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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처럼' 벵거, 아스날 살리고 싶다면


입력 2017.03.20 06:07 수정 2017.03.20 08:12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극심한 부진으로 팬들 폭발, 퇴진 목소리 높아져

전술적 한계 노출, 팬들은 아름다운 이별 원해

아스날 벵거 감독. ⓒ 게티이미지 아스날 벵거 감독. ⓒ 게티이미지

늦어도 너무 늦었다. 향후 거취에 대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다.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은 올 여름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그는 아스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1996년부터 아스날을 맡아 빅클럽으로 성장시켰고, 새 경기장 건축 등 팀의 황금기를 연 인물이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없었다. 13년 째 리그 우승에 실패하는 등 전술적 한계를 노출하며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리그 4위와 챔피언스리그 16강이라는 꾸준한 성적을 이끈 것은 대단한 업적이지만 팬들이 원하는 우승에 도달하지 못한 벵거와는 이제 작별을 고하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1, 2차전에서 모두 1-5로 패배하며, 합계 2-10으로 처참하게 탈락하자 아스날 팬들은 결국 폭발했고, 벵거 감독 퇴진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불만을 토로할 자격이 충분하다. 세계 1위의 티켓 값을 지불하고 있지만 정상권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스날의 성적에 염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파리 생제르망에게 1차전에서 0-4로 패했지만 2차전에서 투지를 발휘해 6-1 승리를 거두며 아스날과 대조를 이뤘다. 아스날보다 훨씬 소규모 클럽인 레스터 시티가 8강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였다.

아스날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줄곧 벵거의 거취 여부를 놓고 입장 발표를 미뤄오기 바빴다. 바르셀로나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사퇴를 선언한 이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캄 누의 기적을 연출해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엔리케 감독이 자신의 입장을 일찍 밝힌 것은 팀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고, 남은 시즌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아스날을 가장 사랑하는 벵거가 팀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는 빨리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 게티이미지 아스날을 가장 사랑하는 벵거가 팀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는 빨리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 게티이미지

반면 영국 언론 ‘BBC’가 최근 아스날이 벵거 감독과 2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으며, 사인만 남겨둔 상태라고 전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구단에서는 여전히 벵거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으며, 칼자루를 그가 쥐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성적 부진이 이어지자 구단은 팬들의 눈치를 보며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는 형국이다.

비판 여론은 이미 한 쪽으로 기울어진 가운데 아스날 팬들은 지금이라도 박수치면서 벵거와의 작별을 원하고 있다. 이마저 거스른다면 벵거와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모두 놓치는 셈이다.

19일 열린 영국 더 호손스에서 열린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1-3 패배는 벵거 감독의 퇴진에 완전히 불을 지피는 꼴이 됐다.

아스날 원정 팬들은 경비행기까지 동원하며 더 호손스 상공에 ‘벵거 아웃’과 재계약 반대를 주장하는 배너를 띄웠고, 관중석에서는 피켓을 들어 올리며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벵거 감독의 방패막이와도 같았던 매 시즌 챔피언스리그 존(리그 4위 이상) 수성마저 실패할 경우 계약 연장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수 없는 것과 다름없는데, 아스날은 현재 리그 6위(승점50)에 머물러있다.

최근 리그 5경기에서 아스날은 1승 4패를 기록 중이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벵거는 웨스트 브로미치전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알고 있다. 미래에 대한 결정에 도달했다”며 “가능한 한 빨리 발표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년 간 겪지 못했던 부진에 빠져있다. 이것이 내 미래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사퇴를 의미하는 발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스날을 가장 사랑하는 벵거가 팀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는 빨리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입장 발표가 늦을수록 아스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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