 지금은 너무도 많은 눈이 박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훈련된 경호요원들도 24시간 보호와 감시를 함께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도주는 불가능하다. 꼭 필요하다면, ‘출국금지’면 충분할 일이다. 많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출국금지’를 했다는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검찰도 도주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 맨몸으로 청와대에서 쫒겨 났다. 증거인멸의 의사가 있었다면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함께 검찰조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증거인멸의 방법이 없다. 검찰이 ‘청와대나 자택의 압수수색이 불필요하다’고 발표한 것도 증거인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 출국금지·압수수색 없이 구속은 논리적으로 안맞아

검찰이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며 구속을 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맞지가 않다. 자기모순이다.

‘형평성’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뇌물을 준 사람은 구속되었는데, 왜 받은 사람은 구속을 시키지 않느냐”는 것이다. 애초에 법원이 이재용부회장을 구속할 때 부담스러워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형평성’과 같은 애매한 이유로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켜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외신들은 구속에 대한 기사가 별로 없다. ‘기소가 될 수 있다’는 정도다. 흥분된 여론과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구속’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갈등관계에 있는 일본과 중국의 언론이 높은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나라를 욕보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의 신병처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격의 문제이고, 우리국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다.

기소시점도 문제가 된다. 검찰이 소환을 서두른 것도 ‘대선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란다. 피의자를 구속하면 20일 내 기소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를 구속한다면, 대선기간에 기소를 해야 한다. 당연히 기소내용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대선에 영향을 안 끼칠 방법이 없다. ‘조사는 빨리하고 대선 이후에 재판을 한다’는 검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1472일만에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자택앞에 도착해 마중나온 친박 의원들 및 전 청와대 참모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1472일만에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자택앞에 도착해 마중나온 친박 의원들 및 전 청와대 참모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검찰총장은 국민과 유력후보 눈치 봐야…

물론 ‘검찰의 고민’도 이유가 있다. 구속을 하자니 내용적으로도 무리가 있을 수 있고, 안하자니 ‘봐주기’로 욕을 먹을 수 있다. 검찰총장은 국민과 유력후보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본인을 임명한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압박이 될 것이다. 이럴 때 정치권이 국민을 대신해 검찰의 선택을 도움을 줄 수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검찰출신인 홍 지사의 말은 검찰의 처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검찰이 눈치 보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차기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의 앙숙이다. 그는 지금도 탄핵과정처럼 침묵을 즐기고 있다.

문재인, 검찰에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 요청해야

이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과정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라도 나설 때가 됐다.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을 요청해야 한다. 대선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 후보간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주문해야 한다. 집권 후 ‘국민통합’를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 요청해야 한다. 그러면 ‘나이스하고 통 큰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법과 원칙’도 지키는 의연한 지도자 상을 정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적지 않은 국민들도 어루만지고, 안정을 바라는 중도와 보수유권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길이다. 꼭 그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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