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슈퍼 파워 4강의 기세가 무섭다. 미국은 유례없는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선거 전에도 그랬듯이 취임 후 행보는 거침이 없다. 미우나 고우나 일본의 아베는 7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2020년까지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중국 역시 시황제라 불리는 시진핑이 연임에 성공했다. 러시아는 ‘눈 가리고 아웅’이나마 푸틴의 장기집권 가도가 탄탄대로다. 4강의 지도자 어느 누구도 만만한 사람이 없는 람보 스타일의 마초맨들이다. 하나같이 파워풀한 데다 영리하다. 자국이익을 위해서라면 주변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리더십의 위기에 빠져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도 될까말까인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한반도의 상황을 120년전 제국주의 쟁패 시절 조선말기와 비유하는 시각들이 많다.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작금의 위기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개항기 조선의 운명은 청일전쟁으로 결정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 미국이 한걸음 물러나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모든 상황이 데자뷰고 ‘평행이론’이다.
미국은 일본과 카스라 테프트 밀약을 체결하고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조선과 청나라, 일본의 승패는 결국 당시 지도층의 리더십에 의해 판가름 났다.
먼저 일본을 보자. 일본은 페리제독에 의한 강제 개항이후 내부에서 제기된 정한론의 유혹을 물리치고 철저하게 자강의 길을 걷는다. 1871년 1백명이 넘는 인원으로 서구의 선진문물을 체험할 ‘이와꾸라 사절단’을 꾸린다. 정부 예산 10% 이상이 소요된 이 사절단은 20개월 넘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시찰하고 1백권이 넘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고종과 동갑내기에 재위기간 역시 똑같은 메이지왕은 자기의 급여까지 내놓으며 청나라에 대항할 거함거포의 해양전력 확충에 앞장선다. 우리에겐 철천지 원수인 이또 히로부미와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서구식 근대화와 입헌군주제의 정치체제를 완비하며 명치유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다.
청나라는 어떠했는가? 1884년 이전까지 청나라는 일본에 분명 앞서 있었다. 1882년 임오군란과 1884년 갑신정변, 그리고 1886년 나가사키 사건까지는 청나라가 일본을 압도했다. 그러나 결국 청나라는 리더쉽의 위기로 나라를 망친다. 서태후의 섭정에 의해 황제권력이 몰락한다. 또 하나 한족이 군권을 장악함으로써 청의 지배계층인 만주족과 갈등이 생긴 것이다. 치명적인 내부 분열이었다.
조선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유약한 군주 고종을 놓고 시아버지 대원군과 며느리 민비 간의 사생결단식 권력투쟁이 벌어졌다. 서로 간에는 상대를 죽이기 위한 폭탄테러까지 서슴지 않았다.
120년전의 상황을 현재에 대입해 보자. 미일중러 4강은 그대로다. 다만 당시에 한 걸음 물러나 있던 미국이 지금은 주전선수고 러시아가 한 발 빠져 있을 뿐이다. 오히려 구한말보다 훨씬 힘에 겨운 상황이다. 역대급 마초들이 한반도 주변 4강의 리더들이고, 핵무기와 미사일, 생화학 무기로 무장한 예측불가의 김정은 변수까지 가세했다.
미국은 함부로 대들 수 없는 슈퍼파워로 우뚝 섰다. 일본은 미국의 푸들이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미국과 밀착해 있다. 러시아는 구소련의 해체와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내리막이다. 우리나라에게 국민총생산을 추월당할 정도여서 영향력은 미미하다.
문제는 중국이다. 1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개혁 개방이후 30년에 걸친 두 자리 수 경제성장으로 강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은 ‘향후 30년간 미국에 대항하지 말라’고 한 등소평의 유훈을 어기고 너무 일찍 ‘대국 굴기’에 나섰다. 덩치만 큰 중학생이 대학생에게 힘자랑 하는 형국이다. 중국의 때이른 대국굴기가 한반도를 격랑 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한반도는 물론 남중국해에서 보여준 중국의 안하무인식 행태는 우리에게도 실존하는 큰 위협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내부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격변하는 4강의 각축에 제대로 대응할 리더십이 부재상태다. 120년 조선이 시아버지와 며느리간의 피 튀기는 싸움으로 자멸의 길을 걸었듯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외교와 국방에는 무관심하고 오로지 권력만을 탐하면서 정치권이 난투극에 몰두하고 있다. 탄핵사태도 그 권력투쟁의 일부다.
중국은 북한 미사일의 방위무기인 사드 배치를 놓고 미국엔 한마디도 못하면서 만만한 한국만 협박하고 있다. 우리 내부에는 중국의 저급한 협박에 굴종하려는 세력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우리의 살길은 한미 동맹이다, 더 크게는 한․미․일 동맹이다. 여기에 장애물은 뿌리 깊은 중화사대사상과 좌파 이데올로기, 그리고 분별없는 반일감정이다.
태평양전쟁으로 서로 3백만명을 죽인 미국과 일본은 지금 세계 최강의 군사동맹국이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처지를 돌아보면,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에 비해 많이 느슨해졌다. 미․중 사이에서 어설픈 중간자 역할을 운운하다가는 ‘끈 떨어진 연’ 되기 십상이다.
1900년 25세의 청년 이승만은 역모의 중죄로 한성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나라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며 '청일전기'를 기술하였다. 청일전쟁의 원인과 전개, 결과를 놓고 조선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 것이다. 그의 결론은 개화와 시장경제 그리고 해양세력과의 동맹이었다. 참으로 혜안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결론은 120년이 지난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국가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은 군사력, 경제력, 사상 등 모든 면에서 중국에 비해 월등하다.
올해 대선은 대한민국의 향후 반세기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해방 정국에서 대한민국은 우여곡절 끝에 자유민주주와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여 오늘날의 번영을 일구었다. 역사의 기적이다.
차기 대선에선 이 기적을 이어갈 정치지도자가 당선돼야 한다. 뿌리 깊은 중화사대사상에 젖어 있고, 공산주의 중국의 눈치를 보는 좌파적 사고를 가진 지도자는 결단코 안된다. 위안부 소녀상 붙들고 때 아닌 독립운동에 몰두하는 시대착오적인 지도자도 곤란하다.
봉건체제와 식민지 경험밖에 없는 이 나라에 기적처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고, 자원빈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기개로 산업화를 이룩한 그런 리더십이 요구된다.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는 해방 후 대한민국의 성취를 20세기 인류가 이룩한 최고의 은총이라고 했다. '한강의 기적' 성공 신화가 있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진(前進)할 수 있는 ‘마초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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