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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WBC 대표팀, 집나간 프로정신


입력 2017.03.09 09:40 수정 2017.03.11 06:51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네덜란드에도 패하며 2연패, 사실상 탈락

프로로서 최선 다했는지 자문 필요

2017 WBC 조별 리그 2연패로 1라운드 탈락이 기정사실화된 한국 대표팀 ⓒ 연합뉴스 2017 WBC 조별 리그 2연패로 1라운드 탈락이 기정사실화된 한국 대표팀 ⓒ 연합뉴스

기대를 모았던 사상 첫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안방 개최는 ‘고척돔 참사’로 귀결되고 있다.

2017 WBC 1라운드 A조에 속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달아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더불어 네덜란드가 대만과의 2차전서 승리를 거둠에 따라 탈락도 확정됐다.

대표팀은 엔트리 구성 초기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메이저리거의 불참이나 부상 선수 속출로 인한 엔트리 변경은 차치해도 ‘뽑아야 하는 선수를 뽑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 됐다. 지난해 KBO리그 홈런왕인 3루수 최정(SK)과 세이브왕 김세현(넥센)은 끝내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경찰청 입대를 위해 특혜에 가까운 무리수를 뒀던 이대은은 아직 기용조차 되지 않고 있다.

KBO리그의 기형적인 풍토가 ‘고척 참사’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타자에게 유리한 스트라이크존과 그에 기인한 극단적 타고투저 현상이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견해다.

국제 규격에서 통용되지 않는 스트라이크존과 그로 인한 타자들의 거품 현상은 반드시 손봐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공인구 반발력에 대한 의구심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대표팀 선수들이 최선의 상태에서 대회에 나섰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투수들은 볼넷을 남발했고 타자들은 무기력했다. 타선에서는 2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한 타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타격감이 떨어졌다.

선수들의 저조한 컨디션은 천정부지로 솟은 KBO리그의 몸값과 연관 지어 해석할 여지도 있다. FA 등을 통한 거액의 계약 체결이나 큰 폭의 연봉 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리그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선수 개인에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과거에는 태극마크가 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이제 대표팀 유니폼은 자부심보다 ‘잘해야 본전, 못하면 역적’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이상 애국심에만 호소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KBO리그 정규 시즌보다 한 달 앞서 치러지는 WBC를 위해 평소의 루틴을 깨고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며 경기에 임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시선도 많다. WBC는 병역 특혜가 없는 대회이며 FA 가산 일수 효과는 미미하다. 국제 대회 참가가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대 정신의 변화를 논하기에 앞서 선수들이 망각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프로로서 최선을 다했는가’의 여부다.

이번 WBC 경기 중 일부 선수들이 보인 안일한 플레이나 진지하지 못한 태도는 프로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은 선수들인 만큼 프로로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경기를 펼쳤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타격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벤치 역시 마찬가지다.

스포츠에서 패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2회 연속 WBC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한국 야구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프로 정신의 결여다. 눈에 보이는 과실이 없으면 집중하지 못하는 현재의 태도가 계속된다면 4년 후에도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글: 이용선 김정학/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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