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군산 선유도에서 신선놀음을 만끽하려면...


입력 2017.03.12 08:44 수정 2017.03.12 08:45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스물세번째>

선유도~무녀도~장자도~새만금방조제~새만금방조제 오토캠핑장

【7.29(수), 스물세 번째 날】

선유도 유람선을 따라오는 갈매기 때.ⓒ조남대 선유도 유람선을 따라오는 갈매기 때.ⓒ조남대
선유도 짚라인 탑승타워. 바다 가운데 조그만 섬으로 떨어진다.ⓒ조남대 선유도 짚라인 탑승타워. 바다 가운데 조그만 섬으로 떨어진다.ⓒ조남대

10시까지 비응도 선착장으로 가서 선유도행 유람선을 타기로 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8시 반이다. 깜짝 놀라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급히 선착장으로 갔다. 간신히 도착하여 표를 사고 배를 탔다. 대부분 승객이 시골 노인들로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다.

선유도는 내가 전투경찰대에서 군 생활시절 우리 중대 중에서 2개 분대가 선유도에 들어가 근무하였지만 나는 근무할 기회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는데 40년 만에 와 보게 된 것이다.

선유도행 유람선이라 가는 길에는 주변의 여러 섬을 둘러보며 유람하듯 배가 간다. 기착은 선유도에만 하지만 도중에 있는 섬에 대해서는 선장이 지나가며 설명해 준다. 승객 중 단체로 온 노인들은 그냥 서로 잡담만 할 뿐 설명하는 것에는 관심도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여행은 정말 감흥이 있을 때 와야지 그냥 단체로 남이 장에 가니 지게 지고 따라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일부 나이 든 사람들은 유람선 지하에 있는 노래방에 들어가 한잔하고 신나게 노래를 한다. 여행 가면서 관광은 않고 어두운 배 밑에서 엉터리 박자에 노래 부르는 모습이라니….

선유도에서 2인용 자전거를 타는 필자 부부.ⓒ조남대 선유도에서 2인용 자전거를 타는 필자 부부.ⓒ조남대
짚라인 도착섬으로 가는 연육교.ⓒ조남대 짚라인 도착섬으로 가는 연육교.ⓒ조남대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한 더치커피를 마시는 작가 부부.ⓒ조남대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한 더치커피를 마시는 작가 부부.ⓒ조남대

선유도에 도착하여 2인용 자전거를 빌려 관광지도를 보면서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세 군데 섬을 대부분 둘러보았다. 더운 가운데서도 재밌다. 콧노래를 부르며 달린다. 도중에 최근에 바다 가운데 섬까지 연결한 짚라인 타는 곳에 도착해서 타보려고 했더니만 경희가 위험하다며 한사코 말려 타지 못해 좀 아쉬웠다.

어제 산 호떡과 포도를 간식으로 먹기도 하면서 장자도에 도착하여 예쁜 펜션에서 더치커피를 시켰다. 1잔에 5천 원씩 만원이란다. 이런 시골에서 커피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했는데 목도 마르고 경치가 좋아 주문을 했더니만 주인아줌마가 센스 있게 사진발 잘 나오는 곳을 배경으로 예쁘게 찍어 준다. 덥고 목마른 차에 냉커피 그것도 더치커피를 와인잔에 주니 분위기도 있고 맛이 꿀맛이다. 마시다 보니 비싸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조용한 외딴 섬 시원한 그늘에서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여유 있게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행복이 이런 것인가 싶다. 30여 년 만에 가져보는 여유, 정말 행복하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 여유 없이 급히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정신없이 살아온 것 같다. 아직도 급한 성격으로 인해 이런 여유를 가지는 것이 잘 적응이 안 된다.

4시 배를 타야 해서 3시 반쯤에 선유도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전 같으면 조금이라도 더 구경하려고 돌아다녔을 텐데 여유 있게 선착장으로 돌아왔더니 30~40분 시간이 남는다. 선착장 파라솔 밑에 앉으니 주인아줌마가 해삼과 멍게가 있다며 권한다. 2만 원에 멍게・해삼 한 접시와 캔맥주 하나를 시켰다. 여유롭게 앉아 경희와 마시는 맥주와 멍게․해삼이 너무 맛있다. 기분이 좋다. 이번에 여행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또 든다. 경희하고 앞으로 여생을 이렇게 재밌게 보내야겠다. 경희도 많이 행복해 한다. 서로 마주 얼굴을 보며 웃는다. 꿈같다.

선유도 갈 때는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는데 올 때는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다른 섬 거치지 않고 군산으로 바로 오니 그런 모양이다. 선착장에서 차를 몰고 새만금방조제 제방길을 따라 격포로 향했다. 경희는 새만금방조제 길이 처음인 모양이다. 사진을 찍으며 오다가 중간쯤에 오토캠핑장이 보인다. 전화해 보니 캠핑할 수 있단다. 들어가 보니 비용도 31,000원으로 저렴한 데다 깨끗하고 괜찮아 보인다. 텐트를 갖고 다니기만 하다 오늘 처음으로 이용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새만금방조제와 도로.ⓒ조남대 끝없이 이어지는 새만금방조제와 도로.ⓒ조남대
야미도 오토캠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조남대 야미도 오토캠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조남대
해가진 오토캠핑장 텐트에 밝혀진 랜턴불.ⓒ조남대 해가진 오토캠핑장 텐트에 밝혀진 랜턴불.ⓒ조남대

군산에서 야미도-신시도-가력도-부안까지 연결하는 33.9km의 새만금방조제는 1991년 공사를 시작하여 2010년까지 20년 만에 방조제 공사를 완공하고 사업은 2020년 마무리할 예정이란다. 외곽방조제 공사비만 2조9,490억 원이 소요되었으며, 군산, 김제, 부안 등 3개 시․군에 걸친 40,100㏊(토지28,300㏊, 담수호 11,800㏊) 규모다. 기네스북에도 올라갈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다.

차를 몰고 방조제 위를 달리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이렇게 긴 방조제 가운데 작은 섬인 야미도를 깎아 만든 곳에 오토캠핑장이 있다. 넓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500여 대도 더 캠핑을 할 수 있는 넓은 오토캠핑장에 캠핑하려고 온 자동차는 겨우 5대 정도밖에 안 보인다. 왜 그런가 했더니만 주인아저씨 왈 한여름인 데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이기 때문에 지금은 캠핑하기가 좋은 조건은 아니란다. 봄가을에는 이 넓은 캠핑장이 꽉 찬단다.

생각보다 쉽게 텐트를 친 후 상추와 고기를 사러 격포로 가려다가 바로 길 건너에 가보니 슈퍼가 있어 고기를 사고 상추는 가게 할머니 집 밭에서 따고, 김치도 할머니 집 냉장고에 있는 것을 사 왔다. 경희가 상추 따는 할머니 옆에서 상추 참 맛있겠다며 쑥갓도 좀 달라고 하면서 ‘할머니’ ‘할머니’ 하며 애교를 떤다. 그 모습을 보고 서 있자니 내가 할머니라도 많이 안 줄 수가 없을 정도로 상냥하고 귀엽다. 아들딸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조만간 할머니가 될 사람이 이렇게 애교스러울 수가 있을까

밥을 하려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이니 바람이 너무 세어서 불이 붙지 않는다. 텐트와 아이스박스로 바람을 가리고 겨우 휴대용 압력밥솥에 밥을 한 후 삼겹살을 구워 상추와 김치에 싸서 먹으니 너무 맛있다. 텐트 치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야영하는 기분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방이 조용하다. 서해로 넘어가는 붉은 태양이 너무 아름답다. 오랜만에 일몰을 보면서 갖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러 갔다. 수만 평이나 되는 캠핑장에 샤워하는 사람이 우리 둘밖에 없다. 경희는 밤이 되자 무서운지 같이 가잔다. 남녀 샤워장이 벽을 맞대고 있어 큰 소리로 서로 이야기하며 샤워를 했다. 여름인데도 이런 야외 샤워장에 더운물이 나온다. 이 정도면 시설이 괜찮은 것 같다.

무더운 날씨에도 선유도에서 2인용 자전거를 타느라 땀을 많이 흘린 데다 칙칙한 습기를 먹은 바닷바람을 많이 쐬어서 찜찜하던 차에 더운물로 샤워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저녁을 먹고 샤워까지 한 후 새만금방조제 중간 넓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야영장에서 조그만 랜턴으로 불을 밝혀놓고 야외탁자에서 저녁 이슬을 맞으며 노트북으로 오늘의 일지를 쓴다. 시간이 꽤 걸린다. 모기가 오랜만에 회식하겠다며 덤벼든다.

경희는 옆에 않아 재잘거리다가 심심한지 졸고 있다. 오늘은 참 기분 좋다. 나는 이번 여행을 기획하면서 무엇을 얻고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고민했는데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행복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한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인 것 같다.

오늘은 승용차로는 별로 움직이지 않아 31㎞ 정도밖에 달리지 않았다. 여행하면 할수록 새로운 즐거움과 기분을 맛볼 수 있어 좋다. 오늘 저녁 잘 때 기분은 어떨까 기대된다. 온 주변이 조용하다. 밤 11시가 넘어 한밤중이 되자 보이는 것이라곤 새만금방조제에 드문드문 서 있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 보이고, 아주 가끔 방조제 위로 차가 지나가고, 하늘에는 구름 속에 가려진 희미한 달빛만 보일 뿐이다. 칙칙하고 거름기 냄새를 품은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사방에서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또 하늘에서는 가끔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잠을 자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내일 잠을 자면 되니까. 직장 다닐 때는 감히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행복하다. 퇴직 후의 여유로운 즐거움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별이 가끔 얼굴을 드러낸다. 이슬이 내린 건지 습기 먹은 바닷바람으로 인한 건지 바지가 젖어있다. 11시 반이다. 이젠 자야겠다. 행복한 밤이다. good night.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

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서 독자들로 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