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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든동] 홍상수·김민희 신작, 영화는 영화일 뿐?


입력 2017.03.12 08:49 수정 2017.03.14 17:09        이한철 기자

13일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국내 시사회 확정

베를린 사로잡은 영화, 싸늘한 국내여론 뚫을까

김민희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 영화제작 전원사 김민희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 영화제작 전원사

개봉 앞둔 '밤의 해변에서 혼자' 논란 예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신작도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2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오는 13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 시사회를 갖는다. 개봉을 앞둔 영화가 시사회를 갖는 건 당연한 것으로 놀라울 게 없지만,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에 해당하는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배우가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사상 최초의 일로 국가적인 경사나 다름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감독과 배우는 특급 대우를 받으며 즐길 일만 남아 있는 것이다.

갖가지 혜택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훈장이다. 2007년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은 옥관 문화훈장을 받았고,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강수연 또한 문화훈장 4등급을 받은 바 있다. 김민희 또한 문화훈장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설이 불거진 이후 국내에 소개되는 첫 작품이다. ⓒ 영화제작 전원사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설이 불거진 이후 국내에 소개되는 첫 작품이다. ⓒ 영화제작 전원사

꽃길 아닌 가시밭길? 그래도 기대되는 이유

하지만 개봉을 앞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국내에서 걸어가야 할 길은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불거진 불륜설 이후 국내 여론이 워낙 나빠졌기 때문이다. 흥행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그나마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인정받은 작품성을 국내 관객들도 인정해주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만을 갖고 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베를린 현지에서 공개되자 외신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더 헐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는 "주연을 맡은 김민희는 시종일관 관객을 깨어있게 한다"고 호평했고, 버라이어티(Variety)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보여주는 면밀한 진지함은 상당 부분 김민희의 빼어난 연기 덕분이다. 제2부에서 극대화돼 드러나는 내면의 고통을 그녀는 거친 언어로 섬세하게 이끌어낸다"고 김민희를 극찬했다.

독일 방송인 Rbb24 또한 "김민희의 연기는 숨이 멎을 만큼 뛰어나다.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의 다양한 이면들은 경이로울 정도"라고 보도했다. 또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에 담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작품이다. 김민희의 연기가 더해져 '홍상수 최고의 작품' 그 이상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을 보냈다.

게다가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마니아적인 성향을 지닌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기존에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기다려온 팬들이라면, 불륜설 때문에 국제적 성과를 거둔 작품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오히려 감독과 배우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작품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컷. ⓒ 영화제작 전원사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컷. ⓒ 영화제작 전원사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문제는 내용 자체

하지만 영화 개봉이 논란을 더욱 부채질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가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 경험을 활용하긴 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국내 관객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관객은 많지 않다. 영화가 영화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두 사람의 도덕성 논란으로 번질 경우, 그 부담을 극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둘뿐이다.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베를린영화제 수상으로 관심이 분산된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도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고심 끝에 13일 언론시사회 참석을 확정한 것. 당초 불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됐지만 오랜 논의 끝에 부담을 떠안고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두 사람이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관객들은 두 사람의 영화를 그저 영화 자체로만 즐길 수 있을까.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국내에서도 환영을 받을지, 아니면 저주받은 걸작으로 남을지 갈림길에 서있다.

한편,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흡연 장면, 남녀가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 성적 표현의 대사, 남녀의 불륜으로 사랑과 고통, 방황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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