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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원샷법 문 닫히는데...


입력 2017.03.22 11:26 수정 2017.03.22 14:34        박영국 기자

"정권교체, 상법개정 이전 마지막 기회"

"정몽구 회장 건재, 지배구조 개편 나서기 힘들 것"

"정권교체, 상법개정 이전 마지막 기회"
"정몽구 회장 건재, 지배구조 개편 나서기 힘들 것"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전경.ⓒ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전경.ⓒ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언급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발표 이후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 지주사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 사실상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보면 단기간 내에 가시화되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관련 사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 ‘지배구조 개편 경로가 명확해진다 : 엄청난 잠재력이 드러날 것’이라는 보고서에서 현대차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계속해서 언급돼 왔지만 이번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기존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현대차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를 언급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지분 5.2%,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은 20.8%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6.9%)보다 높다.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이 현대차 대비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만들고, 현대차와 기아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 3사를 각각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계열사 지분 보유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회사로 만드는 시나리오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들 기업을 분할하면 각각 현대차 투자회사는 기아차 지분 33.9%를, 기아차 투자회사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현대모비스 투자회사는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하게 된다. 이들 투자회사 3곳을 합병해 사업회사 3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한 지주회사를 만든다는 시나리오다.

골드만삭스는 현금 보유량이 많은 현대차 중심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배당 확대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핵심 계열 3사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합병 이후 오히려 지배구조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SK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SK(주)에 대한 최태원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30.9%에 달하고, LG그룹 역시 구본무 회장 일가가 (주)LG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골드만삭스 시나리오대로라면 지주회사에 대한 오너 지분율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지주사 규제 관련 이슈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가 취약한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 경우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지금처럼 정치권이 혼란스럽고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잡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에 유리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았던 현대차그룹이 지금 상황에서 빠르게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골드만삭스)에서 바라보기에는 정권이 바뀌고 순환출자구조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기 전에 현대차그룹이 서둘러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겠지만,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보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승계절차까지 진행돼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은 삼성이나 롯데 등과 달리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정의선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편 의지가 있었다면 원샷법 시행 초기부터 절차에 착수했을 텐데 그동안 복지부동이었던 정 회장이 상법개정안 등으로 원샷법의 문이 닫히기 일보 직전에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 시나리오는 우리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외부의 시각일 뿐”이라며 “우리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지금까지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았고, 지금까지 논의되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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