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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을 보는 눈]라니에리가 아스날 맡아야 할 4가지 이유
아스날, 벵거와의 계약 올 시즌 끝으로 만료
우승 경험 라니에리, 두터운 스쿼드 아스날에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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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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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 박철민 객원기자
▲ 라니에리는 가장 최근 EPL 우승컵을 들어올린 감독이다. ⓒ 게티이미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권 싸움을 벌이는 팀을 맡은 지 1시즌 만에 우승시키면서 아름다운 동화를 써내려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6 FIFA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지만 수상 한 달 만에 경질되고 말았다.

지난 시즌에도 첼시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조제 무리뉴 감독이 시즌 중반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다니는 팀마다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며 우승 청부사란 별명이 붙어있는 무리뉴이기에 가능한 상황일 수도 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우승과 인연 있는 감독은 아니었다. 감독 커리어 내내 1부 리그 우승은 2015-16시즌이 유일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가장 최근 EP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기에, 현재의 EPL 트렌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감독이 라니에리라 할 수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라니에리 수준의 감독을 필요로 하는 팀들이 많다. 이 중 라니에리의 우승 경험을 필요한 팀은 단연 아스날이다. 공교롭게도 아스날은 아르센 벵거와의 계약이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아스날이 후임으로 라니에리를 선정해야할 4가지 이유가 있다.


#1. 아스날엔 변화가 필요하다

아스날은 아름다운 축구, 패싱 축구를 지향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벵거가 부임한 이후로, 선 굵은 강한 축구가 아닌 예쁜 축구에 지향점이 맞춰져있었다.

하지만 이 예쁜 축구의 결과물은 결과적으로 승점 3을 보장해주는 축구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축구를 경기장에서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은 매 시즌 최소 2~3명은 쓰러진다.

이러한 아스날의 경기를 보기 위해 팬들은 영국에서 가장 비싼 시즌권 가격을 지불해야한다. 아스날의 가장 저렴한 시즌권 한 장은, 맨체스터 시티의 시즌권 세 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즌권 두 장과 맞먹는 금액이다. 팬들은 이런 비싼 시즌권 가격을 지불하면서 이기지 못하는 축구, 매 시즌 쓰러지는 그들의 슈퍼스타를 보길 원하진 않는다.

매 시즌 꾸준하게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프리미어리그 4위권 진입이라는 성과에만 만족한다면 아스날을 명문이라 부르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비록 급작스러운 변화에 팀이 잠시 휘청거릴지라도 아스날이 변화를 줘야할 적기는 지금이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는 강등권 사투를 벌일 것이라고 예상된 레스터 시티에 부임해 단 한 시즌만에 팀을 재정비하며 깜짝 우승을 일궈냈다. 레스터 시티보다 훨씬 더 선수단이 두텁고, 환경이 좋은 아스날에서 라니에리가 단기간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라니에리 체제의 첼시에서 뛰었던 스콧 파커는 “라니에리가 미디어 앞에서 보여주는 부드러움 속엔 단단한 강철이 숨어있다. 첼시를 지휘하던 시절, 그는 거대한 스쿼드를 보유했었고, 그들을 잘 통솔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가 선수들과 소통하는 스킬은 더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부드럽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보유한 라니에리가 아스날 선수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하면서 부상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준다면 건강한 아스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건강한 아스날이라면, EPL 우승컵이 더 이상 꿈은 아닐 수 있다.

▲ 프리미어리그 주요 클럽 시즌권 가격. ⓒ 데일리안 박철민

#2. 아스날 선수단과 라니에리의 궁합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4-4-2 감독을 주로 사용하며, 수비 조직력과 압박능력을 중시함과 동시에 역습축구를 구사한다. 라니에리의 스타일이 ‘올드’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 구시대적 축구에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술은 돌고 또 돌고, 우승까지 차지했다면, 그것이 바로 최신 트렌드일 수 있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완성이라고 불리는 클라우드 마켈렐레를 첼시로 입성시킨 장본인이 라니에리였다. 마켈렐레는 라니에리가 떠난 이후 첼시에 수많은 트로피를 안겨줬다. 그리고 마켈렐레의 재림이라고 불리는 은골로 캉테, 그 역시 레스터에서 꽃피우게 한 장본인이 라니에리다. EPL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꽃피우게 한 라니에리 감독이 아스날에 온다면, 엘네니 혹은 코클랭의 잠재력이 만개할 수도 있다.

산체스, 베예린, 월콧, 웰백, 이워비의 공통점은 모두 발이 빠른 선수라는 점이다. 제이미 바디도 엄청난 스피드를 통해 지난 시즌 레스터 동화의 주연을 맡았다. 라니에리의 역습 축구를 꽃피울 수 있는 재능들은 이미 아스날에 많이 포진되어 있다. 어쩌면 벵거의 패싱 축구에 가려 이 선수들의 ‘포텐셜’이 폭발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올리비에 지루가 걱정될 수 있다. 지루는 국내팬들에게 “연계소문”, “연계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연계능력에 뛰어나다. 라니에리의 4-4-2 포메이션에서 산체스와 빅&스몰 조합을 구성하면서 특유의 연계능력으로 역습축구에 더 크게 기여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루카스 페레스 역시 지난 시즌 라리가에서 17골-8도움을 올릴 정도로 공격적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레스터 시티의 9번이 기량을 만개 했듯 라니에리가 아스날 9번의 저주를 끊게 해 줄 수도 있다.

현재 아스날이 보유하고 있는 스쿼드는 라니에리가 구현하고 싶은 그의 축구를 표현하기에 최적화됐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 축구라는,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굴레 속에 갇혀있기 보다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줄 감독을 선임하여 터뜨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벵거 감독의 축구는 아름답지만 승리를 가져다주진 않는다. ⓒ 게티이미지

#3. EPL에서의 검증

아스날의 차기 감독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는 감독들은 전부 외국리그에서 빛을 발하던 감독들이다. 다만 투헬과 알레그리, 모두 아직 EPL에서 검증되지 않은 자원이다. 펩 과르디올라가 일찌감치 선두권에서 밀려 2위 싸움을 하는 곳이 바로 프리미어리그다. 그만큼 검증이 필요한 리그라 할 수 있다.

라니에리 감독은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팀 감독이었다. 더 이상 검증이 필요한가.


#4.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라는 남자

라니에리 감독은 경기 도중 벤치에 앉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급기야 그는 감독 커리어 내내 단 한 번도 벤치에 앉아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도 시종일관 화끈한 퍼포먼스로 축구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이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효과가 있으며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강한 자극이 된다.

반면, 벵거의 소극적인 태도는 팬들을 다소 힘 빠지게 한다. 물론 이는 감독의 성향 차이일 뿐 비판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과가 없는 아스날이기에 매 경기마다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함께 호흡하고 이와 더불어 팬과 소통하려는 라니에리의 성향은 돌아선 팬들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하다.


#결론

벵거는 1949년생, 라니에리는 1951년생으로 두 감독의 나이차는 2살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라니에리가 벵거를 대체하기에 최적화된 재목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아스날에는 위닝 멘탈리티가 필요하다. 승리하는 법을 알고, 가장 최근 우승이란 달콤함을 맛보았던 라니에리의 존재는 강력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과연 아스날의 보드진은 차기 수장으로 라니에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까.[데일리안 스포츠 = 박철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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