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03월 23일 06: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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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벨포트 뜨는 가스텔럼 '냉엄한 UFC'
스피드 잃고 허무하게 3연패..늙은 맹수로 전락
가스텔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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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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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김종수 기자
▲ UFC 비토 벨포트 ⓒ 게티이미지

UFC와 같은 MMA에서는 팀플레이·분업화와 같은 단어들은 무의미하다. 케이지에 오르는 순간 모든 것은 온전히 본인 몫이다.

룰 안에서 상대를 눕히거나 압도해야한다. 받아든 선택지에는 ‘이기느냐, 지느냐’ 두 가지만 있다. 그런 점에서 UFC 미들급 최고의 전사 중 하나인 ‘머신건’ 비토 벨포트(40·브라질)의 하향세는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밀린 ‘늙은 맹수’를 보는듯해 씁쓸하기 그지없다.

벨포트는 젊은 시절부터 천재적인 감각을 자랑하며 20년 넘도록 MMA 무대에서 생존해온 살아있는 전설이다. 다른 무대에서도 잠시 뛴 경력이 있지만 1997년 UFC에서 뛰었던 파이터가 2017년에도 UFC에서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UFC의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주홍글씨처럼 남아있는 약물 이미지다. 그로인해 화려한 커리어에도 팬들로부터 질타를 듣고 있다. 명예의 전당 입성자 포레스트 그리핀, 스테판 보너를 비롯해 프랭크 미어 등 수많은 프랜차이즈급 파이터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약물은 UFC의 또 다른 그늘로 남아있다.

벨포트는 2013년까지만 해도 체급에서 가장 위험한 파이터였다. 전·현 챔피언 루크 락홀드, 마이클 비스핑을 스피닝 힐 킥과 하이킥으로 때려눕혔고, 맷집 좋은 댄 헨더슨과의 화력 대결에서도 이겼다. 빠르고 결정력이 좋아 검객이 칼을 휘두르듯 눈앞에 보이는 상대는 가리지 않고 베어 넘겼다. 많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놀라운 기량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벨포트는 급격한 노쇠화에 있다. 그래플링, 내구력으로 승부하는 파이터보다 감각적인 타격으로 승부하는 타격가들은 좋았던 폼을 잃어버리면 급격히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미르코 크로캅이 대표적인 예다.

벨포트 역시 이러한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호나우도 ‘자카레‘ 소우자(37·브라질), 게가드 무사시(33·네덜란드)에 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벨포트에 대한 기대는 남아있었다. 쟁쟁한 상위랭커들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펼쳐진 ‘UFC Fight Night 106’은 벨포트에게 매우 중요한 한판이었다. 켈빈 가스텔럼(26·미국)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젊은 강자였지만 벨포트가 이름값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밟고 일어서야하는 상대였다.

안타깝게도 벨포트는 가스텔럼에게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경기 전부터 가스텔럼의 우세를 예상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신장과 노련미에서 앞선 벨포트가 판을 뒤집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가스텔럼의 맷집과 파워는 인정하지만 벨포트 역시 스피드를 앞세운 카운터 타이밍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 UFC 켈빈 가스텔럼 ⓒ 게티이미지

뚜껑을 열어보니 확연히 달랐다. 젊은 가스텔럼은 스피드, 타이밍에서까지 벨포트에 밀리지 않았다. 가스텔럼은 신장이 작고 몸통이 두꺼워 민첩할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매우 빨랐다. 신장이 작다는 약점은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빠른 몸놀림과 스텝으로 커버했다.

벨포트는 스피드와 반응속도가 떨어지면서 상대가 들어오면 사각으로 피하고 카운터를 치던 예전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전 같으면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정타를 꽂은 뒤 사이드로 유유히 빠졌다. 최근에는 타이밍을 놓치고 헛손질 하거나 케이지 쪽으로 몰리기 일쑤다.

가스텔럼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스텔럼은 옥타곤 중앙을 차지한 채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벨포트를 압박했고, 정타 싸움에서도 크게 앞서나갔다. 가스텔럼의 발전을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는 부분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향상되고 있는 앞손의 움직임이다.

앞손으로 가볍게 정타에 성공한 뒤 뒷손이 따라 들어가는 타이밍이 무척 자연스러워졌다. 팔꿈치를 통해 주먹을 막거나 견제하는 기술 또한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탄탄한 맷집과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맷집 좋고 빠른 선수가 앞손의 정교함은 물론 수비 기술까지 향상되고 있으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나이도 많지 않아 어디까지 진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스피드와 기술이라면 신장에서 오는 불리함은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결과와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둘의 대결은 UFC의 냉엄한 세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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