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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절차는 '정치' 아닌 '법치'에 따라야


입력 2017.02.26 12:25 수정 2017.02.26 12:34        데스크 (desk@dailian.co.kr)

서정욱 변호사 칼럼 "탄핵열차 대충돌 위험 고조"

"'신속한 재판'과 '졸속재판'은 엄연히 구별되어야"

사진은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공작정치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12차 촛불집회'(위)와 '9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 장면.ⓒ데일리안 사진은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공작정치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12차 촛불집회'(위)와 '9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 장면.ⓒ데일리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민주적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재판관'이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행위다.

또한 최근의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서 보듯이 탄핵의 경우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 국론의 분열로 인한 심각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그 절차도 지극히 바르고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의결부터 심판까지 과연 탄핵의 모든 절차가 지극히 바르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이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광장의 모습부터 살펴보자.

브레이크 없이 마주 달리는 탄핵열차는 종착지를 앞두고 대충돌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필자의 암울한 예상이지만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광장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과격해져 끝내 탄핵 불복의 파탄을 맞을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자랑스러운 반 만년 역사가 보여주듯이 위기마다 냉철한 이성과 지혜, 단합과 통합으로 국난 극복의 새역사를 보여준 우리가 왜 이렇게 자중지란의 위기로 스스로 무너지고 있을까?

''탄핵의 모든 과정이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논리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필자의 결론이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망우보뢰(亡牛補牢)의 잘못이지만 국회 의결 과정부터 하나하나 복기해보자.

먼저 국회의 탄핵의결 과정 자체가 전혀 법논리에 맞지 않고 졸속이었다.

두 가지만 지적한다.

첫째, K재단이나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한 문제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보면 위 문제는 대통령의 직권남용과 뇌물죄 등 형사범죄에 모두 들어가 있다.

직권남용죄와 뇌물죄는 엄연히 다른 범죄로 양자택일의 문제인데 어떻게 모두 들어갈 수 있는가?

이는 바로 대통령 대리인단이 국회의 탄핵소추가 '섞어찌개'라고 비판한 내용이 전혀 근거없는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뇌물죄는 노무현 대통령 사건 판결에 의하면 바로 탄핵사유가 되는 중대한 헌법위반이고, 형사적으로도 수수액이 1억만 넘어도 10년 이상 형량이 적용되는 중대범죄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국회는 과연 어떠한 증거조사나 근거를 가지고 탄핵사유로 삼았는가?

특검수사는 커녕 그 흔한 청문회 한번 없이 바로 언론기사 몇개로 뇌물수수로 탄핵을 의결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당시는 검찰에서도 재단설립을 직권남용과 강요죄로만 기소했을 뿐 뇌물죄는 전혀 적용하지 않았지 않은가?

결국 국회는 추후 특검에서 무리하게 꿰맞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로 대통령의 뇌물수수를 입증하려고 하나 이는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한 본말이 완전 전도된 것이다.

둘째, 탄핵사유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문제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통상적인 헌법재판과 달리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고 있다.

이는 바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탄핵사유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소추권자인 국회가 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회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단지 여론에 따라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였다며 탄핵부터 의결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입증책임을 대통령측에 떠넘기고 있다.

상식적으로 범죄 혐의도 입증하지 않고 먼저 탄핵을 의결한 후 대통령측에 죄없음을 입증하라는 것이 과연 공정한 절차인가?

결국 법과 원칙이 아니라 촛불민심에 편승한 국회의 위와 같은 정치적 탄핵 의결이 태극기 민심의 극렬한 역풍을 불러온 근본 원인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와 관련한 문제점도 살펴보자.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헌재 구성의 문제와 이로 인한 졸속 심리의 문제다.

헌법재판소법 제6조 제3항은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 또는 정년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필자의 일관된 주장처럼 박한철 재판관의 퇴임 전 황교안 권한대행이 후임자를 임명해야 했고,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전에도 양승태 대법원장이 후임자를 지명해 임명해야 한다.

재판관 임명은 전혀 정치적 흥정이나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 탄핵심판의 신속성과 연계할 문제도 아니다.

오로지 법에 따라 처리할 문제다.

그럼에도 야당은 오로지 신속한 인용만을 위해, 아울러 황교안 대행이 아니라 대선에서 승리하면 자신들이 임명하기 위해 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야당의 눈에는 탄핵만 보이고 매년 2천건 이상의 신건이 접수되어 헌재의 권리구제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들의 절박함은 보이지 않는가?

헌재의 기능 중 탄핵심판은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사소한(?) 사항이다.

헌재의 주된 기능은 바로 부당한 공권력행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보루로서의 역할이다.

탄핵심판의 조속한 인용을 위해 재판관을 오랜 기간 공석으로 두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본질적 기능을 져버리는 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인 것이다.

한편 박한철 전 소장의 발언처럼 헌재는 오로지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전 선고만을 목표로 모든 신문절차를 건너뛰고 무리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아무런 사실관계의 다툼이 없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 기간과 13가지 이상의 많은 다툼을 벌이는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기간이 비슷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필자가 보기에 헌재가 그동안 17차례 이상 변론을 진행했지만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다.

고영태, 안봉근, 이재만 등 대부분의 증인은 불출석하였고 헌재는 오로지 이정미 재판관 퇴임전 선고를 위해 불출석 증인은 모두 직권철회하였다.

증인의 불출석을 전적으로 헌재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필자가 보기에 헌재가 증인의 출석을 위해 과연 얼마나 노력했는가 하는 의문은 든다.

'신속한 재판'과 '졸속재판'은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국가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헌재는 왜 증인들이 법원이나 특검은 출석하는데 헌재는 출석하지 않는지 깊이 고민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재벌총수들의 증인 채택 기각도 큰 문제다.

재단설립의 정당성과 관련해서는 기금을 직접 출연한 기업들의 증언을 들어보는 것은 원칙중의 원칙이다.

그럼에도 헌재는 단지 위 재벌총수들이 변호사의 입회하에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조서의 신빙성이 있다며 증인채택을 거부하였다.

명백한 '전문증거(傳聞證據)배제법칙' 위반이다.

회유와 협박이 비일비재한 검찰조사에 단지 변호사가 입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증인이 사망, 질병, 외국 도피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진술조서 등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현행법 어디에도 조속한 재판을 위해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예는 없다.

대통령측의 반대신문권의 보장없이 검찰의 일방적 강제수사에 의해 작성된 조서만으로 심리한다면 만약 탄핵이 인용되었을 경우 과연 승복하겠는가?

이상에서 오로지 법치의 관점에서 탄핵절차의 문제점을 몇가지 살펴보았는데 누누이 강조하듯이 탄핵은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을 때 최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5년 단임제 하에서 대통령의 무능이나 정치실패의 책임은 당연히 차기 대선에서 국민이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는 지지하지 않았지만 탄핵이라는 '법치'의 영역에서는 지지하는 주된 이유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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