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문명고 교장 “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와 있나”


입력 2017.03.19 10:38 수정 2017.03.19 17:05        이선민 기자

“학부모와 단체, 시위하면 교장이 정한 정책도 폐지 생각하는 근거 의문”

지난 2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입학식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입학식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중의 몰매를 맞아 억울한 일 당할지 몰라”

법원으로부터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경북 경산 문명고 김태동 교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광장 정치’를 지적하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17일 김 교장은 문명고 홈페이지 ‘문명마당’에 ‘민주주의의 실종’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2500년전 아테네시대로 돌아간 듯하다”며 “오늘날 비대해진 국가의 정치구조는 대의민주제, 즉 아테네의 시민들과 같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법을 제정하고 위법여부는 사법부에서 판결하는 구조이며 정부도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광장정치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촛볼집회와 태극기집회가 국회 위에서 법을 만들거나 판결까지 하려는 것은 아닌지? 정말 그렇지는 않겠지만 판사의 판결마저 그들의 영향에 휘둘리지는 않겠지요?”라고 의문을 남겼다.

이어 “학부모와 재야단체가, 촛불과 태극기에서 배운 대로, 시위를 하면 법에 따라서 교장이 이미 결정한 정책도 폐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런 생각이 어디에 근거하는 지가 의문”이라며 “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와 있는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라고 한탄했다.

김 교장은 “여론이 곧 법인 것은 아니다”라며 “국정교과서도 학부모 학생 재야단체의 시위로 국회가 법률을 처리하거나, 현행법의 범위에서 행정소송을 하고 재판결과에 따르는 방법이 법치사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분 나쁜 사람이라고 여러 사람이 몰려와 손가락질 하면 감옥으로 보내버리고, 불쌍하다고 여러 사람이 몰려와 항의하면 출옥한다면 이런 것을 무법천지라고 한다”며 “불안합니다. 우리 중에 누가 군중의 몰매를 맞아 억울한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사회 말입니다”라고 학부모와 학생 중심의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 운동을 경계했다.

아울러 “학생과 학부모 재야단체 모두가 진정으로 민주주의가 법치사회임을 깨닫고 시위는 의사표현이고 계속 시위만 하는 것은 어거지를 쓰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편리하고 좋은 방법인 법적인 소송이나 국회의 입법이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꼭 알리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김 교장은 글의 끝에서 “전국에 유일하다고 오명으로 남을 것이란 일부 부정적인 학부모와 언론들의 보도로 위축될 수 있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오히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그렇게 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경북교육청은 문명고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경북교육청이 항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선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