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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잇딴 '해외수주 낭보'…이란 성과 봇물 터지나


입력 2017.03.20 15:03 수정 2017.03.22 16:40        박민 기자

이란서 연일 대규모 공사 수주…해외시장 부활 '신호탄' 기대

환율·국제유가·국제정치 변수 고려 및 정부 금융지원책 필요

17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뤄진 이란 가스복합화력 민자발전사업권 주식양수도계약식에서 안재현 SK건설 대표(왼쪽 두번째),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세번째), 위날 아이살 UNIT그룹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SK건설 17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뤄진 이란 가스복합화력 민자발전사업권 주식양수도계약식에서 안재현 SK건설 대표(왼쪽 두번째),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세번째), 위날 아이살 UNIT그룹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SK건설

올해 국내 건설경기 하락세에 따른 건설업계의 적극적인 해외 수주 활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외에서 잇따라 수주 낭보가 들려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정부와 민간의 대규모 수주 지원단이 이란을 방문한 뒤 하나둘씩 성과가 나오고 있고, 올 들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 활동이 강화되고 있어 최근 수년간 지속된 해외수주 가뭄 해소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총 사업비 4조1440억원 규모의 이란 가스복합화력 민자발전사업권을 따내 이란 시장에 첫 진출했다. 이란 내 민간발전사업에 국내 건설사가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건설은 이번 사업에 벨기에 유니트(UNIT) 그룹이 터키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유니트 인터내셔널 에너지’의 주식 3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SK건설이 자금조달과 시공(EPC), 운영까지 참여하는 ‘개발형’ 사업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건설 관계자는 “개발형 사업은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보자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단순 도급사업의 경우 발주처 국가의 경기여건에 따라 지연, 무산 등의 변수가 많았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개발형 사업 진출을 준비해왔고 그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 외에도 그간 이란에 공을 들여왔던 대규모 공사도 연달아 가시화됐다. 대림산업은 지난 12일(현지 시간) 지난해 말 수주한 2조2334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공사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현대엔지니어링도 12일(현지 시간) 현대건설(15.7%, 6000억원)과 함께 이란에서 3조8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시설 공사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지금까지 이란에서 수주한 건설 공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국영정유회사(NIOC)의 계열사인 아흐다프(AHDAF)가 발주한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비는 3조8000억원 규모로 역대 국내 건설사 수주 금액 가운데 최대다.ⓒ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국영정유회사(NIOC)의 계열사인 아흐다프(AHDAF)가 발주한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비는 3조8000억원 규모로 역대 국내 건설사 수주 금액 가운데 최대다.ⓒ현대엔지니어링

이처럼 최근 대규모 수주 낭보가 전해지면서 이란을 필두로 해외건설 수주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하반기(7∼12월) 2조2800억 원 규모의 바흐티아리 댐·수력발전 플랜트 공사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란 잔잔 지역에서 지난해 복합화력발전소 사업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한전과 이란전력공사(TAVANIR)와 전력 단가 계약이 마무리되는 대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5월 한·이란 정상회담 결과 60여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 약 50조원 규모의 각종 수주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으나 한동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일각에서는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수주 성공 소식이 들려오며 업계는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거기에 수주지원단 파견 등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졌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민관합동 수주지원단과 함께 터키와 스페인을 방문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김경환 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수주지원단을 2~12일 미국과 파나마,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에 파견해 수주지원 활동을 펼쳤다.

다만 잇따른 수주 쾌거에도 기록적인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올 들어 이날까지 신규 해외수주액은 모두 3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6억달러)에 비해 64%나 낮은 상태다. 같은 기간 수주 건도 154건에서 139건으로 10%나 줄어든 상황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건설은 단기가 아닌 중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공을 들여야 하는 만큼 그간 공을 들여왔던 이란의 성과가 최근 들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 들어 중동국가의 국제유가가 지난해 보다 회복여건이 좋아 시장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올해 국내 주택시장위축 및 SOC사업 축소 등으로 건설경기 하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라며 “다만 환율과 국제유가, 국제정치라는 변수가 남아 있어 자칫 무리한 시장 개척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세밀한 사업 타당성 분석이 필요할 것”고 경계했다.

특히 최근 해외 건설시장 트렌드가 이번 SK건설 수주처럼 단순 도급사업에서 민관협력 투자개발형사업(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사업수주 성패는 금융 협력방안에 달렸다는 목소리도 크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란 등 중동 지역 이외에도 최근 2년간 아시아 시장이 산업화, 도시화 등이 이뤄지면서 인프라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이들 사업 수주의 경쟁력은 금융 부분인 만큼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금융권-기업간 협력과 획기적인 지원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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