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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뷰] '불륜' 홍상수·김민희, 낱낱이 꺼내든 속내


입력 2017.03.19 08:30 수정 2017.03.18 20:28        이한철 기자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범상치 않은 불륜

감독 부인에도 '합리화·변호' 논란 불가피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을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영화제작 전원사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을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영화제작 전원사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범상치 않은 불륜
감독 부인에도 '합리화·변호' 논란 불가피


불륜의 대한 세상의 편견과 비난에 대한 항변, 작품 활동을 중단한 채 은둔생활을 이어가는 감독, 도피성 여행을 떠난 여배우….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라는 홍상수 감독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민과 고통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떼어놓고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영희는 곧 김민희였고, 작품 속 유부남 감독은 곧 홍상수였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완벽한 연기는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김민희가 이 작품을 통해 이룬 업적이 국내에선 이 같은 이유로 그리 환영을 받을 것 같진 않은 이유다.

특히 짧게 등장하는 감독 역의 문성근은 문성근이 아닌 홍상수로 보였다.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대신 옆모습과 뒷모습을 통해 세상의 시선으로 바라본 문성근의 모습이 영화 상영이 후 그리 기억에 남지 않는 것도 그를 홍상수로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영화 속에는 감독과 영희, 영희와 주변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불륜에 대한 사색을 담아냈다. 특히 "남자들의 외모를 보지 않는다"며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거나 "다 (사랑할) 자격 없어"라고 분노하는 영희의 모습은 자신이 처해있는 내면의 고민이 담겨 있다.

또 "그 사람 자식도 있거든. 자식이 진짜 무서운거야"란 대사는 자신이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는 불륜에 대한 홍상수 감독의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영화제작 전원사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는 불륜에 대한 홍상수 감독의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영화제작 전원사

작품 후반부 감독과 영희가 주고받는 대사는 압권이다. 영희는 "주위에 예쁜 여자들이 왜 이렇게 많아요?"라며 불만 섞인 말투로 감독을 몰아붙이고, 감독은 "내가 정상이 아니다. 매일같이 후회해. 지긋지긋하게 후회해. 근데 자꾸 하다보면 달콤해"라며 불륜에 빠져들고 이별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마치 두 사람의 술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었고, 그들의 고백에 진심이 담겨 있는 듯해서 소름이 돋았다.

영화는 홍상수 기존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건조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줄기차게 전달한다. 또 그의 작업 스타일도 여전하다. 정재영, 권해효, 송선미 등 그가 선호하는 배우들이 이번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치밀하게 계산된 우연과 반복도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상념에 젖게 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늘 평단과 영화 마니아들의 찬사를 받았던 앞선 작품들처럼 환영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불륜을 보는 세상의 편견은 그들이 작품 속에 담아낸 이야기처럼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불륜 사실을 인정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국내 영화계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데일리안 불륜 사실을 인정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국내 영화계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데일리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매일 후회하더라도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릴 것이 분명하다. 홍상수 감독도 모든 이들의 이해를 구할 거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영화계의 거장으로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다.

한편,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지난 13일 오후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불륜설이 불거진 이후 9개월 만에 불륜 사실을 인정했다.

홍상수 감독은 "저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다.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색어 등에서 (우리 소식과 반응을) 봤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내 주변이나 김민희 씨 주변에서는 그런 반응이 아니다"며 자신들의 사랑을 존중해주길 희망했다.

불륜설이 불륜으로 바뀌고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 선보이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그들의 바람대로 존중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개봉.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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