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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시장은 이주열의 리더십을 원한다


입력 2017.03.27 06:00 수정 2017.03.27 08:12        이미경 기자

대외환경 급변속 한은 리더십 부재 아쉬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BIS(국제결제은행) 정례총재회의 참석을 마치고 지난 2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BIS(국제결제은행) 정례총재회의 참석을 마치고 지난 2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부채 통계오류가 인사조치될 정도로 잘못인가? 통화정책 자율성이 흔들리는 시발점이 될까 우려스럽다."

한국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했었다는 한 인사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그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호저축은행의 1월 중 가계대출 수치 통계 실수로 담당 직원이 문책성 인사조치가 취해졌다는 소식에 혀를 찼다.

그가 한은에 몸담았을 당시 통계 실수로 문책성 인사조치가 내려진적이 없었다고 했다. 문책성 인사로까지 이어질 업무 착오라는 점에 조직원들이 공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직원들의 저하된 사기가 한은 고유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는 더 큰 후유증이 걱정된다고도 했다.

이주열 총재는 한은에서 가계대출 수치를 틀릴 수 없다며 강하게 질책한데 이어 오류사고를 낸 직원들에게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담당 팀장을 직위해제 시키고 관련 부장을 교체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도를 높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이 때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분위기를 다잡자는 의도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그 이면에 대내외적 경제불안 요소가 팽배함에도 예전만 못한 한국은행의 존재감이 투영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심지어 과거에 한은이 시장에 미쳤던 파급효과도 사라진지 오래다. 이 총재는 급변하는 대외적 환경속에서도 8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가계부채 급증과 가계나 기업의 이자부담 때문에 기준금리를 마음대로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연내 3~4차례 금리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도 금리인상을 강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을 검토하고 있고, 오는 10월 연장이 기정사실화됐던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도 사실상 무산될 위기다.

환율과 유가도 한은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주지 않고 있다.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국제 유가 흐름도 심상찮다.

한은은 올해부터 금통위 정기회의를 연 12회에서 8회로 줄이는 대신 네차례의 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를 실시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개최 주기를 주요국 중앙은행과 동일하게 조정하고 대외 경제여건 변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고려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23일 첫 금융안정회의는 시장에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이미 시장에 잘 알려진 가계부채 확대에 대한 인식만 재확인시켜준 셈이었다.

첫 금융안정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기를 1년여 남긴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 총재의 아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근의 대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통화정책 운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대외환경 변화가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가지고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 나머지 국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통화정책이 언젠가부터 수동적이고 대외환경에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한국은행 총재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 분위기가 아쉬울 따름이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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