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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경호 "저평가 배우? '재발견'으로 만족"


입력 2017.03.17 09:05 수정 2017.03.20 06:43        부수정 기자

MBC '미씽나인'서 서준오 역 맡아

"재밌게 찍은 작품, 시청률 아쉬워"

배우 정경호는 최근 종영한 MBC '미씽나인'에 대해 "아쉽지만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배우 정경호는 최근 종영한 MBC '미씽나인'에 대해 "아쉽지만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MBC '미씽나인'서 서준오 역 맡아
"재밌게 찍은 작품, 시청률 아쉬워"


정경호(33)는 작품이 흥행하든, 그렇지 않든 작품 안에서 제 몫을 다하는 배우다. 순정남, 거친 캐릭터, 장난스러운 역할 등 다채로운 캐릭터를 매끄럽게 소화했다.

2004년 모바일 드라마 '다섯개의 별'로 데뷔한 그는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개와 늑대의 시간'(2007), '그대, 웃어요'(2009), '무정도시'(2013), '롤러코스터'(2013), '맨홀'(2014), '끝없는 사랑'(2014), '순정에 반하다'(2015), '한번 더 해피엔딩'(2016), '미씽나인'(2016) 등에 출연했다. 어떤 작품을 하든 호평을 얻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빵' 터진 대박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평가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마친 MBC 수목극 '미씽나인'에서도 정경호는 밝고 인간적인 캐릭터 서준오를 맡아 '하드캐리'(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란 뜻)했다.

숨겨둔 보석처럼 빛나는 배우 정경호를 14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났다.

'미씽나인'은 비행기 추락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된 9명의 이야기를 그렸다. 미스터리 액션 드라마답게 첫 회에서 속도감 있는 전개가 펼쳐졌고 초반부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와 전개로 호평받았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개연성 없는 스토리로 비판받았고, 시청률도 3~4%대를 오가며 부진의 늪에서 허덕거렸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결말을 서둘러 매듭짓는 듯한 전개가 나와 시청자들은 '막장 드라마'라고 지적했다.

배우 정경호는 최근 종영한 MBC '미씽나인'속 캐릭터에 대해 "서준오는 참 매력적인 남자"라며 "캐릭터에 끌려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설명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배우 정경호는 최근 종영한 MBC '미씽나인'속 캐릭터에 대해 "서준오는 참 매력적인 남자"라며 "캐릭터에 끌려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설명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정경호는 극 중 그룹 드리머즈의 리더 서준오로 분해 열연했다. 그는 "9명의 인간애를 그리고자 했는데 조금 틀어진 부분이 있어 아쉽다"며 "전개가 늘어지면서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도 신선한 소재를 내세운 독특한 드라마라서 내겐 좋은 기회였다"고 털어놨다.

저조한 시청률을 언급하자 "배우들뿐만 아니라 100명이 넘는 스태프가 고생한 작품이라 시청률이 아쉽긴 하다"면서 "시청률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드라마엔 정경호 외에 백진희, 최태준, 찬열, 오정세, 이선빈, 류원, 김상호, 태항호 등 여러 배우가 등장한다. 제주도에서 3개월간 촬영한 탓에 배우들끼리 다들 친해졌다. "촬영하는 동안 서울에 잘 안 갔어요. 서로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 아쉽더라고요. 무인도에서 촬영해서 힘들 거라고 예상하는데 힘들다고 투정한 사람이 없어요. 그냥 마음껏 뛰어놀면서 즐겁게 찍었답니다. 하나밖에 없었던 편의점의 술은 '미씽나인' 팀들이 싹쓸이 했답니다(웃음)."

백진희와 함께 극 중심에 섰지만 이전 작품들처럼 혼자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그는 "배우들에게 기대어서 가서 그런지 호흡이 정말 좋았다"며 "극을 짊어진 부담이 없었다"고 전했다.

'살인마'로 분한 최태준과는 중앙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정경호는 "태준이가 어려운 캐릭터를 잘 해내서 고맙다"며 "좋은 동생을 얻었다"고 했다.

최태준이 한 최태호 역할은 어떠냐고 묻자 "매력적인 서준오 캐릭터에 끌려 드라마를 선택했다"며 최태호 역할을 거부해 웃음을 자아냈다.

MBC '미씽나인'을 마친 정경호는 "당분간 휴식기를 갖고 나를 돌아보고 싶다"고 전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MBC '미씽나인'을 마친 정경호는 "당분간 휴식기를 갖고 나를 돌아보고 싶다"고 전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밝은 준오의 모습은 정경호의 이미지와 겹쳤다. 우울한 분위기를 싫어한다는 그는 백진희, 오정세와 함께 극의 '밝음'을 담당했다. 봉희와의 멜로에 대해선 "조금 더 관계가 진전됐으면 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마지막회에서 출연자들이 집을 페인트칠하는 과정에 나온 대사 "망했다"는 화제가 됐다. 드라마가 망했다는 걸 자조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정경호의 말에 따르면 이 장면은 에필로그였다. 9명이 환하게 웃은 장면이 없어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살인마 태호의 범죄를 미화한 것이라는 비판은 어쩔 수 없단다.

'미씽나인'은 심각해야 할 장면에서도 '뜬금포' 웃음을 줬다. '웃음 강박증'에 걸린 것 같았다고 하자 배우는 "늘 봐왔던 드라마와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이 살인마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궁금해할지, 9명의 생존기를 궁금해할지 잘 몰랐어요. 무인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많으니깐요. 각 캐릭터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조금 과할 때가 있긴 했어요. 인물들끼리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를 보여주고자 했는데, 밝은 장면들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죠."

시청률은 낮았지만 '미씽나인'은 정경호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드라마 토크에서 알 수 있듯, 반응이 꽤 뜨거웠다. 기억 나지 않는 대사를 기억해주는 시청자들도 있었고 드라마의 내용을 예측한 시청자들도 있어 놀랐단다.

무인도 생활을 마친 그는 "피곤하다"고 너스레를 떤 뒤 "작품이 끝났으니 이젠 날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MBC '미씽나인'을 마친 배우 정경호는 "편안한 친구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MBC '미씽나인'을 마친 배우 정경호는 "편안한 친구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정경호는 2012년 제대 후 '무정도시', '롤러코스터', '끝없는 사랑', '맨홀' 등을 통해 어둡고 센 캐릭터를 맡았다. 그러다 '순정에 반하다'를 기점으로 조금은 풀어지고 밝은 역할에 도전했다. "제대 후 다양한 장르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순정을 반하다' 이후 밝은 캐릭터를 맡았는데 제일 잘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저평가된 배우'인 것 같다고 하자 고민에 잠긴 그는 "10년이 넘는 연기 생활 동안 하는 작품마다 '정경호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어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면서 "특별히 욕심 나는 수식어는 없지만 '재발견'이라는 평은 계속 듣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자 "사람이 먼저"라며 "편하게 할 수 있는 제작진을 우선 순위로 꼽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유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절대 악인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이제껏 한 작품 중에선 '허브' 속 캐릭터가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밝혔다. 당시 기교를 부리지도, 무언가를 꾸미지도 않고 연기했다. 정경호가 꿈꾸는 '배우'도 이런 이미지다. '옆집 오빠, 동네 친구 같은 편안한 배우'란다.

정경호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특별히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기보다 그냥 사람 냄새 나는, 정말 내 옆에 있는 친구 같은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고 하자 수줍게 웃었다. "다른 배우들은 어떤 역할에 빙의해서 3~4개월 동안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해요. 근데 전 그런 말을 하기가 쑥스러워요. 많이 부족하거든요. 전 제 장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표현하려고 합니다.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 다양한 색을 보여주고 싶어요. 자기만의 색을 지닌 배우, 시청자와 관객들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MBC '미씽나인'을 마친 배우 정경호는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계속 듣고 싶다"고 말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MBC '미씽나인'을 마친 배우 정경호는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계속 듣고 싶다"고 말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인생작이나 인생캐릭터를 만들어 보는 것도 배우로서는 욕심나는 일이다. 정경호는 "거대한 틀 안에서 한 '미씽나인'도 인생작"이라며 "모든 작품이 특별하다. 많은 사랑을 받으면 더 좋겠지만 나를 거친 모든 작품이 내겐 다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를 버티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운이 좋았죠. 전 남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희열을 느껴요.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할 줄 아는 게 연기뿐이에요."

걸그룹 소녀시대 수영과는 5년째 달달한 연애 중이다. 5년이나 연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침 화이트데이 때 인터뷰한 정경호에게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물었더니 "없다"는 단호한 답변을 들려줬다.

결혼 계획과 관련해선 "일 때문에 결혼을 미뤄야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정경호는 정을영 PD의 아들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느껴요. 아버지와는 작품 얘기를 안 해요. 서로 쑥스러워서 그런 것 같아요. 아버지는 제가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시죠. 서로 친구같이 지내고 있어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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