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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무리수' 2제…머릿수 믿고 억지논리 밀어붙이면 '역풍'


입력 2017.02.28 06:30 수정 2017.03.01 12:38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1234@dailian.co.kr)

황교안 권한대행 탄핵, 중대한 법 위반 찾을 수 있나?

특검연장법안,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 안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27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특검연장 거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규탄 대회'에서 특검 연장을 거부한 황 권한대행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27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특검연장 거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규탄 대회'에서 특검 연장을 거부한 황 권한대행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권은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불승인하자 황 권한대행 탄핵과 수사기간 연장법안 직권상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6일 박영수 특검 측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 이후 야권은 줄기차게 황 권한대행에게 ‘승인’을 요구해왔으나 황 권한대행은 침묵으로 일관, 야권의 부아를 돋웠다. 그러던 황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만료일 하루 전에 ‘불승인’ 입장을 밝혔으니 야권이 강하게 반발할 만도 하다.

설사 야권의 분노가 지지층으로부터 공감을 얻는다 해도 분노 속에서 나온 대응책이 저절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황 권한대행의 언행이 탄핵 사유에 해당돼야 한다. 국무총리의 탄핵사유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규정돼 있다. 헌법 제65조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황 권한대행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에 따라 특검연장을 불승인했다. 동법 제9조 ‘수사기간’을 보면, 특검은 수사시간 만료 3일 전에 수사시간 30일 연장을 신청할 수 있고, 대통령(황 권한대행)은 수사기간 만료 전에 승인 여부를 특별검사에게 통지해야 한다. 여기서 ‘승인 여부’라고 명시했듯이 수사기간 연장은 황 권한대행이 반드시 승인해야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불승인’ 가능성도 법적으로 열려 있고, 황 권한대행은 그쪽을 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야권이 황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법 위반사항을 염두에 두고 그러는지 궁금해진다. 한때 논란이 됐던 대통령급 과잉의전을 문제삼을 것인지? 국회 답변이 불성실했던 것? ‘대권 행보’ 지적을 받으면서 민생현장을 누빈 것? 아니면 최근 불거진 대통령권한대행 기념시계를 트집 잡을 것인지?

설혹 헌법이나 법률 위배사항이 있더라도 탄핵을 위해선 ‘중대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게 지난 2004년 5월 공개된 헌재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결정문 취지다. ‘대통령 직을 유지하는 게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는 돼야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당시 헌재는 설명했다. 이번 불승인을 전후해서 과연 야당은 그렇게 중대한 법 위반 사항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단언컨대 어려울 것이다. 바른정당이 다른 야당과 달리, 황 권한대행 탄핵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것도 그런 판단에서일 것이다.

황 권한대행 탄핵 추진에 합의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의석을 합치면 166석이다. 탄핵안 의결정족수 150석을 넘어간다. 머릿수만 믿고 억지논리로 탄핵안을 통과시키면 역풍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가뜩이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 ‘태극기 집회’ 측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인데, 황 권한대행 탄핵까지 겹쳐 논란을 키우면 둘다 도매금으로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법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도 법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 특검법을 개정하든, 새 법을 제정하든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권성동 위원장이 막고 있기 때문에 의장 직권상정이 아니고선 본회의에 상정할 방법이 없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명시된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은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들과 합의하는 경우 등 3가지뿐이다.

황 권한대행이 이번 결정을 내리기 전에도 야권은 수사기간 연장법안 직권상정을 추진했다가 좌절된 바 있다. 당초 야권은 동법 제85조 제1항 제3호인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근거로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당론에 따라 특검 연장 반대로 돌아서자 여야 합의는 불발됐다. 이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된다’며 제2호를 새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세균 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직권상정은) 교섭단체들이 합의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합의가 안 되면 내가 할 수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검연장 법안이 국가비상사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야당은 27일 다시 직권상정을 거론하며 정 의장을 압박했다. 여야 합의가 기대난망인 점을 감안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검연장 법안이 어떤 논리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에 부합된다는 건지, 아무리 봐도 미스터리다. ‘현 시국이 국가비상사태라서 특검연장 법안을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것인지? ‘특검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국가비상사태가 초래되기 때문에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것인지? 전자라면 유독 이 법안만 직권상정해야 하는 이유는? 이 법안을 직권상정해 통과라도 시키면 비상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가? 아무튼 모두 어불성설이다. 일각에선 황 권한대행의 승인 여지가 남아 있을 때와 불승인 결정 이후는 다르다고 주장하나 전후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정 의장이 27일 황 권한대행의 불승인을 겨냥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입장 변화를 보였지만 법적 한계는 마찬가지다.

여야 간에 정쟁을 유발할 수 있는 민감한 정치행위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돼야 역풍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놓고 ‘헌재’에서, ‘광장’에서 극한 대결상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황 권한대행 탄핵이나 의장 직권상정 문제까지 끌여들여 국론 분열을 심화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박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 하나라도 온전히 지키고 싶다면 야당은 머릿수만 앞세워 전선을 확대하기보다는 헌재의 공정한 심판을 묵묵히 기다리는 게 상책일 것이다.

권혁식 기자 (kwonhs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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